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불교생사학연구소 설립을 제안한 최도운 교무.
현대인들은 죽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수록 삶에 대한 물음도 깊어졌다. '어떻게 살아야 아름다운 삶인가' 하는 문제가 사회전반에 깊숙이 파고들고 있다. 종교계에도 예외일 수 없다. 불교 능인선원은 '아름다운 삶 임사체험' 1박2일로 죽음을 가상체험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 중이다.

원불교에서는 최도운 교무가 지난 6년 동안 영모묘원에서 근무하며 500여 명에게 '죽음준비교육과 생사체험프로그램'을 진행했다. 프로그램은 죽음강의, 명상체험, 유언서작성 및 낭독, 명로·진공·입관체험, 감상나누기 등으로 4시간 동안 죽음을 맞이하는 체험훈련으로 기획됐다. 그는 "이 프로그램은 부모자녀 갈등완화에도 매우 효과적임이 훈련 평가를 통해 나타났다. 특히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바라는 점을 나눈 뒤, 함께 손을 잡고 유언서를 쓰고 임관체험을 하면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갈등을 해소해 간다"고 설명했다.

최 교무는 "죽음은 삶의 과정 중 하나이고 누구나 한 번쯤은 겪게 되는 단계다"며 "죽음을 준비하지 않으면 일을 당하여 창황전도하게 된다. 생애 주기에 있어 죽음준비교육과 생사체험은 꼭 필요한 교육이다. 죽음에 대한 공포에서 벗어나 생로병사를 하나의 과정으로 인식할 때 서로가 서로를 위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된다"며 '생로병사 체험관' 건립을 제안했다. 최 교무의 이러한 주장은 그의 삶 전반에 걸친 생사에 대한 경험과 자각이 밑받침한다.

그는 어릴 적, 두 번이나 생사의 갈림길에 맞닥뜨린 경험이 있다. 그때부터 '죽음이란 무엇일까, 삶과 죽음이 순식간이다'는 자각을 했다. 그러던 중, 원광고등학교 입학을 계기로 원불교를 알게 됐고, 친구 박세훈 교무의 권유로 전무출신의 길에 들어섰다.

출가한 스무 살 무렵부터 그는 줄곧 '죽음'에 대해 파헤치면서 학사·석사·박사 논문을 '죽음과 장묘(장례)문화'를 주제로 연구해왔다. 현재는 '원불교 장묘문화의 방향에 대한 연구'로 원광대학교 일반대학원 불교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하고, 재정산업부에서 근무 중이다.

그는 교단의 장묘문화에 대한 소고를 통해 '생로병사 체험관' 외에도 두 가지 제안을 덧붙였다. 하나는 '장묘박물관' 시설확충이며, 또 하나는 원불교의 생사관에 바탕한 '생사학연구소' 설립이다.

최 교무는 "6년 전, 영모묘원에 발령을 받았을 때 나름의 장묘문화를 만들고 싶다는 서원을 세웠다"며 "장묘박물관의 역할은 참배객이나 관광객들에게 늘 열려 있는 공간으로 활용해 사람들이 죽음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도록 돕고자 한 것이다"고 말했다.

그가 꿈꾸는 장묘박물관은 과거 조상들의 장례 모습을 재현시키고, 장례 변천사를 통해 시대가 변해도 효 사상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일깨우는 교육장으로서 역할을 기대한 것이다. 또한 세계 각국의 장묘문화를 전시하고, 각 종교의 생사관 및 장례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죽음이 단지 두려움의 대상은 아니라는 것을 알려주고자 했다.

최 교무는 현재 국립대전현충원 연구위원, 한국장묘문화범국민협의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삶과 죽음에 대한 오랜 연구를 통해 그는 교단이 '원불교생사학연구소'를 조속히 추진해 갔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다.

그는 "원불교생사학연구소 추진 제안은 인간의 생사 전반에 관련한 다양한 분야를 연구하여 아름다운 삶과 죽음에 대한 방향을 제시하자는 데 목적이 있다. 어르신의 복지와 의료, 호스피스, 임종, 장례와 장묘문화 그리고 죽음에 관한 대안을 연구하는 곳이어야 한다"며 "소태산 대종사는 '잘 죽는 사람이라야 잘 나서 잘 살 수 있다'고 했다. 죽음을 맞이하는 연습은 현재를 더욱 가치 있게 만들어 행복한 삶을 살기 위한 방법이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연구가 학계를 통해 교류되고 노하우를 축적해 가는 한편, 원불교 교리를 중심으로 대안을 제시하고 시대에 맞는 장묘문화를 선도해 가길 염원했다. 그는 "교단의 미래지향적 장례·장묘문화를 선도해갈 '생사학연구소'는 교화에도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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