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교화 이야기

   
▲ 이법안 교무 / 사)삼동인터내셔널
 
누구나 한 번쯤은 바쁜 현실을 떠나 한적하고 여유가 넘치는 생활을 가져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일상생활로 다시 복귀할 때쯤에는 그 여유 있고 한적한 마음은 한 순간의 꿈으로 남아 있게 되어버린다.

바쁜 일상을 뒤로한 채 네팔에 다녀간 사람들은 대부분 비슷한 말들을 털어 놓는다. 네팔에 있을 때에는 음식도 잘 맞지 않고, 교통수단도 불편하기도 했지만 한국에 다시 돌아가면 생각이 많이 난다고 한다. 아마도 그 불편함에서 오는 인상이 강하게 자리 잡았고 다시 편리한 생활이 가져다주는 선물 때문일 것이다.

우리의 생활은 불편하면 개선하고 더 개선해서 편리함을 추구하며 살고 있다. 서울 도심에서 지하철을 타고 다니다보면 약간은 삭막함과 답답함이 느껴진다. 거의 모든 사람들의 행동이 비슷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다 보니 주변의 사람들과의 거리감도 어느 정도 생겨나는 것이지 않을까 생각된다. 외롭지 않을까?

가끔은 센터 마당에 걸터앉아 네팔의 밤하늘을 보면 금방이라도 유성우가 쏟아질듯하다.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는 것은 카트만두가 해발 1,280m 가량 높은 곳에 위치한 점과 전기 공급 부족과 주변이 밝지 못한 것도 한몫을 하기 때문이다. 또 농사철이 가까워지면 센터 주변에는 반딧불이 넘쳐흐른다. 9월과 10월 사이 새삶센터 주변은 작은 불빛들이 어두운 주변과 어우러지며, 멋진 장관을 연출한다. 소소하지만 이런 작은 움직임과 모습들에서 네팔이 아름답게 다가온다.

나는 연예인이다. 네팔 시내 중심가를 거닐거나 센터 주변의 마을을 어슬렁거리기만 해도 나를 향해 날아오는 온갖 관심과 시선이 느껴지기 때문이다.

방과 후 집으로 향하는 아이들은 오가며 "나마스테~" 인사를 건네며 밝게 웃어준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서 음료수라도 살려면 지나가던 사람도 길을 멈추고 저 외국인이 "뭐하나" 하며 슬금슬금 나에게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리곤 나의 행동과 어설픈 언어에 귀 기울여 준다. 나에게 말을 걸어주는 사람들과 관심을 가져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에 연예인병에 걸릴 듯하다. 함께 살고 있음을 느끼게 해주는 나라 네팔이다.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까? 행복에 대해 생각해본 사람들은 네팔에서 어떤 계기로 인해 행복을 느끼고 살아갈까? 외국인이라는 사실을 벗어나면 바로 알 수 있는 것이 있다. 그것은 어떠한 일이든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고, 실패에 의식하지 않게 된다는 것이다. 부담으로 다가왔던 침묵의 시선들과 관심들이 나조차도 알 수 없는 사이 침식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것으로부터의 해방감을 얻는 순간 자유로움이 행복감을 가져다준다.

또한 내 주변에 들렸던 익숙한 언어가 들리지 않고, 전혀 새로운 언어와 문화의 차이에서 답답함보다 오히려 신선함이 다가온다. 모르는 것이 약일까?

네팔은 인심이 후한 나라이며, 아직은 삭막하지 않은 환경을 가지고 있다. 한국에서 과거 어려운 시기를 보내야 했던 부모 세대, 그렇지만 시골인심이 살아있던 세대, 손님에 대한 배려와 아름다운 미덕이 남아있던 시대를 겪어온 이라면 네팔에서 그 감성을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시대를 느끼지 못한 사람이라면 부모님 세대의 생활을 간접적으로 체험할 수 있다. 가끔 현지인 집에 초대를 받게 되어 방문하게 되면 더 잘 알 수 있다. 앞서 말했듯이 연예인이라도 방문한 듯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식사 역시 손님부터 챙기며, 모든 식사가 마칠 때까지 그 모습을 지켜봐준다.

그리고 그 뒤에 자신들의 식사를 이어간다. 참고로 네팔 현지 집에 방문하게 될 때에는 하루 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고 방문한다. 두 번은 기본 세 번까지 접시를 비워야 하기 때문이다. 힘들지만 매우 좋아한다.

특별한 경우겠지만 나는 네팔에서 운전을 한다. '네팔 면허증소유자이기 때문이다'라고 얘기하면 대단하게 생각할 수 있겠으나 사실 네팔한국대사관에서 편지 한통 받아서 자동차 시험장에 가면 갱신해준다. 네팔 사람들은 사고가 나면 대부분이 아닐 수 있지만 '괜찮아? 당신도 괜찮아? 미안 미안'하며 서로의 안부를 묻고 헤어지는 경우가 많다.

나도 접촉사고가 한 번 있었다. 하지만 대수롭지 않은 듯 서로의 차 상태를 보더니 "문제없다"며 웃으며 보낸다. 예상했던 뒷목을 잡는다거나 하지 않는 나라, 삭막함이 아직은 없는 나라 네팔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