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19-09-10 15:06 (화)
원불교 장묘문화의 변천과 과제
원불교 장묘문화의 변천과 과제
  • 강법진 기자
  • 승인 2016.10.14
  • 호수 18118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 익산 왕궁에 위치한 (재)영모묘원은 총면적 350,000㎡로 14,000여기의 묘지 수용이 가능한 규모다.

장묘문화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삶과 죽음에 대한 태도를 보여주는 그 지역의 전통풍습으로 이어져왔다. 현대적인 종합장례시스템을 갖춘 스페인, 빼어난 자연 경관과 조화된 묘지문화를 자랑하는 스웨덴과 스위스, 세계 유일의 묘지 도시 콜마를 둔 미국 샌프란시스코, 풀밭 위에 아무런 표식도 없이 유골을 흩뿌리는 유럽의 산골 등 장묘문화는 추원보본의 사상을 매개로 각각 그 전통을 생산해 냈다.

한국에서 자생한 원불교도 초창기에는 한국의 전통 장묘문화에 따라 묘지를 사용했다. 하지만 대산종사의 유시로 원기71년 익산 왕궁에 '영모묘원'을 설립하고 이후 화장(봉안)과 화장 후 매장(자연장) 문화를 섭렵하며 장묘문화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왔다. '영모묘원'을 통해 본 원불교 장묘문화의 변천과정 그리고 앞으로의 과제를 짚어본다.

영모묘원 설립

전북 익산시 왕궁면 호반로 173-45에 위치한 재단법인 영모묘원은 전라북도로부터 공식 허가(원기65년)를 받고, 2년여 공사를 거쳐 원기70년 4월 완공했다. 총면적 350,000㎡로 14,000여 기의 묘지를 수용할 수 있는 규모이며, 현재는 8천여 기가 안장돼 있다. 익산 왕궁 영모묘원이 설립되기 전, 주산종사를 비롯한 교단 초기 전무출신과 재가 교도들의 묘소는 현 이리자선원 터인 알봉 공원묘지에 있었다. 영모묘원이 완공되자 40여 년 동안 교단의 첫 공원묘지 역할을 해온 알봉묘지를 정리하고 전부 이장했다.

대산종사는 일찍이 제자들에게 동·서양의 장묘문화를 답습하게 한 뒤, 영모묘원을 설립하고 납골당 설립까지 유시했다. 대산종사 수필집에 의하면 영모묘원 초대 원장으로 부임한 신제근 교무에게 원기78년 2월에 "납골당 건설을 하루바삐 서둘러 해야 한다. 누가 무엇이라 해도 상관하지 말고 이 일을 빨리 추진하라. 그리고 납골당 이름을 '대원사당(大圓祠堂)'으로 정하도록 하라"고 당부했다.

대산종사의 이러한 뜻은 영모묘원 표어로 지정돼 후대에 전해지고 있다. 원기70년 4월16일에 대산종사는 "일원주의는 대세계주의요 일원사당은 대세계 사당이니 천불만성과 전 선영, 전 생령을 위한 숭덕존공의 대불사요 대불공이다"고 설했다. 이렇듯 (재)원불교 영모묘원은 일원주의 사상에 바탕하여 세계 인류 공영에 이바지한 공도자 숭배와 일반 조상들을 봉대하는 대세계 사당으로서 후손들로 하여금 충효의 정신을 고취시키는 교육·문화공간으로 자리하고 있다.

평장묘지, 삶도 죽음도 평등하게

영모묘원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립된 봉분 없는 평장(平葬) 공원묘지다. 원기75년 평장을 하게 된 연유를 묻는 교도에게 대산종사는 "교단 초기에 대종사님의 아들이 작고했는데 대종사께서 평장을 하라고 했다. 많은 사람들이 반대했지만 결국 평장을 했다. 그것이 기연이다"라고 교조의 뜻을 면면히 전했다. 이어 덧붙이기를 "앞으로는 묘지도 일정 기간이 지나면 납골당에 모셔야 한다. 10여 년 전에 납골당을 하려고 했는데 대중의 인식이 그에 미치지 못해 그냥 뒀다. 앞으로는 납골당을 해야 한다"고 부촉한 바 있다.

대산종사의 뜻에 따라 교단은 원기82년 5월에 대원전(봉안당)을 건립(연면적 3532㎡, 6000여위)하여 매장문화의 폐습을 개선하는 데 선도적 역할을 해왔다. 영모묘원에는 현재 명절을 포함해 한 해 10만여 명의 추모객들이 방문한다. 5월 특별천도재와 추석향례를 통해 추원보본의 사상을 널리 선양하고 있다.

▲ 식운릉은 전무출신 자연장을 나타내는 표지석이다.

자연장 도입과 앞으로 과제

자연장은 2008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게 된다. 자연장이란 화장한 유골의 골분을 수목, 화초, 잔디 등의 밑이나 주변에 묻어 장사하는 장례방식이다. 자연을 훼손하지 않고 고인을 자연 속으로 모시는 친환경적인 장묘형태로 현재 떠오르고 있다. 영모묘원은 원기95년 법타원 김이현 종사의 자연장이 첫 시작이었다. 이후 8·9묘역 위에 일반인들을 모시는 잔디형 자연장과 전무출신 시신시증자를 위한 정원형 자연장이 있고, 전무출신을 위한 잔디형 자연장이 도올 선생이 지은 '식운릉' 비석을 주위로 조성됐다.

올해 부임한 영모묘원 이현덕 원장은 "스승님들의 뜻을 이어 이곳을 세계적 공원화 단지로 만들어야 한다. 30년이 흐르다 보니 축대도 다시 보수해야 하고 앞으로 이곳 자연장과 대원전(납골당)을 인연으로 세계인들이 찾는 추모공원으로 조성해야 한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한편 이곳 시대산은 대산종사 기도터가 자리해 있어, 최도운 교무가 영모묘원을 재직할 때에 추모명상치유길 3코스를 개발하기도 했다.

교단에서는 현재 영모묘원 외에도 논산시 벌곡면에 '재단법인 무궁화공원랜드'(가칭)를 추진 중이다. 앞으로 공원묘지를 확장해감에 있어 교단의 장묘문화 정립과 추모공원화 사업에 대한 구상을 체계화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