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순신 장군의 한산도 대첩을 들은 선조는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선조는 "과연 이순신은 천하의 명장이다"며 정일품에 제수하려 했다. 그러자 서인(西人)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그만한 공에 정일품을 제수해서는 안된다는 논리였다. 이들이 이순신의 대승첩을 기뻐하지 않는 이유는 간단했다. 동인(東人)인 유성룡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조선시대의 임진왜란은 국가가 생멸기로에 처한 위기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파싸움에서는 국가와 백성의 안위보다 당파 이익이 먼저였던 듯 하다. 이러한 당파 이익 우선주의는 오늘날 정치도 그대로 나타난다.

제20대 국정감사는 초반부터 여당의 보이콧(boycott)을 시작으로 일주일만에 재개되나 싶더니 이틀 지나자 다시 파행됐다. 민생은 안중에 없고 정당에 의한, 정당만을 위한, 상대를 이겨야 사는 정쟁으로 흘러가는 형태는 어떻게 그때나 지금이나 비슷한지 모르겠다.

소태산이 병든 사회를 진단한 두 번째 원인이 '원망의 병'이었다. 그는 "개인·가정·사회·국가가 서로 자기의 잘못은 알지 못하고 저 편의 잘못만 살피며, 남에게 은혜 입은 것은 알지 못하고 나의 은혜 입힌 것만을 생각하여, 서로서로 미워하고 원망함으로써 크고 작은 싸움이 그칠 날이 없나니라"(<대종경>교의품34)라 했다.

그동안 미국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고 대북제재를 강행했지만 북한은 최근 ICBM 개발 등을 이뤄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최근 미국 <뉴욕타임즈> 등 주요 언론과 미국외교협회 등은 북한제재에서 '대북정책 전환'을 말하며 북한과의 대화국면을 조심스레 예상하고 있다. 미워하기만 해서는 싸움 그칠 날이 없기 때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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