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오은 교무 / 총부UN사무소장 / 맨하탄 교당
세계주세교단 건설의 방향

대종사께서 말씀한 사오백년 결복기를 준비하며 원불교 2세기를 열어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교법이 널리 실천될 수 있도록 하는 보편화 작업이 필요하다. 이와 함께 세계성을 지닌 교법을 시대에 맞는 가르침으로 재조명하여 세계주세교단을 건설하는 데 정성을 다해야 한다.

미국에서 현지인들을 교화하며 얻은 경험에 바탕해, 이들이 원불교를 좋아하고 환영하는 이유를 살펴본다. 더불어 시대적인 흐름과 변화를 진단하며 세계주세교단 건설을 위한 방향을 제안해본다.

일원상 상징의 우수성

첫째, 일원상 상징의 우수성은 주세교단 건설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다. 일원상은 모든 진리의 근원이며, 보편적인 진리의 상징으로 궁극적 실체를 그대로 표현한 가장 원만한 상징이라고 할 수 있다. 어떤 종교를 신앙하든 법당에 오면 불단에 모셔진 일원상을 편하게 받아들인다.

맨하탄교당에서 현지인 법회를 시작한 첫해에 킴볼 존스(Kimball Jones)이라는 감리교 목사가 대각개교절에 참석했다. 그는 일원상의 상징이 참 좋았다고 했다. 그동안 목회 활동을 하면서 하나님(God)이 인간과 만물을 창조하고 관장한다는 설교를 하기가 어려웠는데 원불교 일원상 공부를 해보니 하나님을 일원상으로 표현하는 것이 맞다는 깨달음을 얻었다. 원불교에 입교해 원중심이라는 법명을 받아 22년째 교당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현재는 심리학박사로서 목사들을 상담하며 심리치료사로 일하는데 원불교의 가르침과 수행을 접목시키고 있고 원불교의 교리해석과 영어표현에 많은 조언을 하고 있다.

인도에서 온 로힛 사가(Rohit Saga)는 원불교가 불교의 정수를 잘 드러냈다고 한다. 원불교는 진리의 궁극자리인 법신불 일원상을 불단에 모시고 누구나 깨달으면 부처가 될 수 있다는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하고 있는 곳이라고 말한다. 만약 석가모니 부처님이 이 시대에 온다면 원불교가 당신의 가르침을 가장 잘 실천하는 곳이라고 인증할 것이라고 한다. 스리랑카에서 온 불자 2명이 법회에 참석한 후 자기들 절에도 불상 대신 일원상을 모시도록 건의하겠다고 말하며 일원상 상징의 우수성에 감탄하기도 했다.

또한 유엔 처치센터 1층에는 세계종교의 상징배너들이 중앙에 게양되어 있는데 여러 종교의 상징들이 원상 안에 그려져 있다. 이를 보고 원불교 프로그램에 참석했던 이웃 종교인들은 "모든 종교가 일원상 안에 있다"고 말한다. 일원상은 세계인들이 편하게 느끼고 받아들일 수 있는 가장 보편적인 상징으로 원불교 세계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과제는 일원상의 진리를 일반대중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말로 재해석하고 체험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해야 할 것이다.

▲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앞두고 교단은 정전, 대종경, 예전, 교사, 정산종사법어 등 6종 교서를 중국어를 비롯해 러시아어 등 10개 언어로 정역해 출판했다.

세계적 가르침, 정신개벽

둘째, 정신개벽이 주세교단 건설에 핵심이 될 것이다. '물질이 개벽되니 정신을 개벽하자'는 개교표어는 앞으로 더욱 보편화되어 세계인에게 중요한 가르침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미래 시대는 지구촌 경제가 발전하고 과학기술이 급속하게 발달하여 물질개벽이 가속화되어갈 전망이다. 편리한 물질문명의 노예생활로부터 자유로워지기 위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정신개벽을 찾게 될 것이다. 원일(Pat DerGerino) 교도는 29년 전 처음 교당을 찾아왔을 때, 병원 원장으로서 물질적으로는 갖고 싶은 것을 다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행복하지 않다고 했다. 더 많이 가질수록 더 바빠지고 스트레스가 늘어난다며 마음공부를 하고 싶다고 했다.

100년 전 원불교를 개교했을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과학문명 발전으로 인한 물질의 풍요로움 속에 오늘날 우리는 그 어느 때보다 많은 일을 하며 바쁘게 살아가고 있다. 인터넷을 통해 공유되는 정보의 홍수로 인간의 머리는 복잡해졌으며, 여러 가지 일을 동시에 처리해야 하는 멀티태스킹(Multitasking) 시대에 살고 있다. 걸으면서 문자를 보내고, 회의하면서 이메일을 체크하고, 친구들과 대화하면서도 끊임없이 스마트폰을 확인하며 여러 가지 일들을 처리한다. 많은 이들은 멀티테스킹으로 우리가 생산적이고 효율적인 삶을 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인간의 두뇌는 한번에 하나의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만들어 졌다. MIT 뇌과학자 밀러(Earl Miller)의 연구에 따르면 우리 인간의 두뇌는 한꺼번에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한다. 사람들이 생각하는 멀티태스킹은 실제로는 한 가지 일에서 다른 일로 급하게 바꾸는 것인데 이것을 지속적으로 반복하게 되면 인지능력에 문제가 생긴다고 밝혔다. 멀티태스킹이 일어나는 동안 뇌에서는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의 분비가 촉진되어 논리력, 추리력 등의 뇌 기능을 떨어뜨린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많은 것을 소유하고, 많은 정보를 가지고, 많은 일들을 하면 성공하고, 그 성공이 행복과 여유를 가져올 것이라고 생각했던 현대인들은 이제 마음의 평화에 대한 해법을 정신개벽에서 찾고 있다. 물질문명의 중심에 있는 많은 서구사회에서 나날이 명상과 불교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는 것이 이를 증명하고 있다. 원불교는 다양한 전통에 열려있고, 남녀평등과 재가출가 평등을 지향하고 있고, 생활불교이기 때문에 현지인들은 원불교가 미국에서 큰 영향력을 가질 것이라고 말한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 참석한 세계의 많은 종교인들이 "원불교가 정신개벽의 열린 사상으로 100년을 지속적으로 성장해왔다는 것은 대단한 것이며, 한은숙 여성 교정원장이 100주년기념대회장인 것을 보고는 원불교의 열린 사상을 직접 실천하는 예이다"고 했다.

21세기 세상을 위해 원불교가 할 수 있는 가장 큰 공헌은 누구나 이해할 수 있고, 참여하고 체험할 수 있는 정신개벽의 보편화와 마음공부의 체계화이다. 원불교가 한세기를 통해 축적해 온 모든 경험과 성공사례들을 모아, 이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정신개벽과 마음공부 프로그램을 개발해 교법실천의 보편화 작업을 이루어 내야 한다. 서양인들이 좋아하는 영육쌍전·처처불상·사사불공·무시선·무처선의 체계적인 프로그램 개발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미국을 중심으로 발전하고 있는 뇌과학의 발달로 좌선의 효과와 감사생활의 효과가 과학적으로 증명되고 있다. 앞으로 뇌과학과 심리학의 발전이 주세교단건설에 한몫을 할 것으로 보인다.

UN활동과 종교연합운동

셋째, 유엔활동과 종교연합운동(UR)이 세계주세교단 건설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현지인들이 원불교를 처음 찾아올 때 웹사이트에서 원불교 유엔사무소와 종교연합운동을 보고 좋아서 왔다는 사람들이 많았다. 모르는 종교단체는 일단 컬트(cult)로 의심하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유엔활동과 종교연합운동은 세계인들이 원불교를 믿고 인증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또한 새 불법이 개인의 행복만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세계문제 해결에도 기여하고 있음을 좋아한다.

유엔활동을 통해 일원주의와 삼동윤리가 세계에서 실현될 수 있도록 각종 프로그램을 접목시키고 있다.

이제부터는 교단에서 행하고 있는 다양한 활동을 유엔이 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지속가능한 발전목표(SDG)와 연계한다면 더욱 효과적이고, 원불교 세계화에도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종교연합운동은 종교간 이해와 협력을 통해 종교로 인한 갈등과 전쟁을 줄이고 종식시키기 위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인류역사상 가장 잔인하고 가장 오래 지속된 전쟁이 바로 종교간의 갈등으로 인한 십자군 전쟁이다. 서기1095년 기독교군이 이슬람 제국을 공격하면서 시작한 이 전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대종사는 '교법의 총설'에서 종교간 전쟁과 갈등문제를 해결하는 근원적인 방법을 제시했고, 이를 정산종사는 삼동윤리로, 대산종사는 종교연합운동으로 구체화시켰다. 우리는 종교연합운동에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고, 다양한 종교협력기구와 연대를 맺으며 종교가 갈등의 근원이 아니라 평화건설의 근원이 되도록 노력하고 있다.

앞으로는 종교연합운동의 활성화와 대중화가 필요하다. 각 교구와 교당과 기관들이 그 지역 문제를 해결해 가기 위해 이웃 종교인들과 대화하고 협력하는 프로그램을 개발해 종교연합운동이 다양한 계층과 여러 지역에서 이루어지는 범세계적 운동으로 확산되어 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물질개벽으로 인해 정신개벽의 필요성이 더욱 더 절실해지는 시대의 흐름과 삶의 변화는 원불교 결복기 교운을 열어가는 견인차가 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교운을 열어가기 위해서는 원불교의 세계성이 있는 가르침을 시대에 맞게 재조명해 체험할 수 있도록 하는 보편화 작업이 반드시 진행돼야 한다. 이러한 작업이 함께 이루어질 때 우리는 주세교단을 건설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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