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화니 대표 / (주)핑크로더 공정여행사
 
요즘 등산 가기 좋은 계절이다. 등산이 힘들다면 산책하는 것보다는 조금 빠른 정도로 걷는 트레킹도 좋다. 느긋하게 풍경을 즐기고 싶은 사람들이 좋아하는데 부산에도 트레킹하기 좋은 곳이 많다.

걷기 열풍이 불면서 유명해진 제주에 올레길이 있다면 부산에는 '갈맷길'이 있다. 총 9코스가 있는데 산, 철길, 저수지, 바다 등 빼어난 자연환경을 자랑하는 곳이 많다.

그 중에서 몇 군데 꼽자면 용호동 이기대, 기장해안, 영도절영해안산책로, 송도해수욕장, 회동동 수원지, 미포철길 등이 있다. 만약 갈맷길만 전체 코스를 걸어보고 싶다면 '갈맷길협동조합'의 종주 프로그램에 참여해보길 권한다. 초보자들에게도 든든한 길잡이가 되어준다.

부산은 특히 바다가 많다 보니 해안 산책로가 많은데 그 중 하나인, '이기대 해안산책로'를 소개한다.

이기대 하면 일단 기암절벽이 바다와 만나면서 절경을 이루는 곳으로, 갈맷길 중에서도 접근성이 좋아 사람들에게 매우 인기가 많다.

보통 가는 코스는 동생말전망대-구름다리-어울마당-전망대-농바위- 해맞이공원-오륙도 선착장 순서인데, 반대로 가는 것을 추천한다. 왜냐하면 오륙도 쪽으로 갈수록 경사가 급격하게 높아지기 때문이다.

첫 번째 여행 포인트인 오륙도에 대해 알아보자. 요즘 오륙도는 스카이워크가 생겨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다. 스카이워크는 바다 위에 데크가 있고 발아래가 유리로 돼 있어 아찔한 곳이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해파랑길의 시작점이기도 한데, 아침 일찍 바다 위로 떠오르는 일출은 그야말로 멋있다.

스카이워크 걷는 구간이 짧아서 아쉬워 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런 사람들은 최근에 생긴 송도해수욕장의 좀 더 긴 스카이워크를 걸어보기를 권한다.

개인적으로 스카이워크를 걷기보다는 낚싯배를 타고 나가서 등대를 보는 것을 더 좋아한다. 오륙도까지 가도 등대를 보고 오는 사람들은 많이 없다. 등대가 있는 줄 몰라서이기도 하고 어떻게 가야 할지 엄두를 못 내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 이들에게 꼭 등대를 알리고 싶다.

오륙도는 부산항으로 들어오는 관문이다. 부산항 반대편에 태종대와 마주보고 있는데, 이기대와 태종대의 두 등대가 부산항의 문지기 역할을 한다.

바다로 들어오는 배들에겐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시설이다. 요즘은 사람이 없는 무인등대도 많은데 오륙도의 등대는 위치 상으로 중요한 곳이기 때문에 실제로 사람이 근무한다. 등대까지 가보고 싶은 사람들은 낚싯배를 타고 들어갈 수 있다. 배는 낚시꾼들을 방파제나 바위섬에 내려주고 한참 있다 다시 데려오는 시스템으로 돼있다. 간식거리를 가지고 등대까지 가서 소풍삼아 놀다오면 좋다.

아침 일찍 오륙도 근처에 가면 해녀들이 물질을 하는 모습도 직접 볼 수 있는데, 보통 해녀들은 오전에 물질을 하고 오후 12시에서 1시쯤 들어와 해산물을 판매하기 시작한다.

해녀들이 직접 잡은 자연산 해산물을 구입해서 오륙도 선착장 앞 난전에서 먹는 것도 별미다. 오륙도 뿐만 아니라 이기대 어울마당 근처에도 해녀들의 쉼터로 쓰이는 해녀막사를 볼 수 있다.

이기대 근처에는 오륙도에서 가까운 신선대가 있는데 오솔길을 따라 조용히 한바퀴 돌기 좋다. 신선대 하면 컨테이너 부두가 유명한데, 크레인들이 움직이고 야간에 작업하는 모습을 보면 신기하다.

도로를 따라 야간에 드라이브 코스로 가보길 추천한다. 이기대를 걷다보면 중간에 철책을 만날 수 있는데 오랜 세월 군사보호구역이었다는 걸 알려주는 증거다. 다이내믹한 바다를 옆에 두고 걷는 즐거움이 좀 지겨워질 때쯤, 쉬어갈 수 있는 넓은 어울마당이 나온다.

간식이나 도시락을 까먹고 자갈해안에서 돌맹이도 던져보자. 한참 놀다 다시 걸으면 구름다리와 동생말전망대가 나오는데 이곳에서 광안대교를 보며 하루를 마무리하면 알찬 여행이 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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