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가〉 117장은 이공주 종사가 제 1대성업봉찬회장으로서 제1대 36년의 창립역사를 노래한 것이다.
〈성가〉 117장 위대할 사 이 탑 이름
                                                                                       이공주 작사 / 정회갑 작곡

위대할 사 이 탑 이름 공덕탑이니 총지부와 각 기관의 이뤄놓은 사업 / 출가 재가 노력인의 결정체이요 티끌모아 태산이 된 금자탑일세

영산 초에 숯을 팔아 자본 세워서 조수내왕 바다 막아 언답 만들고 / 익산총부 건설당시 엿장사이며 만석평의 밭 갈기도 눈물겨워라

기타 각지 지부 기관 시작할 때에 동분서주 절약절식 단행하시어 / 알뜰하신 창립정신 발휘하시고 끊임없는 유지정성 바치시었네

황금의 탑 차지하신 탑주 제위여 어찌 다행 이런 사업 하셨던가요 / 다생겁래 끊임없이 계속하시사 대봉도위 대호법위 얻으사이다.

공덕탑이요 금자탑일세

공덕탑 노래는 구타원 이공주 교무가 제1대성업봉찬회장으로서 제1대 36년의 원불교 창립의 역사를 노래한 것이다. 특히 구타원 종사는 원기38년(1953) 1대성업봉찬회를 기해 프린트판 원불교 첫 성가집을 제작하는데, 공덕탑의 노래가 제1대성업봉찬회에 의해 원기38년에 제정되므로 이 성가집에 실렸을 개연성이 높다.

공덕탑 노래의 3절에 '창립정신'이 나온다. '알뜰하신 창립정신 발휘하시고', 이 대목이 공덕탑 노래의 핵심이요 귀결점이라 할 것이다. 원불교 창립은 바로 '총 지부와 각 기관의 이뤄놓은 사업'이고 '출가 재가 노력인의 결정체'이며 '티끌모아 태산이 된 금자탑'의 이소성대의 적공이라는 것이다. 영산시대의 숯장사와 방언공사 그리고 익산시대의 엿장사와 만석평의 소작농은 '동분서주 절약절식'의 근검절약하는 창립정신의 실례라는 것이다. 만석평의 밭갈기는 원기10년도 엿 만들어 파는 일을 그만두고 만석들의 소작농을 시작한 정황이다. 다만 밭갈기는 논농사의 수작(水作)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이런 창립정신의 주인이었던 '황금의 탑 차지하신 탑주(塔主) 제위(諸位)'는 어찌 다행 이런 공도사업에 참여하였으니 다생겁래에 더욱 알뜰히 창립정신 발휘하시어 대봉도위 대호법위 얻기를 바라고 있다. 간절한 기도인 것이다.

이 성가에서 대봉도위 대호법위의 명칭이 나오는 것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정산종사에 의해 〈예전〉이 원기36년(1951)에 탈고되고 원기38년(1953)에 육일대재가 첫 시행되는데, 이 때 대재의 위패 진설이 결정되기에 아마 그 이전부터 이 명칭은 논의되고 회자된 듯하다.

알뜰하신 창립정신

창립정신은 시대정신과 관련이 있다. 시대의 요청과 무관하지 않다. 어느 특정한 시대의 요구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창립정신은 원기51년(1966)에 원광고등학교 교사증축으로 인한 제정위기 봉착을 타개하기 위하여 원불교학과 학생들로부터 시작된 '창립정신 고취운동'에서 시발됐다. 이 때 다양한 '창립정신 복귀운동' '창립정신 계승운동'의 논의가 전개된다.

창립정신은 개교정신과 공통분모가 있으면서도 역사성이 더욱 선명한, 역사성에 근거한 시대정신의 효과이다. 초창기 창립의 역사에서 어떤 시대정신을 독해하는 작업으로, 교단의 창립역사를 시대의 필터에 따라 재해석하는 역사성의 정신이다. 그러므로 창립정신은 늘 시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질 수 있는 개연성이 깔려 있다.

지금까지 논의된 창립정신은 대체로 대신봉 정신, 일심합력 정신, 사무여한 정신, 이소성대 정신으로 대별되며, 또한 희생정신 등등 다양한 정신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러므로 창립정신은 대종사님의 대각 이후 구인선진 및 초기교단의 선진들이 함께 이룩한 역사의식이다.

창립정신은 저축조합과 방언공사가 법인성사로 수렴되면서 또한 이 법인정신을 중심ㆍ기반삼아 확산 전개된다. 이 정신이 '익산총부 건설이후의 한 기관 한 교당이 열릴적 마다 땀 흘리고 정신 쓴 흔적'으로 확대 전개된 것이다.(〈성가〉 9장 전무출신 찬송가)

〈원불교교사〉에 '법인성사는 곧 무아봉공의 정신적 기초를 확립하고 신성, 단결, 봉공을 더욱 굳게 한 새 회상 건설의 일대 정신 작업이었다'는 대목이 창립정신의 핵심이라 할 것이다. 이 기본요소를 공유하면서 이를 시대에 따라 해석하는 것이 창립정신이다.

창립정신의 기본요소인 신성, 단결, 봉공은 시대에 따른 해석이 요청된다. 고정된 불변의 정신이 아니라 기본요소에 바탕하여 시대정신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미래적 신성은 전제된 복종의 절대 신성보다는 대종사님이 밝혀주신 이 법에 대한 주체적인 확신과 신뢰이며, 단결은 전체의 일원으로서의 소속의식를 넘어 각각의 개체가 자유로운 주체이면서 서로 연대하는 '개인의 자력이 주체된 공도의 연대'로 전개되어야 할 것이다. 10인 1단은 열이 합한 하나인 것으로 하나에 귀속된 열이 아니라 열에 바탕한 하나인 것이다.(대산 종사) 일심합력과 단결의 초점이 자유로운 주체에 중심을 두어야 미래성에 접속될 것이다.

이소성대(以小成大)도 규정된 대(大)에 종속된 소(小)가 아니라 다양한 개체인 소의 적공에 의한 대로 보아야 할 것이다. 고유한 처처불상의 주체(小)에 바탕한 일원상의 보편성(大)은 서로 공명할 수 있으나 하나라는 획일성(大)에 포획된 개체성(小)은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또한 봉공(奉公)은 이런 자유로운 주체가 연대하는 귀결점이요 지향점이며, 사무여한(死無餘恨)도 전체에 복무ㆍ희생하는 사무여한이 아니라 자유로운 주체가 서로를 위해서 연대하는 봉공으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각자가 조연이나 배경이 아니라 주인공으로서 부처가 되니, 책임을 다할 뿐 원망이 없는 것이다. 죽을 각오로 죽은 폭잡고 책임을 다하는 주인정신에도 개인의 선택과 책임이 바탕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근검절약, 이소성대, 혈심혈성, 희생봉사 등의 정신도 결국 봉공을 위한 방식으로, 근검절약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되며 봉공하기 위해서 근검절약하자는 것이다. 봉공이 목적인 것이다. 창립정신은 고정된 레퍼토리가 아니다. 어떤 기본정신은 있으되 이는 늘 시대정신으로 재해석되어야 한다. 과거의 미래이며 미래성을 담지한 역사로써, 이러한 관점을 창립정신이라 할 것이다.

원음산책

〈성가〉 117장 공덕탑 노래의 반주(伴奏)를 듣노라면 조금 경쾌한 걸음으로 걷는 산책길이 떠오른다. 숨이 조금 벅찬 정도의 완만한 산길을 한 숨 한 숨 숨결에 따라 발 폭을 맞추어 착실히 걷는 기분이 든다. 약간 힘들면서 힘차게 치고 가는 산행의 쾌감이다.

작곡가는 악보에 안단테(Andante)의 속도로 부르라 하는데, 안단테는 보통빠르기의 모데라토와 침착하게 느리게의 아다지오의 중간속도로 천천히 걷는 정도의 속도이다. 너무 느리지도 그렇다고 너무 빠르지도 않는 걷는 정도의 빠르기로 부르라는 것이다.

이 곡은 심리적으로 갈수록 점진적으로 속도가 덧붙여짐을 느낄수 있다. 걷는 속도라 하지만 걸음을 더할수록 탄력이 붙어서 걸음에 경쾌함이 더 해지는 기분이다. 창립과정의 수고로움이 공덕탑으로 진행되어 가는, 보람이 더욱 증진되어가는 기분인 것이다. 〈성가〉 114장 공덕탑의 노래는 정회갑 작곡으로 원기38년(1953년) 제1대성업봉찬회에 의해 성가로 제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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