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설위원 칼럼

▲ 박인건 교도 / 남대전교당
원불교가 대전 도심 한복판에서 대규모 콘서트를 연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지역교화는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물음을 던져주는 사례다. 10월 마지막 주 일요일인 30일 오후6시 서대전시민광장에서 열렸던 '시민과 함께하는 원불교 100주년기념 감사콘서트'를 특히 주목하는 이유다.

100주년 감동을 지역사회에 전할 수 있었기에 다행스럽다. 원불교 2세기를 맞아 이웃불공, 원불교의 저변확대를 모색하는 방식은 여럿이지만 그 맥을 관통하는 이치는 하나다. 이날 콘서트의 성공 요인으로는 대중친화적인 방식을 다양하게 구사했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개방과 소통, 공감, 참여의 메커니즘을 두루 감안한 것으로 평가한다.

감성시대의 특성, 재미가 없으면 대중은 쉽게 외면하고 만다. 즐거움을 공감으로 승화시켜야 비로소 관심을 갖는 세태다. 대중가수들이 출연해 흥을 돋우면 관객들의 함성과 박수가 쏟아지고 춤사위도 저절로 펼쳐진다. 축제의 장이다. 시민들이 마음의 울타리를 트고 해맑은 환호로 화답한다.

예컨대 정오부터 7시까지 광장주변에서 병행 운영한 플레이마켓에도 시민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10여 개 부스를 마련해서 시민들의 체험활동을 도왔다. 소태산 마음공부, 색으로 알아보는 건강 체험, 원불교 요가·명상 체험, 원만이 염주 만들기, 모빌 만들기, 위안부할머니 눈물을 닦아주세요, 무기로 평화를 얻을 수 없습니다, 희망과 나눔 복지를 짓는 사람들 등등… 손에 잡힐 듯한 생활 속의 여러 주제들을 오감으로 쉽게 풀어내 눈길을 끌었다.

불교, 개신교, 천주교 등 지역의 이웃 종교 대표들도 콘서트에 동참했다. 다종교 사회에서 종교가 추구하는 근본 진리에 비춰볼 때 종교간 대화로부터 화합·협력의 향방을 암시해준다. 원불교의 일원주의 사상을 근간으로 삼아 종교협력 관계를 원만하게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는다.

대전시장을 비롯해 지역 국회의원과 구청장 등 지역 인사의 영상 메시지의 효과도 컸다. 지역 여론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미치는 인사들, 말하자면 오피니언 리더들이 일원상의 진리, 정신개벽의 의미를 입에 자연스럽게 올리며 이날 행사를 축하하는 모습들이 무척 인상적이었다. 원불교의 위상을 새삼 확인하는 순간들이었다.

원불교는 대전 지역사회에서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에 적극 나서고 있는 종교로 인식되고 있다. '관계의 단절시대'에서 소외받는 이웃들을 외면하지 않는다는 신뢰는 바로 공동체 사회의 소중한 사회적 자본(Social Capital)이다. 대전에는 6·25전쟁 당시 국내 최대 규모 민간인 학살 사건의 아픔을 아직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다. 당시 대전형무소 재소자 1800~7000명 가량이 국군과 경찰에 의해 세 차례에 걸쳐 학살당한 후유증을 두고만 볼 수 없다. 진상규명과 함께 이를 치유하는 일이 지역의 과제다. 원불교100년기념성업회가 콘서트에서 대전 산내학살유족회에 자료 발굴 사업비 1000만원을 전달하고 위로한 상징적인 의미가 깊다.

또 하나, 여기에서 빼놓을 수 없는 건 콘서트 과정에서의 원음방송의 대중적 파급력이다. 원음방송이 대전 시민과 함께하는 특집공개방송 2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는 건 특기할만하다. 대전을 비롯해 중부권의 경우 원음방송의 소외지역이어서 지역민으로선 이번 특집공개방송이 그만큼 더 반갑다. 대전원음방송국 설립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대목이기도 하다. 교화에 있어서 대중친화적인 매체, 즉 방송의 역할이 지대하다는 점에서다. 원음방송이 각 지역에서 접촉의 면을 지속적으로 늘려야 할 명분이 충분하다.

물론 몇 가지 실험적인 사안도 있다. 원불교 대전충남교구 산하 대전지구 차원에서 이번 행사를 치렀다. 대전지구를 구성하고 있는 교당들이 합력해서 교화를 할 경우 시너지 효과가 몇 배 더 크고 넓게 미칠 개연성이 커진다. 많은 대중을 상대로 교화할 경우 교당 단위보다는 지구차원에서 대처하면 더 큰 에너지를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생활권 중심 교화의 모델로도 손색이 없다. 지역별로 특이한 문화적 정서 내지는 정체성을 갖고 있는 터라 이를 감안한 교화 방식이 유용하다고 본다.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를 서울 월드컵경기장에서 성황리에 마친 이후 각 지역별로 크고 작은 행사가 연이어 열리고 있다. 한결 같이 지역사회와 하나 되는 소통 잔치로 음악회, 문화행사 등 여러 가지 노력들이 돋보인다. 때마침 사드 문제를 계기로 원불교가 평화의 종교로서 세상에 크게 드러나고 있다. 교단적으로 시대적 이슈로 삼아 일심합력으로 기운을 모으고 있어 마음 든든하다. 원불교가 비록 작지만 강한 종교, 국내 4대종교의 반열에 오른 것은 결코 우연한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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