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히로세 다카시는 경주 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해 경고하기 위해 10월26일 한국을 찾았다.

일본의 대표적인 반핵평화활동가이며 저널리스트인 히로세 다카시가 원불교환경연대 탈핵정보연구소와 정의당 초대로 한국에 왔다.

한국에 온 그의 일성은 '양산 활성단층 지진대위의 핵발전소가 위험하다'였다. 그리고 그의 방한 목적은 '경주지진이 얼마나 위험한지에 대한 경고'를 위해서다.

히로세 다카시(이하 히로세)는 공대를 졸업하고 전자회사에서 일하던 반도체 기술자였다. 수질오염 등 공해 문제에 관심이 컸던 이유로, 회사를 그만두고 의학 쪽 번역전문가로 변신하게 된다. 이런 과정에서 방사능 문제를 알게 된 히로세는 외국 자료들을 토대로 방사능 위험성을 알리는 소논문을 만들어 출판사를 찾았다. 그러나 때는 핵발전 추진 전성시대였으며, 핵발전이 꼭 필요하고 무해한 것인 줄만 알던 시절이었다. 당연히 출판사는 그를 '이상한 사람' 취급했고, 그의 걱정과 고민은 깊어갔다. 그런데 바로 이듬해인 1979년, 미국 스리마일 핵발전소 5등급(최고 7등급) 사고가 터졌다.

후쿠시마사고가 발생하기 27년 전인 1989년, 히로세는 <원전을 멈춰라>(원제 '위험한 이야기')를 써냈다. 그는 "일본에서 현재 원전 36기가 가동 중인데 후쿠시마현에만 자그마치 10기가 있다. 여기서 해일이 일어나 해수가 빠져나가면 멜트다운 될 수도 있다"고 밝혔다. 그리고 그의 '예언'대로 2011년 3월11일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핵발전소 폭발사고가 터졌다.

9월12일 기상청관측 이래 최고 강진을 기록한 경주지진, 10월30일 현재 506번이 넘는 여진으로 유라시아판의 안전지대로만 여겼던 한반도는 불안한 일상을 이어가고 있다. 핵발전소는 25기나 돌리고 부산, 울산, 경주 등지에 19기나 몰려있는 핵발전소 인근 30km 안에는 380만 명이 살고 있다. 세계최고의 인구밀집도이다. 2위인 일본은 절반이고 3위인 미국은 1/20이다. 세계최고의 인구밀집도는 세계최고의 피해를 예고한다. 그런데 우리에겐 지진과 지진대위의 핵발전소에 대한 정보가 너무 없다.

▲ 구마모토 지진으로 내려 앉은 아스팔트조각 아래를 위태롭게 바라보는 구마모토 주민. 어제까지 길을 냈던 도로가 지진으로 인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1995년 고베지진, 뒤틀린 지구

방대한 자료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히로세의 책들과 강연은 설득력을 갖고 '히로세신드롬'까지 낳았다. 10월26일 국회의원회관 대강당에서 열린 강연에서 히로세는 "지구가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잊고 있다"고 지적했다. 100년 전 독일 모험가인 베게너는 대륙이동설을 주장했다. 지도를 보면 현재 떨어져 있는 남미와 미국해안선 모양이 퍼즐처럼 들어 맞는다. 즉 대륙이 지구의 역사와 함께 움직인다는 것이다. 히로세는 대륙에서 떨어져 나간 섬나라 일본도 1만년 전에 형성된 것이라고 말한다.

유라시아판, 아프리카판, 태평양판, 호주판 등 4개가 모여 있는 일본은 지진다발지역이다. 2014년부터 최근까지 지진은 한국뿐만 아니라 중국, 아프가니스탄, 네팔, 대만, 미얀마, 이탈리아 심지어는 프랑스까지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히로세는 2004년 지구의 큰 힘이 작용하고 있어서 대지진이 온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해 연말 진도 9.0규모의 인도네시아 수마트라 지진과 2008년 진도 7.8규모의 중국 스촨 대지진이 일어났다.

히로세는 "나는 결코 예언자가 아니다"고 한다. 많은 언론들과 사람들이 그를 마치 예언가처럼 보고 있지만, 이는 지구의 움직임을 보면 당연히 알 수 있는 지극히 상식적이고 과학적인 주장이라고 말한다.

히로세는 5년 전 동일본 대지진과 올해 4월에 발생한 구마모토 지진, 10월에 발생한 돗토리현 지진은 일본의 지진대인 중앙구조선에 위치한 지역이라고 말한다. 또한 지구가 25년 전 고베지진을 시작으로 전체적으로 뒤틀렸다가 펼쳐지는 중에 발생한 지진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활성단층에서만 지진이 일어난다는 것은 착각이며, 지진대가 있지 않는 곳에서도 발생하는데 바로 1995년 고베지진이 그 대표적인 사례다.

경주지진, 내진설계 무색한 내륙직하형

히로세가 가장 강조한 것은 경주지진은 내륙직하형 지진이라서 더욱 위험하다는 것이다.

동해안 쪽에 179km 양산활성단층 위에 핵발전소가 몰려있다는 사실은 끔찍한 핵재난을 예고한다. 후쿠시마 핵발전소 사고가 10기 중 그나마 4기의 폭발에 그친 것은 진원지가 바다였고 후쿠시마 내륙까지는 137km의 거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지진 감지 후 핵분열을 제어하는 제어봉시스템을 작동시킬 수 있었다.

그러나 경주지진은 내륙에서 일어났고 수평흔들림이 아닌 수직으로 흔들리는 직하형이기 때문에 더욱 위험하다. 땅속 흔들림인 P파와 사람이 인지할 수 있는 수평흔들림 S파까지의 시간이 1~3초로 거의 동시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핵분열을 멈추는 제어봉을 삽입할 시간도 없이 폭발해버린다는 것이다. 또한 후쿠시마는 137km인데 반해, 월성핵발전소 4기는 경주로부터 27km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이번 경주지진 당시 지역주민들에게 8분후 문자알림이 왔고 1시간 후에 관련뉴스가 보도됐다. 1~3분 사이에 상황이 종료되는 지진에 대해 정부당국의 대응은 느리고 나태하기까지 하다.

상하움직임 중력가속도인 980갈을 넘어서면 지상에 있는 물체는 허공에 떠버린다. 아무리 견고한 구조물도 허물어져 버리고 만다. 한국 핵발전소의 내진설계 기준으로 0.3g을 정한 것은 턱없이 낮은 기준이다. 일본은 95년 고베 지진과 후쿠시마 지진을 거치면서 내진 기준을 최대 2.34g으로 높인 바 있다. 그러나 최근 재가동에 들어간 센다이 핵발전소는 내진 성능이 0.63g에 불과해 직하지진을 당하면 붕괴될 위험성이 높다고 지적하며 우려하고 있다. 한국은 그보다 한참 낮은 0.3g이다.

핵발전소를 멈춰라.

2016년 10월 30일 기준 이 작은 한반도에는 25기의 핵발전소가 있다. 특히 양산활성단층대 위의 핵발전소는 19기다. 그리고 최근 불과 2달만에, 경북 경주의 여진 506회를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사실만으로도, 우리 사회가 직면해 있는 거대하고 참담한 위험을 느낄 수 있다.

지진과 핵발전소 재앙은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히로세는 한국에서 핵발전소 사고가 날 경우의 시뮬레이션도 제시했다. 만일 사고가 나면 피난을 가려고 해도 길이 막혀 그 사이 피폭이 될 것이고, 지진까지 일어나면 그나마 있던 길이 끊겨서 피난조차 갈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저 꼼짝없이 인류 최대, 최장의 저주라는 방사능 피폭을 당할 수밖에 없다. 그것도 맨몸으로 말이다.

그렇다면 그 끔찍한 그러한 재앙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할까. 안전기준 강화보다는 탈핵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30년 전 체르노빌과 5년 전 후쿠시마는 사고이후 처리가 불가능하고 대책이 없음을 증거하고 있다. 지진과 쓰나미, 핵폭발 사고 당시 그 모습 그대로 손을 댈 수 없는 상태로 남아있다.

한국 핵발전소 가동율은 93%이다.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은 운행율이 세계최고라고 자랑한다. 93% 가동율은 핵발전소를 충분히 점검하고 수리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위험율은 더욱 높아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수원은 하루 운전으로 벌어들이는 돈만 셀뿐 국민들의 안전은 뒷전인 모양이다.

히로세는 자연의 경고를 들으라고 호소한다. 일본은 후쿠시마 사고 이후 정지했던 54기 중 최근에 센다이와 이카타 핵발전소를 슬며시 재가동했다. 히로세는 연말 안에 2기의 핵발전소를 꼭 멈춰서 세계핵발전 경제고리를 하나 깨뜨리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그 파급효과를 희망삼아 한국도 하루빨리 핵발전소를 멈추게 하자고 눈물로 호소한다. 전기가 남아돌아 핵발전소보다 6기나 더 많은 용량을 갖는 가스발전소를 놀리고 있는 지진대위의 한국. 오늘도 우린 가까스로 사고 없는 하루를 보냈을 뿐이다.

멈추자 핵발전소!

   
▲ 이태은 교도/원불교환경연대 사무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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