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민중은 개·돼지와 같다"고 말한 나향욱 발언이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문제가 됐던 '개·돼지'는 영화 '내부자들'에서 나온 대사로 '민중은 적당히 밥만 먹여주면 다른 문제들에 대해 크게 신경쓰거나 생각하지 않는다'는 의미로 표현한 대사다. 무엇보다 이 나라 교육 정책을 기획하고 책임져야 할 교육부 정책기획관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는 것에 국민 모두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소태산은 병든 사회 다섯째 원인을 '가르칠 줄 모르는 병'으로 지목하며, "세상 사람들 중에는 혹 좀 아는 것이 있으면 그것으로 자만(自慢)하고 자긍(自矜)하여 모르는 사람과는 상대도 아니하려 하는 수가 허다하다"(〈대종경〉교의품34)고 했다. 소태산이 보았던 '모르는 사람과는 상종을 안하려는 사회적 병리 현상'은 오늘날에 와서 민중을 개·돼지로, 그리고 상위1%가 나머지99%를 지배해야 한다는 '신분제 공고화'까지 지우(智愚)에 대한 경멸은 그 추악함이 심하게 뒤틀린 채 모습을 드러냈다.

〈맹자〉 만장상 만장문왈인유언이윤(萬章問曰人有言伊尹)에서 '하늘이 이 백성을 낼 때에는 먼저 안 자에게 늦게 아는 자들을 깨우치게 하고, 먼저 깨달은 자에게 늦게 깨닫는 자들을 깨우쳐 주도록 하였다'는 말이 나온다. 소태산이 "가르칠 줄을 모른다면 그것을 알지 못함과 다름없다"고 한 말씀은 단순 계몽적 차원이 아닌 순리 자연의 대법칙임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정당한 지도력을 잃은 상실의 시대. 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으로 분노한 시민들이 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범국민행동 촛불집회를 열었다. 20만명을 육박하는 인파였다. 이제는 민중이 가르침을 펼치는 세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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