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부턴가 갈대는 속으로
조용히 울고 있었다
그런 어느 밤이었을 것이다 갈대는
그의 온몸이 흔들리고 있는 것을 알았다

바람도 달빛도 아닌 것
갈대는 저를 흔드는 것이 제 조용한 울음인 것을
까맣게 몰랐다
ㅡ산다는 것은 속으로 이렇게
조용히 울고 있는 것이란 것을

그는 몰랐다

'갈대'-신경림(申庚林 1936- 시인)

신경림은 민중의 삶에 뿌리박은 서정성과 친숙한 가락으로 리얼리즘을 추구한 시인이라고 알려져 있다. 그러나 초기 시 '갈대'는 인생의 비극이 사회적인 조건이 아니라 존재의 근원에서 나온다는 작품이다. 그래서 시의 바탕에 서린 인간의 슬픈 숙명성이 우리의 서정을 자극한다.

나뭇잎이 시들어 떨어지는 늦가을에 내리는 찬 서리는 자연과 세상의 흥망성쇠를 깨우쳐준다. 북쪽에선 핵실험이 남쪽에선 사드 배치가, 원자로가 밀집된 영남에선 지진이 청와대에선 추악한 부정부패가… 정말 우리들이 집착하는 것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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