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류경주 교무 / 교정원 기획실장
얼마 전 제주에서는 노루사냥을 대대적으로 허용한다는 소식이 있었다. 노루의 개체 수 증가로 자연생태계가 위험한 수준에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기업의 스마트폰 결함으로 해당 기종이 단종되면서 그 피해액이 수조 원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이 두 소식을 생태계라는 문제로 인식하면서 교단의 생태계는 건강하게 작동되고 있는지 돌이켜 보았다.

자연 생태계란 생물군집과 비생물적 환경이 유기적으로 통합되어 그들의 상호작용으로 이뤄지는 물리적 환경의 총체라고 한다. 이들 구성요소 중 어느 한쪽의 개체수가 급격하게 줄거나 늘어나면 문제가 발생한다. 기업은 이익추구와 리스크 방어 즉 인간이 경계활동을 통해 얻고자 하는 두 가지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으로 기업생태계란 '고객과 중간기업, 공급자 그리고 자기자신으로 구성되는 시스템'이다. 따라서 기업은 건강한 기업생태계가 작동될 때 생산과 유통을 통한 이익을 공유할 수 있다고 한다. 교단의 생태계도 구성원들에게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건강하게 작동되어야 할 것이다.

건강한 기업 생태계를 위해서는 다양성 확보가 핵심이라고 한다. 다양성은 전문적 종(種)이 많아야 한다. 그래야 어려움이 닥쳤을 때 저항성이 높아지고 자원의 효율적 사용이 가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교단도 전문인 양성을 통한 다양성을 확보하는 노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다양성 확보를 위해서는 구성원들 간의 다름에 대한 상호작용이 가능할 수 있는 공간과 의식 공유의 장이 많아야 한다. 다름은 차이일 뿐이지 적대적 관계는 아니다. 다름에 대한 공동의 인식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신뢰구축이 우선되어야 한다. 공동의 목표를 인정하고 신뢰할 때 의식의 확장과 공동체의 성장을 담보해 낼 수 있다. 구성원들이 많아지고 다양한 목소리가 생기는 것은 건강한 조직의 신호이다. 재가는 재가의 역할로, 출가는 출가의 책무와 헌신으로 교단이 가야할 낙원세계 건설을 향한 성장을 위해서 신뢰형성은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다.

둘째는 기업생태계가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경쟁하면서 살아가는 장이어야 한다. 생태계에는 늘 갈등과 경쟁이 존재한다. 다만 어떤 방식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어떤 규칙을 가지고 경쟁하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필요한 것이다. 교단의 구성원들도 직무와 역할에 따라 현안에 대한 갈등이 생길 수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건강한 경쟁관계를 통해 성장해 갈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람과 사람, 조직과 조직 사이의 협력을 촉진하려는 노력과 그 합의를 만들어 내는 요소를 찾아야 한다. 기업 생태계에서는 경쟁이 피할 수 없는 문화이지만, 교단은 살림과 상생의 문화를 통해 가치를 실현해가야 한다. 살림과 상생은 교법을 사회화하는 중요한 기능이다. 상생과 살림의 가치는 포용심으로 만들어야 한다. 모든 것을 아우르는 합의와 협력의 공의를 만들 수 있는 힘이 포용심이다.

셋째는 기업생태계는 문화를 형성하고 기업의 성장 가치와 에너지를 확대해 간다는 것이다. 문화란 인간집단이 만들어 낸 생활양식과 상징체계이다. 따라서 기업의 문화는 조직을 성장 유지시키는 에너지고 가치관이며, 생명력이라고 한다.

문화의 어원은 라틴어로 '경작(재배)하다'에서 유래한다. 생태계를 구성하는 공동체의 생활방식과 상징체계를 곡식을 뿌리고 가꾸어 결실을 만들어 가듯 삶의 가치제계를 생산해 가는 것이다.

교단은 100년의 역사 속에서 지켜야 할 문화적 가치들을 만들어 오고 있다. 그것은 정신개벽을 위한 교법실현의 의지를 표현하는 법맥(法脈)과 신맥(信脈)이어야 한다.

교단은 성년기에 들었다고 하지만 아직도 다듬고 키워야 할 기초체력들이 많이 부족하다. 교법에 대한 다양한 해석을 통해 교리적 근간을 튼튼히 하고, 재가와 출가의 역할에 대한 탐구를 통해 외형적 기초를 세우고, 구성원들의 다양성을 통합 활용하기 위한 신앙과 수행의 정진적공으로 내실을 다져야 할 시기이다.

그러기로 하면 선진들이 면면히 이어온 법맥과 신맥의 교단문화가 살아나야 할 것이다. "맥이 떨어지면 죽는다 하나니, 도가에서는 법맥이 상통되지 않으면 그 회상은 위축되고 마나니라"라는 말씀을 상기해야겠다.

기업에는 사람들의 꿈과 희망이 담겨있다고 한다. 돈을 벌고 무엇을 먹고, 입고, 어떤 집에 살 것인지에 대한 희망일 것이다. 교단의 생태계는 구성원들의 마음혁명을 통한 거듭남을 위해 신뢰와 포용심 그리고 법맥과 신맥으로 교단의 문화적 가치를 재생산하여 결복교단을 열어가는 기반으로 삼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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