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제임스 퍼슨 / 우드로 윌슨센터 조정자
지난 수년간 미국은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단독 혹은 다자적 경제제재를 동원해왔다. 또한 북한의 이웃국가이자 최대의 교역 상대국인 중국엔 자체적 대북 영향력을 통해 중국에도 위협이 되는 김정은 정권의 도발 행위를 막을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어떠한 전략도 성공하지 못했다. 북한은 탄도미사일 및 폭탄 실험에서 매번 성과를 거두고 있고, 심지어 핵탄두 소형화 부문도 진척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 제2270호에 의해 강력한 경제제재가 도입된 지 6개월여가 지난 현재, 북한은 여전히 단호한 태도를 고수하고 있다. 경제제재가 곧장 효과를 발휘할 것이라는 소수 의견과는 달리 유난히도 북한에서만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북한의 지도부는 지구촌 경제에 합류하는 방안 대신 경제적 고립을 택하며, 독자노선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주의 진영의 경제권과도 교류하지 않고 있다.

대북 경제제재의 제한된 효과의 배후에는 중국의 보호에서도 원인이 있다. 중국의 지도자들은 자신들이 북한을 상대로 지닌 제재수단을 양날의 검으로 여긴다. 지속적인 압박은 북한의 국가 및 사회 차원의 붕괴를 초래하고 이는 곧 북한 난민이 중국의 동북 지역으로 유입되는 결과를 낳는다. 북한의 몰락은 미국과 동맹관계인 통일 한국을 국경에서 대치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중국 입장에서 이러한 상황은 북한이 핵무기를 운용하는 나라로서 중국의 완충지대 구실을 하는 경우보다도 위협적이다.

미국의 대북전문가들은 북한이 중국에 종속되었다는 점을 과장하여 부각해온 바 있다. 그러나 윌슨 센터가 공산권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의하면 지난 수십여 년이 넘도록 북한은 중국을 자국의 자주성을 무시하는 침략세력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따라서 중국이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길 기대하는 것은 중국이 분개하는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는 격이다. 중국의 관리들은 서방의 이러한 요구를 수용한다면 북한이 더욱 적대적으로 반응할 것이라는 사실을 직시하고 있다.

현재 미국의 구상은 실정과 동떨어져 있다. 경제제재는 북한의 지도층을 설득시켜 회담을 성사하기 이전에 거쳐야 할 철저하고 증명할 수 있는 비핵화를 이뤄내기에는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리는 수단이다. 또한, 이를 위해 중국이 어떠한 방법도 가리지 않고 전적으로 나설 것을 기대할 수도 없다. 계속되는 북한의 핵실험은 핵무기 프로그램이 진전하고 있음을 암시한다. 북한은 미국의 우방국이나 해당 지역의 미군 부대, 심지어는 미국 본토를 타격할 수 있는 핵탄두 대량 생산화에 접근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북한이 1974년 이후로 줄곧 미국과의 회담을 시도하고 있다는 중대한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북한 정권이 미국의 무력을 이유로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정당화하고 있는 사실을 고려하면 오직 미국만이 북한의 안보문제를 온전히 논할 수 있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미국은 유연성 있는 자세를 취할 필요가 있다. 북한의 지도부가 이라크 전쟁과 NATO의 리비아 개입을 지켜보며 얻은 교훈은 어떠한 고립된 국가도 핵 억제력이 없이는 그 안위를 보장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미국의 B-1 폭격기가 비무장지대를 따라 비행하고 미군의 군함과 잠수함이 북한 영해 인근에서 활동하는 방식의 무력시위는 북한의 위기의식을 악화시킬 뿐이다.

따라서 우리는 한반도 비핵화를 장기적 목표로 삼는 한편 미국이 자체 영향력을 활용하여 북한과의 회담을 통해 북한 내 모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과 국제 원자력 기구(IAEA) 감시단의 복귀를 목적으로 협상할 것을 권한다. 현실적으로 이것은 북한과의 직접적인 대화를 통해서만 이뤄질 수 있는 사항이다.

핵실험 및 장거리 미사일 개발 중단은 시작점에 불과하다. 북한은 이에 동의했다가도 미국의 관심이 분산되자마자 기존 정책으로 회귀한 전례가 있다. 그러나 우리는 북한을 진지하게 여기는 동시에 협의 사항을 위반할 경우를 대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미국 정부는 불완전함의 여부를 막론하고 최근 이란 핵 개발 중단을 끌어냈다.

북한의 무기 프로그램이 중단된다면 차기 행정부는 상당한 외교적 심혈을 기울여 북한의 비핵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이를 위해 미국은 유동적인 입장을 가지고 보상과 처벌의 수단을 운용할 수 있어야 한다. 상당한 진전이 있은 후에는 미국이 한국과의 합동훈련을 중단하고 북한이 오랫동안 요구해온 불가침 협정을 제안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 이러한 방안이 원만히 도입된다면 현재의 비정상적인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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