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름달 같이 편안한 도량을 꿈꾸다

▲ 성주삼동연수원 정문 앞으로 2차선 도로가 새로 뚫리면서 도량의 접근성이 수월해질 전망이다.
경상북도 성주군은 심산 김창숙(독립운동가·교육가) 선생을 필두로 올곧은 선비들을 많이 배출한 고장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세종대왕자 태실을 비롯해 3곳에 태실묘 자리가 있을 정도로 빼어난 명당이 많은 곳이 성주다. 김천시를 거쳐 성주군으로 향하는 동안 '원불교는 평화를 원합니다', '사드 말고 평화' 등 성주성지 수호에 대한 현수막이 각 교구의 이름으로 게시돼 있어 사드배치 철회 운동이 현재 진행형임을 말해줬다. 도로변 참외 비닐하우스는 내년 농사를 위해 밭갈이와 비닐교체 작업이 한창이다. 트랙터가 분주히 움직이며 퇴비와 거름을 흙과 혼합한다.

참외밭 비닐하우스로 에워싸인 삼동연수원은 조금씩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외관으로는 성주2 일반산업단지 조성사업으로 연수원 정문으로 2차선 도로가 새로 뚫리기 시작했고, 새로 조성되는 산업단지의 분양도 완료됐다는 소식도 전해진다. 신앙·수행적으로 다행인 것은 연수원 앞 쪽은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어 산업단지와는 약간 거리를 둔 모양새다.

내적인 변화는 올해 초 성주삼동연수원장 겸 성주교당 교무로 김성혜 교무가 부임하면서 새로운 활로를 모색하고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그는 어느 교역생활보다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연수원을 익히고 알아갈 쯤 성주성지에 사드배치가 결정되면서 사드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대표를 맡고 있기 때문이다. 기자가 연수원을 찾아간 날도 오후4시 투쟁위 정례회의가 있다고 일정을 전했다.

정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으로 마련되다

원기85년(2000) 정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사업으로 박실마을에 대각전, 원불당, 성지순례객 숙소를 건축한 뒤 성주읍 금산리 714번지 37,950㎡의 과수원 부지를 매입했다. 이 자리에 정산종사 탄생 100주년을 기념해 원기86년에 성주원광유치원과 삼동연수원을 개원하게된다.

전통예절관 겸 대법당 230㎡, 본관 927㎡, 식당 221㎡ 등 연건평 1587㎡ 규모로 유치원 포함 총 29억원이 소요됐다. 80여 명이 동시에 숙박할 수 있는 시설이다. 정산종사탄생100주년 기념관 대신 연수원을 건립하게 된 배경은 지역 특성상 훈련 및 연수기관이 필요하다는 의견에 따라 추진된 것이다.


정기훈련 선 도량

'천여래 만보살의 도량'을 표방하고 있는 삼동연수원은 교도정기훈련으로 역량을 심화시키고 있다. 김성혜 삼동연수원장은 "교화훈련부 훈련과장을 하고 있을 당시 훈련기관 연수를 처음으로 진행했다"며 "만덕산훈련원에서 6년을 살면서 동·하선 프로그램을 기획했고, 교도 단계별 훈련도 실시하는 등 훈련 분야에서는 누구 못지않은 노하우를 가지고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학위 논문도 정기훈련 11과목으로 쓸 만큼 이 분야에서는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그는 "김도심 대구경북교구장의 배려로 교구 1일 훈련은 동명훈련원에서, 1박2일 등 숙박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은 삼동연수원에서 진행하고 있다"며 "그동안 다져온 훈련법을 토대로 영육쌍전을 기반한 삼대력 얻는 공부를 집중적으로 훈련하겠다"고 밝혔다. 마음바라보기, 몸바라보기(요가), 좌선을 중점적으로 지도하겠다는 방침이다.

부족한 일손에 힘이 되어 준 것은 강남교당 김성원 교도다. 김 원장의 오빠로 '종이와 연필'이라는 회사를 정리하고 삼동연수원에 기거하며 김창준 도무와 함께 온갖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다. 김 교도는 원문화해설단을 정식으로 수료했을 뿐 아니라 강남교당에서 신입교도 훈련을 10여 년 간 지도한 베테랑 강사다. 그의 열정적인 초기교단사 강의는 교도 정기훈련에서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되어가고 있다.

만평 동산의 보름달 선방

보름달 선방을 기획한 것은 별고을(星州)이라는 명칭답게 밤하늘의 별빛이 아름다워서다. 더불어 소태산 대종사가 태양이라면 정산종사는 달로 비유하는 것에서 착안해 선방을 기획했다는 설명이다. 그만큼 오염되지 않는 청정한 성주의 밤하늘은 누구에게나 치유의 공간으로 열려져 있다. 보름달이 떠도 수많은 별빛을 볼 수 있는 곳이고, 6600㎡이 넘는 억새밭이 펼쳐져 황홀한 분위기를 연출한다. 보름달 선방의 묘미는 양력이 아닌 음력을 기준하기 때문에 일자와 요일이 달마다 바뀐다는 것이다.

또한 보름달빛의 은은함은 만평동산을 새로운 세계로 수놓으며, 억새밭과도 잘 어울려 선정에 들게 한다. 그래서 '내 삶을 축복하는 깨달음으로의 여행'이라는 컨셉트로 108배 정진, 보름달 마중가기, 영주 3번 암송하고 절하기, 보름달 바라보기 등으로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말 그대로 내 삶을 축복하기 위해 하늘기운, 땅기운, 사람의 기운을 그대로 느끼게 한다. 8회 차를 진행한 보름달 선방의 '제호일미'는 곡선으로 꾸며진 억새밭 명상이다. 참가자들은 목탁에 맞춰 영주를 암송하며 한발 한발 곡선의 산책길을 따라 적공의 세계로 빠져 든다. 이렇게 약 40분간의 억새밭 명상을 마치고 연수원 잔디동산으로 돌아와 보름달을 보며 성가를 부르는 것으로 마무리 한다. 자기 삶을 축복하는 시간이라 일반인들에게도 부담 없는 프로그램인 셈이다.


날로 새로워지는 연수원

일단 연수원은 산업단지가 건설되면서 새로운 기회와 도전이 주어졌다. 산업단지에 기업들이 본격적으로 입주하기 시작하면 직원들과 외국인 노동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대책도 강구중이다. 2차선 도로가 나면서 연수원과 인접한 부지의 조경도 관심거리다. 산업단지 관계자들은 연수원이 원하는 방향으로 도로주변을 정리해 쾌적한 환경을 제공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김 원장이 부임하면서 달라진 것은 자급자족을 위한 텃밭 조성이다. 연수원 동산 아래 330㎡ 정도를 텃밭으로 만들어 고구마, 깻잎, 콩, 고추, 가지, 열무, 배추, 상추, 토마토 등을 심었다. 유기농으로 재배하는 채소들은 자급자족을 넘어 훈련 온 교도들에게 제공되고 있다.

김창준 도무는 "시설이 오래돼 손봐야 할 곳이 많지만 정원관리와 숙소청소, 텃밭, 잔디밭 제초작업을 시간 나는 대로 하고 있다"며 "정원은 숲이 우거지면서 제거해야 할 잡목들이 많아졌다. 잡목은 전기톱으로 제거한 후 황토방 장작으로 재활용돼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고 전했다. 그의 말대로 잘 갖춰진 정원이 관리가 되면서 하나하나 제 색깔을 뽐내고 있었다. 연수원 뒷동산의 단풍나무 숲을 비롯해 억새밭의 산책길이 누구나 맨발로 걷고 싶은 길로 변모했다.

연수원은 기존 동·하선 프로그램에 춘선(春禪)·추선(秋禪)을 내년부터 추가해 진행할 예정이다. 11과목 중 한 과목씩 핵심을 짚어주는 원 포인트 훈련으로 집중력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또 2년 전 폐원한 성주원광유치원 건물은 교육관으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원장 1명과 도무 1명으로 훈련을 진행하는 것은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 매일 성주군청 앞에서 기도하는 김성혜 원장.

사드 말고 평화, 선봉에 서다

사드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김 원장도 어느새 사드철회 성주투쟁위원회 공동대표로 이름을 올렸다. 김 원장은 "연수원을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데 사드 문제가 터져 버렸다"며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는데 지금은 원불교를 지역 주민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로 알고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군민과 사회단체장들을 만나면서 지역사회 인적 네트워크 형성과 인지도 향상에 도움이 되고 있다는 뜻이다. '사드 말고 평화 촛불문화제'는 매일 성주군청 주차장에서 열리고 있다. 원불교는 평화교당(천막교당)에서 매일 저녁7시에 사드 배치 철회와 한반도 평화를 위해 기도식을 진행한다. 매일 10~20명이 참석하는 기도회 주관을 성주성지, 삼동연수원, 성주교당, 초전교당, 왜관교당 교무들이 함께 하면서 추운 날씨에 현장을 지키고 있다.
300여 명의 군민들이 참석하는 사드 말고 평화 촛불문화제는 기도가 끝난 뒤 저녁8시부터 1시간 30분가량 진행된다. 전국노래자랑과 같은 분위기로 질긴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촛불문화제는 군민 축제의 장으로 탄탄한 조직을 만드는 데 기여했다. 여기서 김 원장은 촛불문화제 중간쯤 무대에 올라 '대산종사 선요가'를 선보이며 10여 분간 진행해 참가자들의 건강을 책임진다. 투쟁위 공동대표를 맡으면서 그의 보폭도 넓어졌다. 군수나 문화원장, 경찰서장 등을 만나 고소, 고발의 건을 해결하기 위해 대화를 하는 등 중재 역할에 힘을 쏟고 있다. 원불교 성주성지 수호 비상대책위원회에서도 중책을 맡아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중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