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법인 교도 / 샌디에고교당
망생활 감사생활로 돌리는 마음공부
동전 바꾸러 온 손님에게 오히려 감사
작은 베풂이 좋은 기운으로 돌아와


올해 초 한국에 있는 어머니에게 전화를 했다. "지금 어디세요?", "절이다."

식구들과 함께 있지 않고 왜 혼자냐고 했더니 식구들은 제주도여행을 갔다고 한다. 나는 어떻게 엄마를 혼자 두고 여행을 갈 수 있는지 올케가 원망스러웠다. 2주일간 씩씩거리면서 가만히 생각해보니 올케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 생각하니 올케에게 미안하고 고마웠다.

한번은 한국에 있는 친구가 전화가 왔다. 딸이 LA에서 대학원 공부를 하고 있는데 머잖아 한 번 보자는 내용이었다. 오랜 친구가 온다고 하니 한편으로는 수다 떨 생각에 신이 났다가도, 한편으로는 내 얼굴에 주름살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다 정신을 차려보니 주름은 없어도 찡그리는 것보다, 주름은 있어도 잘 웃는 내 얼굴이 더 예쁘지 않나 하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게 됐다. 이는 원망할 일이 있을 때마다 감사한 마음으로 돌리는 유무념 공부가 도움이 됐다.

가게를 운영하다 보면 1불이나 2불짜리를 들고 와서 25센트 동전으로 바꿔달라고 하는 사람이 많다. 한두 사람이면 문제가 없는데 가게 근처에 버스정류장도 있고 놀이기구도 있다 보니 하루에 10명 이상 요구해 올 때도 있다. 그럴 때면 잔돈을 바꾸기 위해 은행에도 자주 가야 하고 가게 문 열기도 바쁜데 은행에 가서 줄서서 기다리는 게 귀찮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내 기분이 좋으면 잘 바꿔주고 내키지 않으면 없다고 한 적도 있다.

그런 내게 남편은 좀 귀찮더라도 잘 준비해서 바꿔주자고 한다. 귀찮긴 하지만 모처럼 착하고 성숙된 생각을 하는 남편이 기특해서 순순히 동의를 했다. 그 후로 쉽게 잘 바꿔주는 가게라는 인식이 박혔는지 잔돈 바꾸러 오는 사람들이 점점 더 늘었다. 게다가 은행은 인건비를 줄인다고 자동인출기를 늘리고 사업자용 창구를 없애는 바람에 동전을 바꾸려면 더 오래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거기에 더 짜증스러운 것은 옆 가게들이 동전 바꾸러 오는 사람들을 죄다 우리 가게로 보내는 것이었다. 열이 욱하고 올라왔지만 남편과의 약속을 지키기로 했다. 대신 내가 수고해서 바꿔온 잔돈이니 고맙다는 말을 들고 싶었다. 그렇게 생색을 내기 시작하니 바꿔주는 재미가 없어졌다. 마음이 불편하니 여러 가지 원망심이 났다.

착한 척하는 남편도 원망스럽고, 물건도 안 사면서 동전만 바꿔가는 사람도 짜증나고, 자기들 편하자고 우리 가게에 동전 손님을 보내는 옆 가게 주인도 원망스러웠다. 괴로운 생각이 마음에 가득 차오르니 감사생활을 해야겠다는 다짐이 섰다. 우선 스스로에게 살다보면 원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인정했다. 나이도 남부럽지 않게 먹고 교당도 다니는 내가 원망하는 마음을 가져서야 되겠는가 하는 자책과 자아비판은 필요 없었다. 원망심이 나오는 것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하지만 원망심 나는 그 마음을 들여다보고 '아하, 이런 상황에서 나는 이런 마음이 나는구나' 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였다. 그리고 감사한 마음으로 돌렸다. 하지만 이게 자연스럽게 원망하는 마음이 감사한 마음으로 돌려지지는 않았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유무념 공부였다. 우선 교전에 나온 스승님의 법문을 새겼다. 먼저 대종사님은 "자타의 관념을 초월하고 오직 공중을 위하는 본의로만 힘쓴다면 일은 자연 바른대로 해결되리라(<대종경> 서품 9장)"고 하셨고, 정산종사님은 "마음으로만 남을 위하여도 복덕이 되나니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마음만이 아니고 비록 아주 작은 것이라도 내가 직접 실행을 하면 얼마나 큰 공덕이 될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그때 정산종사는 내게 "언제든지 은혜를 입혔다는 상이나 해 입었다는 상을 없애고 항상 자신의 덕 미침이 부족함을 살피라(<정산종사법어> 원리편 22장)"고 하고, 대산종사는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남에게 미루면 그 힘과 복이 그 사람에게 옮겨 간다"고 말씀해 준다.

그러고 보니 감사하게도 내가 옆 가게 복까지 다 얻게 생겼다. 동전 바꾸러 오는 사람들이나 우리 가게로 보내는 옆 가게 주인들을 생각해 보면 모두 나를 공부시키기 위해, 내가 복 지을 수 있게 도와주는 사람이었다. 감사한 인연이었다.

동전을 바꿔 줄 때마다 듣고 싶었던 "고맙다"는 말도 사실은 내가 들어야 할 소리가 아니고 진심을 다해 내가 그들에게 해야 할 말이었다.

대산종사는 "세상에서 제일 잘 사는 것은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큼이 없고, 세상에서 못 사는 것은 해독을 발견하여 원망생활을 하는 것보다 더 큼이 없다"고 했다. 나는 앞으로도 감사하는 마음으로 세상에서 제일 잘 살고 싶다.

나의 이러한 유무념 공부의 결과는 남편의 말에 의하면 "우리가 굳이 가게를 선전하려고 하지 않았는데도 좋은 기운이 몰려오는 것 같다"고 한다. 감사생활 유무념 공부를 놓치 말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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