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이미옥 교도 / 춘천교당
원불교100년성업 대정진 기도는 그렇게 시작됐다. 영모전 광장에 모인 기도인들은 긴 호흡으로 10년을 내다보며 적공에 들어갔다. 13개 교구들에는 정해진 순번에 따라 한 달씩 기도의 행렬을 이어가는 릴레이 기도다.

기도는 단지 개인의 기복만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나, 우리 공동체의 평화와 발전을 기도하는 것이 그 내용이다. 이 기도의 행렬은 햇수로 10년 동안 계속된다. 좌산종법사가 내린 목탁, 죽비, 기원문을 받아든 재가교도 4개 단체들은 교당을 차례로 돌며 릴레이기도를 멈추지 않았다.

'대자대비하신 법신불 사은이시여! 저희들이 비록 부족하오나 맹세코 원불교 100년기념성업을 거룩하게 봉찬할 것을 서원하오니 항상 지켜 주시고 이끌어 주시옵소서. 저희들의 정성으로 교운이 크게 열려가고 100년 성업의 모든 과제가 원만 성취되게 하여 주시옵소서. 일심으로 받들어 비옵고 사배 올리옵나이다.' 대정진 10년 릴레이기도 기원문의 일부지만 이제는 나의 일부가 된 것 같다. 그만큼 많은 시간을 기도하며 몸과 마음으로 정성을 드렸던 것이다.

그렇게 끝날 것 같지 않았던 10년 대정진기도는 원기101년(2016) 4월27일에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해제식을 가졌다. 좌산상사님은 "유종의 미를 거둬 기쁘다. 여러분의 10년 대적공의 공덕은 소태산 대종사께서 크게 기뻐할 것이고, 우리 교법의 희망을 밝혀 준 것이다"고 치하했다. 그러면서 좌산상사님은 "물질 개벽에 상응하는 정신개벽을 이뤄 이 땅에 낙원세상을 건설하자. 또한 진실, 은혜, 합리가 충만한 사회가 되도록 우리가 앞장서자"고 부촉했다.

원불교 100년 기념의 목적은 개교 100년을 경축하고, 교단의 역량을 총 결집해 자신성업을 이루는 동시에 정신개벽으로 평화로운 세상을 열어가는 데 있다. 교단적으로는 개교 100년의 결산이 크지만 세상과의 소통, 희망 나눔, 새로운 미래를 향한 비전 선포였다.

경산종법사는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에서 "앞으로 100년은 각자가 마음의 주인이 되어 말보다는 행동으로 교법을 실천해야 한다. 기본 교리에 충실해 마음의 부처가 되도록 내적 힘을 키우는 100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법문해 주셨다. 기도인으로서 기념대회 현장에서 느낀 감응은 가히 상상할 수 없는 희열이었다. 지금도 그날의 감동이 밀려오는 듯하다.

이제 10년 대정진기도가 끝났다. 그 치열했던 기도의 현장은 어느새 허공의 메아리처럼 공허해 지기도 한다. 10년 대정진기도, 10년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본다. 불현듯 10년 공부도 한 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예화지만 새겨들을 만하다.

어느 젊은이가 노새를 끌고서 얼음이 언 강을 건너가고 있었다. 얼음이 깨질까봐서 마음속으로 나무아미타불을 외우면서 말이다. 아미타불을 외운 탓인지 무사히 강을 건넜다고 생각이 들자 나무아미타불하고 외운 것이 부끄러웠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함께 건너야 했던 노새는 강 건너에 아직도 있었다. 노새의 고삐를 놓고 혼자 강을 건넌 것이다. 아찔한 순간, 젊은이는 방심했던 자신을 원망하고 참회했다. 다시 일심을 모으고 나무아미타불을 암송하자 무사히 강을 건널 수 있었다.

기도 정성을 기도기간에만 하지 말라는 예화다. 경계를 당할 때나 당하지 않을 때나 언제나 기도정성을 놓지 말라는 것이다. 결국 불방심(不放心)이다. 우리는 참 무수히 많은 강을 기도하며 건너왔다.

그리고 앞으로도 더 많은 강을 건너야 할지 모른다. 숙세의 인연으로 주세불 회상에 참여해 100년 성업에 동참한 것 자체가 경이롭고, 감사할 뿐이다. 내생에 오직 단 한번, 10년 기도정성으로 맞이했으니 이보다 더 기쁜 일이 어디 있으랴.

이제 초심을 잃지 않고,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또 새로운 길을 가야 한다. 원불교는 생활 속에서 진리를 실천하는 종교로 마음공부를 통해 스스로 변화를 이끌어야 한다.

정확히 말해서 항상 깨어있음, 그리고 법신불을 향하는 마음이 오늘을 새롭게 할 것이다. 10년 기도에 정성을 다해준 모든 이들에게 지면을 통해 감사함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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