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란드 문화예술법인 킬시 무스탈라흐티 대표

 

핀란드 문화예술법인(Accessible Arts and Cultures, 이하 ACCAC) 킬시 무스탈라흐티 대표(52)의 발걸음은 늘 당당하고 활기차다. 지난 10월 익산성지를 방문해 한은숙 교정원장과의 면담을 마치고 나오면서도 그러했다. 이번이 19번째 한국 방문이라는 킬시 대표는 원광효도마을 어르신들을 위한 공연을 마지막으로 다시 핀란드로 귀국할 예정이라고 했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유독 한국을 자주 찾게 된다는 그. "한국은 나에게 집과 같다"는 그의 단언에 한국의 문화, 한국인의 정서를 사랑하는 마음을 읽을 수 있었다.

그가 올해 6월, 좌산상사로부터 원주(圓柱)라는 법명을 받고 핀란드 첫 교도가 됐다. 그 과정과 문화예술을 통해 그가 꿈꾸는 세상을 삼동인터내셔널 김계원 도무의 도움으로 인터뷰했다. 김계원 도무는 출가 전 연극배우와 국제공연 기획자로 활동했다. 이때 킬시와 인연을 맺고, 그의 입교를 도왔다. 한편 킬시가 설립한 ACCAC는 '문화·예술·복지를 기반으로 국적이나 장애, 비장애의 편견을 넘어 누구에게나 평등한 기회가 제공돼야 함을 주창하는 비영리단체'이다.

킬시는 1985년부터 핀란드 전문여배우로 활동을 했다. 하지만 배우로 성장할수록 연기 외에 무대예술에 관심을 갖게 되면서 탐페레대학에서 문화이벤트 제작자 과정을 마쳤다. "연기를 하면서 늘 마음 한편에 허전한 느낌이 있었다. 그러던 중 수화를 배우게 됐고, 공부를 하면서 예술이란 다양한 수단을 통해 표현될 수 있음을 알았다. 그즈음 시각·청각장애인들을 위한 이중언어로 된 공연을 기획하게 됐다."

그는 문화예술의 범주를 확장하면서 배우 겸 매니저, 마케팅까지 도맡아 해야 했다. 처음에는 핀란드 안에서 기회가 닿는 곳마다 투어공연을 다녔다. 탁아소, 양로원, 요양원, 복지기관 등 소외계층이나 장애인들과도 함께했다. 그의 무대는 항상 모든 사람이 평등하게 즐길 수 있는 공연으로 펼쳐졌다. 때문에 공연장의 문턱도 낮을 뿐더러 장애를 가진 배우가 무대에 서기도 한다. 복지제도가 잘 갖춰진 북유럽 중에서도 핀란드는 최상위 복지국가라서 가능하기도 했다. 지금은 그 명성이 알려져 여러 단체나 국가에서 후원해 주고 있다.

"나는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적 변화가 이뤄질 수 있다는 것을 확신한다. 핀란드에서 처음 시작했지만 지금은 국적을 넘어 해외 각국에서 공연하고 있다. 다양한 국제 행사와 세미나에 참석해 우리의 목적과 활동을 알리는 데 9년이 걸렸다. 그때마다 사람들이 문화예술이 모든 사람을 동등하고 공평하게 대할 수 있는 좋은 수단임을 공감해줬다."

19번째 한국방문, 한국은 제2의 고향이자 집
그의 무대는 장애·비장애인·소외계층이 없다

그가 한·핀란드 문화교류를 위해 한국을 처음 방문한 해는 2010년이었다. 책으로만 배웠던 한국문화를 직접 체험하면서 한국인의 정서, 유머감각, 역사, 사람을 대하는 태도에 친밀감을 느꼈다. 그때의 매니저가 당시 공연기획자로 활동 중인 김계원 도무였다.

"그(김계원 도무)의 가족은 나에게 한국문화에 눈뜨게 해줬다. 지금은 한 가족처럼 지낸다. 또한 그를 통해 만난 원불교인들은 모두 관대하고 따뜻했다. 좌산상사님과 경산종법사님도 나에게 마음을 열고 대해줬다. 내 안에도 그런 스승님과 같은 기운이 자라나기를 희망한다."

그가 바라는 세상은 차별 없는 평등세상이다. 한 사람이라도 의지를 가지고 끝까지 행하면 세상은 변화할 수 있으며, 시작은 어렵지만 첫발이 매우 중요하다고 믿는 그다. 거기에는 가족에 대한 사랑이 담겨 있다. 그의 가족 중에는 장애를 가진 사람이 있다. 평생을 함께하는 가족을 위해서라도 그는 편견 없는 세상을 위해 문화예술로써 그 간격을 좁혀갈 생각이다.

그리고 ACCAC 활동의 취지와 그간의 성과를 내년 8월17일~20일 핀란드 독립 100주년 행사(100 Colours of Culture Tampere)에서 펼칠 계획이다. "핀란드는 1917년 12월6일 독립했다. 독립된 이후 엄청난 어려움을 극복하며 순수한 핀란드 사람들로부터 재건됐다. 때문에 독립 100주년 행사는 매우 뜻 깊은 축제장이 될 것이다. ACCAC는 100개의 색깔이란 주제로 탐페레 시티의 공식행사(ACCAC Festival & Congress 2017 Finland)로 지정돼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이다."

그는 교도로서의 사명감도 드러냈다. 현재 한국과의 문화교류는 원광대학교와 원불교사회복지협의회, 삼동인터내셔널과의 업무협약을 통해 확장시켜갈 계획이다.

"작게는 핀란드 탐페레 시티에 원불교의 사상과 정신이 담긴 문화예술, 복지기관 거점을 만들고 싶다. 이는 한국에서 MOU 체결을 맺은 기관들과 함께 해나갔으면 한다. 그렇지만 이런 사업들을 하기 위해서는 깊은 연구가 필요하다. 함께 진보해 나갈 수 있는 아이디어를 자주 공유했으면 한다."

교단은 아직 북유럽 교화의 거점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좌산상사는 킬시에게 원주라는 법명을 내리며 "북유럽 국가들의 기둥 역할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앞으로 그의 행보가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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