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화니 대표 / (주)핑크로더 공정여행사
 
독서의 계절 가을, 책읽기 좋은 곳을 몇 군데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는 바로 부산의 가장 중앙에 위치하고 있는 서면이다. 흔히 옷가게나 음식점, 영화관이 먼저 떠오르겠지만 옛날 이곳은 서점들이 많이 모여 있었다.

서면의 랜드마크인 롯데백화점 서면본점, 대한극장 주변엔 1960년대 까지만 해도 40~50개의 책방이 있었다. 사실 지금의 롯데백화점 서면본점 자리는 옛날 부산상고였고, 부전도서관 맞은 편 궁리마루는 중앙중학교 자리였다. 가까이 학교들이 있었기에 청학서림, 중앙서림, 대한도서, 교학서림, 흥문서림, 육교서림, 문창서적 등 서면과 보수동에 책방이 몰려있었다. 당시는 새 책보다 헌 책이 더 많이 유통됐다. 영광도서도 이쯤 생겨났다.

영광도서는 45년 동안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부산의 향토서점이다. '영광도서에 없는 책은 전국 어디에도 없다'는 말이 생길 정도로 전국에서 보유하고 있는 책 종류가 가장 많기로 손에 꼽는 곳이다. 46만종 120만권 도서를 보유하고 있다. 전국 최고 수준이다. 실제로 서울에서 못 구하는 책도 부산 영광도서에서는 구할 수 있다.

요즘은 인터넷 서점이나 대형서점들이 지역까지 확장을 하는 추세여서 지역의 향토서점들은 버티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많은 유서 깊은 서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았다. 2010년에 폐업한 동보서적도 굉장히 아쉬운 사례다. 서면 동보서적에서 만나자는 것이 약속장소의 대명사였는데 지금은 이름만 남아있다.

예전엔 서점에서 책을 사고 도서관에서 공부하는 문화가 있었다면, 요즘은 서점에서 놀고, 카페에서 책 읽고 공부하는 문화로 바뀌었다. 서점이 책을 파는 곳이라는 인식에서 점차 다양한 복합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고 특히나 카페의 변화는 아주 놀라운 경우다.

서면과 가까운 전포동은 최근에 카페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는데 사실 그 전에는 공구, 철물 등 산업용품을 파는 공구상가 거리였다. 그 이유는 일제강점기에 서면 일대에 있던 군수산업공장 때문이다. 고무, 섬유, 기계공장들이 들어서면서 공업용수가 풍부한 이곳에 자리를 잡게 됐고, 이후에 나중의 대우버스가 되는 신진자동차, 제일제당 등 주변에 많은 공장들이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부품을 구하기 쉬운 공구상가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공구상가가 갑자기 카페가 된 것에 대해 의아해 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요즘 젊은 사람들의 특징을 알면 이해가 된다. 최근 트렌드는 작은 공간이라도 아기자기한 매력이 있는 곳, 커피가 맛있는 곳 등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모임을 자주 갖는 것이 특징이다. 처음엔 한 두 군데 카페들만 입소문이 났다면 요즘은 주변 밥집과 디자인숍 등 다양한 가게들이 공존하고 있다. 아날로그 감성과 빈티지한 느낌을 원하는 젊은이들의 이색 데이트 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여러 카페들을 골고루 섭렵해보고 자신만의 취향을 찾길 바란다.

그리고 두 번째 장소인 보수동 책방골목은 책과 더불어 오랜 시간을 함께한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헌책방골목이다. 보수동 책방골목은 국제시장, 깡통시장 근처에 있다. 21일~23일 '책, 옷을 입다' 라는 주제로 책방골목축제도 열렸다.

헌 책에 대한 감성이 궁금하다면 방문해보길 바란다. 새 책이 아닌 헌 책을 흥정하는 재미를 느껴볼 수 있다. 그리고 구멍가게에서 어릴 때 먹었던 추억의 군것질도 만나볼 수 있다. 쫄쫄이, 아폴로 등 특허 받은 불량식품도 맛보는 건 어떨까.

보수동에 헌책방 골목이 형성된 건 6.25전쟁 이후 산복도로 주변에 천막학교들이 많이 생기면서 자연스럽게 헌책방들이 모였기 때문이다. 많을 때는 100군데 정도의 가게가 있었다고 하는데 지금은 40여 개가 남아있다. 선선한 바람 따라 자연 속에서 책을 읽기도 좋은 계절 가을이다. 오랜만에 아이들 손잡고 우리 동네에서 오랫동안 자리를 묵묵히 지키고 있는 작은 서점들을 찾아가보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