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 / 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어느 깊은 산골 조그마한 암자에서 수행하는 어느 수좌가 간밤에 신령스러운 꿈을 꾸었다. 이 수좌는 자신이 생각해도 믿기지 않을 신령한 꿈이 범상치 않다 생각되어 아침이 되자마자 바로 큰스님에게 달려가 방문을 두드리고는 말했다.

"스님 소인이 간밤에 꾼 꿈이 너무나 신령스러워 얼마나 좋은 꿈인지 스님께 한 번 해몽을 부탁드리러 왔습니다. 한번 들어주십시오"라고 간청했다. 그리고 수좌는 꿈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상세하게 전했다.

행여 좋은 법문을 내려주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더욱 열을 내어 꿈 이야기를 했다. 너무 자세하게 하느라고 시간이 길어졌고 목이 다 마를 지경이었다.

그러나 그런 수좌와는 달리 큰스님은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었다. 꿈 이야기를 다 마치고 수좌는 큰스님에게 자기 꿈이 어떠냐고 조심스럽게 여쭸다. 그러자 큰스님은 한 번 더 해보라고 말했다. 수좌는 한 대목이라도 놓칠세라 더욱 자세하게 이야기를 올렸다. 그러자 큰스님은 또 한 번 더 해보라고 말했다. 수좌는 물을 마시고 잠시 숨을 돌리고 나서 망설이다가 온 힘을 내어 다시 한 번 얘기를 했다. 그러나 큰스님은 또 해보라는 말만 할 뿐이었다.

참다못한 수좌의 입에서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왔다. "큰스님, 힘이 빠져 죽겠습니다. 더는 못하겠습니다." 이 대답을 들은 큰스님은 수좌에게 말했다. "그것 보아라. 꿈이란 그런 것이다. 아무리 이야기해 보아야 허망하고 힘만 빠질 뿐이다. 이제 무몽이 대몽인줄 알았느냐? 어서 가 보아라." 수좌는 이 말씀을 받들고 큰절을 하고 물러났다는 이야기가 있다.

이 이야기처럼 누구나 한번쯤은 허망한 꿈을 쫓으면서 살아간 적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진짜 현실이 될 것처럼 착각에 빠진 사람들은 결국 모든 일에 실패를 보기 마련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이 누구나 자기를 좋게 하려는 한 생각이 없지 아니하나, 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혹은 순리로, 혹은 역리로, 혹은 사실로, 혹은 허망하게 각각 그 지견과 역량을 따라 구하므로 드디어 성공과 실패의 차를 내게 된다고 말씀했다. 그리고 덧붙여 순리로 구하는 사람은 남을 좋게 하면서 자기가 좋아지는 도를 행하므로 한없는 낙원을 개척하게 되고, 역리로 구하는 사람은 자기만 좋고자 하여 남을 해하므로 한없는 죄고에 빠지게 되는 것이며, 사실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락을 이치에 따라 당처에 구하므로 그 성과를 얻게 되고, 허망으로 구하는 사람은 모든 복락을 알 수 없는 미신처에 구하므로 필경 아무 성과를 얻지 못한다고 했다. 수좌도 자기 자신이 꾼 꿈이기에 신령스럽고 좋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그 꿈이 수행하는 데에 있어서 얼마나 중요할까. 깨달음을 구하는 데 있어서 순리와 사실로 적공을 하면 자연히 견성성불을 이룰 것이지만 그 꿈에 취해 수행한다면 결국 허망하게 정법을 깨닫지 못할 것이다.

특히 요즘 세상에는 순리와 사실로 구하는 도가 절실하게 필요할 때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로 인한 밝고 희망찬 앞으로의 세상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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