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 브링커라는 네덜란드 소년이 둑에 작은 구멍이 생기는 것을 보고 한 손으로 밤새 막아 마을을 구했다는 일화는 유럽판 살신성인(殺身成仁) 이야기로 유명하다. 만일 한스 브링커가 작은 구멍을 보고도 그냥 지나쳤더라면 그 마을은 어떻게 되었을까.

12일 서울 광화문광장에는 한국판 한스 브링커 이야기가 펼쳐졌다. 무너져가는 대한민국 둑을 막으려는 시민 100만 명이 모인 것이다. 한국 역사상 최대 집회 규모였다. 이는 현 정부의 '대한민국의 공익성 상실'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더 이상 좌시할 수 없는 국민들의 자발적인 모임이었다.

소태산 대종사가 병든 사회를 진단하며 내놓은 마지막 원인은 바로 '공익심이 없는 병'이었다(〈대종경〉교의품34). "공익심이 없는 데에는 이기주의가 자리한다(〈대종경〉인도품46)"는 소태산의 혜안(慧眼)은 오늘날 대한민국의 현실을 여지없이 적중했다.

특정 개인이 사리사욕으로 휘두른 국정농단은 대한민국을 OECD국가 중 자살률 1위, 노인빈곤율 1위, 남녀임금격차 1위, 출산율 최하위, 노동자 평균 근속기간 최하위, 사회적 관계 최하위로 내몰았다. 여기에 국방부의 사드배치를 둘러싼 미국 MD체제 편입 논란과 긴급히 추진하는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은 대한민국을 강대국들의 전쟁 포화속으로 점점 집어넣고 있다. 조만간 둑이 무너져 대한민국이 물 속에 잠겨도 이상할 것 하나 없을 정도다.

시비이해를 구분하여 불의를 징계하고 정의를 세워 안녕 질서를 유지하여 우리로 하여금 평안히 살게 하는 법률은이 무너졌다. 소태산이 말한 공익심은 개인 신앙이나 종단 차원이 아닌 세계·국가·사회와 긴밀히 얽힌 관계성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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