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김달수 교도 / 창원교당
오늘 새벽도 여느 때와 같이 동네 앞 야산(등면산)에 올랐다. 제법 공기가 쌀쌀하여 옷깃을 세운다. 이렇게 다닌 지 10여 년이 지났다. 봄·여름·가을·겨울 웬만하면 사계절을 구분없이 산을 오른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하나는 몸을 가눌 수 있을 때까지 육신을 움직일 수 있도록 체질변화를 시키기 위해서다. 또 하나는 오솔길 따라 걷노라면 길섶 이름 모를 풀과 아름다리 처진 소나무, 쭉쭉 뻗은 대나무들이 소리를 내며 반겨주고 산 너머 바위들이 모인 자리 틈 아래 한 평 남짓의 넓적바위가 있어 기도·좌선하기에 너무 좋아 산에 오른다. 신선한 공기는 덤이다.

10년 전! 원기91년 4월27일 원불교 청운회는 향후 원불교 교단의 10년 후를 위해 우린 무엇을 준비할 것인가 고뇌하다가 9인 선진과 같이 우리 청운인도 기도의 정성으로 천지의 감응을 얻어 다가오는 원기100년! 새로운 도약을 위한 정신개벽을 준비하기 위해 100년 성업대정진기도를 결의했다. 100년 성업대정진기도는 교구별 릴레이 형태로 13개 교구가 내륙간 또는 바다를 건너 이관식을 하면서 4개 단체(봉공회·여성회·청운회· 청년회)가 합력정성으로 진행됐다.

경남교구에서도 중앙청운회의 진행 프로세스에 맞춰 대정진기도를 시작했다. 당시 경남교구 청운회장이었던 나는 교구 내 4개 단체장과 협의, 원각성존 대종사의 정신개벽이념을 실현하기로 다짐하고 결연히 시작했다. 그러나 10년이란 긴 세월 속에 어디 그 최초의 혈성이 지속될 수 있었겠는가? 2, 3년간은 힘차게 진행되는가 하더니 그 후론 교도들 간에도 끝까지 이루어 낼 수 있을까? 하는 회의에 찬 목소리도 나오고 어떤 때는 몇몇 교당에서는 한두 명이 기도에 참가해 기운 빠지는 넋두리만 하는 등 많은 어려움이 계속 되어져 갔다. 하지만 경남교구 4개 단체장은 합심 단결해 이때를 당해 낙망하고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주저 않는다. "어떤 일이 있더라도 교당별 대정진기도의 촛불이 꺼져서는 안된다" 하면서 서로 마음을 모았다. 그리고 4개 단체의 합력을 조직적으로, 효율적으로 도모하기 위해 경남교구 4개 단체 협의회를 구성해 운영했다.

이렇듯 단체장과 각 단체임원들은 서로가 서로를 격려하며 분발심을 일으켜 세우며 기도의 촛불이 꺼지지 않도록 지속시켜갔다. 여기에는 이근수 전 원불교청운회장이 전국의 교구별 이관식, 회향식에 빠짐없이 참석하면서 무수한 역경들을 이겨내는 과정의 눈물겨움을 발표하고 독려하는 정성이 큰 힘이 됐다.

교구, 각 교당의 대정진기도 참석의 열기가 식어질 때면 나는 더욱 분발해 청운회 선후배들에게 협조도 요청하고 여타 단체장에게도 동참도 요구하며 더욱 힘차게 나아갔다 "우리가 시작한 원불교100년성업 대정진기도를 중도에 중단하면 또 다른 무엇을 이루어 내겠는가?"라는 사명감으로 일관했다.

그리하여 청운회가 결성되지 못한 교당의 교무님과 교도회장님을 전화 또는 직접 찾아가서 청운회의 결성을 부탁하고 지구교당은 물론 여타 청운회가 미결성된 교당에도 대정진 기도에 함께하면서 기도참여의 협조와 아울러 청운회 결성을 위해 정성을 다했다. 그 결과 교당 청운회의 발족도 특히 대구경북교구와 부산울산교구와 합동 산상기도를 함으로써 영남지역 원불교인의 단합과 지역교화의 기치를 더 높여가는 사업을 추진하는 등 교구청운회장의 소임을 적극적으로 수행했다고 회고해 본다. 원불교100년성업 대정진기도의 결실은 재가출가 모두가 하나되어 이룩해 낸 파수공행의 결과이며 원불교의 기쁨이라 감히 자부해 본다.

나는 대정진기도 중에 감내하기 어려웠던 역경을 당하게 됐다. 이해할 수도 없는, 용서 할 수도 없는 질곡의 시간들이 나에게 고통과 번민으로 엄습해 견디기 힘든 나날들이 지나갔다. 기도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소태산 대종사를 찾지 않을 수 없었다. 법신불 사은전에 기도를 올리지 않을 수 없었다. 오랜 기도 생활 속에서 기도의 참 의미를 알게 됐으며 나 이외의 다른 어떤 상대에게 원인을 찾지 말고 모든 것이 나로 인해 비롯됨을 알았다. 나의 마음 작용에 따라 변하는 이치를 확연히 알게 되었으니 대참회의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리고 소태산 대종사님의 따스한 어루만짐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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