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김용원 교도 / 대구교당
원불교와의 인연은 깊다. 대학교 1학년 때 고교 친구의 인연으로 입교하여 졸업할 때까지 학교수업이 없는 시간과 쉬는 날에는 청년회, 대학생회 등 활동을 하면서 교당에서 모든 시간을 보냈다. 은생어해 해생어은,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자, 모두가 은혜라는 설교가 가슴에 와 닿아 원망보다는 긍정마인드로 생활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즐거웠고 행복했다.

그러던 중 군대생활에 이어 사회생활이 시작되면서 법회참석이 어려워지자 마음이 산란했다. 교당에 맥을 대놓기로 하고 어떠한 경우에도 월 1회 이상은 법회참석을 하자고 다짐하고 20여 년간 약속을 잘 지켜왔다. 하지만 사회생활에 쫓기다보니 신심 공심 공부심은 없고 무늬만 교도에 지나지 않았다. 고작 내 교당에 대해서만 조금 알뿐 인근교당의 위치나 사정은 알지도 못하고 심지어 독경도 경전을 보지 않고는 끝까지 마무리도 못할 정도로 부족함이 많은 연조만 깊은 교도가 돼 있었다.

원기92년 퇴직 후 새로이 교당생활에 충실하기 시작하면서 청년기에 맛보았던 행복을 되찾게 되었다. 그동안 참석하지 못한 청운회에도 열심히 참여하다 보니 그 해 청운회장으로 선출됐다. 이를 공부와 봉사로 적공하라는 기회로 생각하고 최선을 다하기로 다짐하였다. 마침 청운회장 취임과 동시에 원기93년 1월 릴레이 기도 당번 교구가 되어 한 달간 교당을 순회하며 기도를 올리면서 많이 배울 수 있어 참으로 다행이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감사하고 감사할 뿐이다. 첫날 50여 명 기도에 동참했는데, 31일 마지막 날에는 121명이 참석, 대각전이 꽉 찰 정도로 기도 정성이 모였다. 약속이나 한 듯 손에 손을 잡고 운수의 정을 부르자 가슴이 뭉클해지면서 전율마저 느꼈다. 교화대불공의 작은 기적이 나투어진다는 생각에 다음 해 릴레이 기도를 손꼽아 기다리기도 했다.

이런 가슴 벅찬 분위기는 저절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것은 첫째 매일매일 기도참석 교도로부터 법열로 가득찬 감상담을 들으면서 동참분위기가 커져 갔고, 둘째 당시 이정택 교구장이 솔선수범하여 기도에 참석하면서 교도들에게 큰 힘을 준 것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대구광역 시내 소재 교당에 기도 참석 할 때에는 10리 20리 되는 길을 오로지 걸어서 참석할 정도로 정성을 보여주자 이에 감응되어 걸어서 기도 참석하는 교도가 하나둘 늘면서 기도 기운은 더욱 오롯해져 갔다.

셋째 청운회원들도 앞장서 봉사에 동참하였다. 대구시 인근 경산교당에서 기도가 있는 날 교통편이 복잡하고 교당 위치에 낯선 기도인을 위해 지하철 종점에서 경산교당까지 복잡한 퇴근시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여러 대의 승용차로 셔틀하면서 한 명이라도 더 동참토록 최선을 다하는 모습은 정말 감동 그 자체였다. 그 외에도 4개 단체 임원들의 철저한 기도준비와 깔끔한 진행, 기도 시작하기 전 성가 몇 곡을 부르면서 기도 기운을 정성껏 모았고, 당번교당 교무님의 소중한 설교 내지는 한 말씀도 신심과 공부심을 두터이 해 주셨고, 교도회장의 교당소개와 알뜰한 다과공양 등 모든 기운이 10년 기도에 모아졌기 때문에 가능하였다고 생각한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첫 기도 주례시 반야심경 독경 중간에 생각이 안 나 마이크를 끄고 머뭇하면서 식은땀에 옷이 젖을 정도로 난처한 경우도 있었다. 3.1절 산상기도 때 비가 와서 등산객 대피소에서 기도를 진행하는데 등산객 중 타 종교인이 왜 여기서 기도를 하느냐면서 고성으로 떼를 쓰며 끈질기게 훼방을 놓아 기도를 중단할 지경까지 갔는데 한 청운회원이 기지를 발휘해 무사히 기도를 마무리한 일도 있었다.

매월 10일 교구청에서의 기도참석, 전국을 순회하면서 이어지는 회향식 참석, 당번교구에서의 한 달간 릴레이 기도를 참석하면서 나 자신도 모르게 신심 공심 공부심이 익어간다는 기쁨으로 충만된 10년 기도였다고 생각하니 감사하고 또 감사하다.

지난 4월 총부 해제식에 참석한 것으로 아쉽지만 기도를 마무리하면서 늦었지만 이 지면을 통해 하루도 빠짐없이 법문공양을 보내주는 목동교당 신승국 교도님에게 감사드린다. 앞으로도 불생불멸 인과보응의 진리를 신앙하고 수행하며 정진 적공할 것을 다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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