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는 대한제국시기 통감부 공문서인 '종교에 관한 잡건철'을 해독해 자료집으로 출간했다. 근대종교연구 중요한 자료로 꼽힌다.
콜로키움, 원광대 종교문제연구소
통감부 〈종교에관한잡건철〉 연구

'일제 초기 종교정책과 종교문서 연구 방법-통감부 간행 〈종교에 관한 잡건철〉을 중심으로'란 주제로 열린 콜로키엄이 원광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와 고려대학교 글로벌일본연구원의 공동주최로 10월29일 고려대학교 청산MK문화관에서 개최됐다.

종교문제연구소는 대한제국시기 통감부 공문서인 〈종교에 관한 잡건철(1906-1909)〉의 일본어 초서체를 해독해 인쇄체 문자로 활자화하고, 이것을 번역한 두 권의 자료집총서를 출간함으로써 근대 한국종교 연구의 새로운 분야를 개척한 바 있다. 한국학중앙연구원과 한국연구재단의 공동후원으로 열린 이번 콜로키움은 종교문제연구소가 발굴한 일본의 종교공문서를 다양한 각도에서 조명하여 근대 한국종교연구의 지평을 넓히자는 목적에서 개최됐다.

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인 박광수 교수는 기조강연에서 "현재 근대 한국의 민족종교 연구가 기초사료 부족으로 한계에 부딪쳤다"며 "근대 한국의 종교상황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의 종교 공문서들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공문서 대부분이 일본어 초서체라는 점에서 종교 연구자들이 원사료에 접근하기 매우 어려웠음을 고백하며, "그러나 일본의 역사, 문학 전문가들과 협력해 종교 공문서를 활자화하고, 번역한 것은 근대 종교연구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것과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제의 종교공문서의 중요성에 일찍부터 주목한 일본 류코쿠대학교 김태훈 박사가 '사료 〈종교에 관한 잡건철〉의 제국사적 논점들'을 주제로 발표했다. 그는 "식민지 시대 종교 공문서들을 고찰함으로써 제국-식민지 관계 속에서 일본과 한국이 공유해 온 근대 종교 개념을 엿볼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며, "당시 공문서를 통해 근대적인 '종교' 개념은 물론 '일본불교'와 구별되는 '조선불교' 등과 같은 개념이 등장했음을 확인했다. 근대적인 민족과 종교 개념이 융합되는 한국과 일본의 과도기적이고 복합적인 사회상황도 엿볼 수 있다"고 했다.

종교 공문서의 인쇄체 활자화 및 국역에 참가한 네 명의 연구자들의 발표도 이어졌다. 먼저 근세 일본사를 전공한 한양대학교 장혜진 박사는 '일본에 의한 한반도 내 종교정책의 변용-한국통감부 시기의 잡건철을 중심으로'란 발표에서, "잡건철에서 언급된 종교 법령을 당시 공포된 일본의 종교 법령과의 관계성 속에서 살폈다"며 "이를 통해 일본의 종교법령과 한국의 종교법령이 상호 연동되는 특성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한국이 일본에서 시행할 종교 법령의 시험장으로 여겨지기도 하는 등 한국과 일본의 종교 법령이 상호 연관성을 가진다"고 강조했다.

일본 고전문학 연구자로 총서 출간에 참여한 한국외국어대학교 이부용 박사는 〈종교에 관한 잡건철〉 제7호 문서 '고려촌 성천원'에 관한 연구'란 제목으로 발표했다. 그는 "현재 일본 사이타마 지방에 남아있는 고려신사 답사를 통해 공문서에 언급된 고려촌 및 고려신사의 존재를 확인했다"며 "더 나아가 고려촌에 대한 공문서 내용을 헤이안 시대 문학작품 속에 드러나는 고려 및 고려인에 대한 인식과 비교함으로써, 고대 일본의 고려에 대한 인식이 식민지 시대 일본의 종교 정책 안에서 재구성돼 메이지신궁, 조선신궁, 그리고 고려신사가 삼각적 구도 안에서 이해됐다"는 점을 언급했다.

일본 근현대문학을 전공한 일본 와세다대학교 최세경 박사는 '〈종교에 관한 잡건철〉에 대한 주석적 접근'라는 주제발표에서 "공문서 중 금광교의 포교관리자 파견 및 포교관리자 변경에 관한 문건을 분석하고, 해외포교가 시작되던 당시 일본종교 교단의 불안정한 상황은 물론 이와 맞물린 금광교의 내부갈등상황을 포착했다"며 "또한 금광교의 발간 문헌을 통해 공문서에서 언급되는 사건으로 인한 교단 내 갈등을 재확인함으로써, 1900년대 초반의 종교법령 및 종교정책의 실시와 더불어 일본의 종교 단체들이 처했던 복잡한 사회적, 문화적 맥락을 읽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가부키를 중심으로 한 근세 일본문화 연구자로 초서체 해독에 참여한 고려대학교 편용우 박사는 '잡건철의 문학적 연구방안'이란 주제로 1906-1910년까지 출간된 종교에 관한 잡건철의 연표를 작성하고, 시기에 따른 공문서의 내용 변화를 추적함으로써, 일제의 종교에 대한 인식변화 과정을 관찰했다. 이러한 인식적 변화 추이 안에서 문학적 갈등 양상으로 표출되는 모티브들을 고찰함으로써, 갈등에 관한 문학적 연구방법론을 종교 공문서 연구에 대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제시하였다.

마지막으로 고려대학교 가나즈 히데미 교수의 '식민지 조선의 행려병사인과 종교단체'에 대한 발표가 이어졌다. 일본과 대만, 한국에서 발생한 행려병사자 수를 일본인과 현지인으로 나누어 비교 제시하고, 총독부 및 일본의 종교 단체들이 벌인 구호사업 현황을 소개하였다. 식민주의와 종교의 관계를 사회복지학적 관점에서 고찰하는 새로운 시도를 통해 근대시기 한국의 종교 연구를 다양화 할 필요성을 제기하였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