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은 나를 끌어들이는 마법입니다"

원음앙상블, 즐거운 재능기부
청소년 교화, 젊은 문화로 접근해야

노란 은행잎이 거리를 뒤덮던 가을날, 청아한 플루트 연주를 듣기 위해 좌동교당 문을 두드렸다. 대학에서 플루트, 대학원에서 음악교육학을 전공하고 현재 국립창원대학교 음악과 겸임교수로 재직 중인 서종현(53·법명 도학·좌동교당) 플루티스트를 만났다.

음악가는 꽁지 머리를 질끈 묶었을 것이라는 선입견을 깨고, 단정하고 평범한 모습으로 만나니 학생을 가르치는 학원 선생님이자 교수라는 사실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성가48장 '득도의 노래'를 플루트로 들으니 '어둔 길 괴로운 길 헤매이다가 즐거이 이 법문에 들었나이다'에 눈물이 뚝뚝 떨어지는 듯 감정이 솟아올랐다.

"플루트를 연주하고 있을 때는 아무 생각도 안 들어요.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악기를 떠났다가도 마법처럼 끌려 다시 돌아오게 되는 것이 음악의 세계인 것 같습니다. 이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공업입국의 기치를 내걸었던 박정희 대통령 시절, 주변이 대부분 그러했듯 그도 부모님의 권유로 공업계 고등학교로 진학했다. 정작 하고 싶은 공부는 딴 데 있다 보니 문학, 미술, 음악 등을 기웃거리고 학교 수업은 겉도는 아웃사이더였다. 그러다 합주부에 들어가 색소폰을 배우면서 음악에 빠져들었다.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독학으로 플루트를 배워 대학에 진학했다.

"플루트 연주도 행복하지만, 음악학원을 운영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해보니, 가르치는 일이 더 즐겁고 적성에 맞더라고요."

그는 가난했던 시절, 열정 하나로 악기를 배워 행복했던 자신을 돌아보면 물질의 풍요 속에서 오히려 음악을 멀리하는 요즘의 청소년들이 참 안타깝다고 말한다.

"악기는 결국 본인의 의지입니다. 부모의 강요가 아닌 스스로 선택한 아이들을 옆에서 지켜보면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듭니다."

그는 오랫 동안 음악학원을 운영하면서 누구나 쉽게 플루트를 독학으로 배울 수 있는 교재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기존에 출판된 책들은 대체로 악보 위주로 돼 있어 실제로 악기를 다루는 방법이 빠져있었다. 아이들을 가르칠 때 말로 했던 방법을 활자화해보자는 마음으로 〈플루트 배우기1〉, 〈플루트 배우기2〉, 〈플루트 배우기3〉을 출간했다. 이어서 소리내기의 근본인 주법을 알고 이해해야만 플루트 공부의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내용의 〈플루트 주법 연구〉도 펴냈다.

다음은 생활음악에 관한 책을 쓰기 위해 준비 중이다. "원래 박치, 음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음악 속에 살고 있는데 음악인 줄 모르고 있어요. 음악에서 어려운 영역을 먼저 보게 돼 기가 질려 부르주아들이 하는 것이라고 오해하고 폄하하는 현상을 해소시키고 싶습니다. 전문 영역으로 들어가지 않아도 누구나 일상에서 음악을 즐길 수 있도록 도와주는 책을 쓰고 있습니다."

그는 원불교 교도로서 교단에 재능 기부할 방법을 모색하던 중, 지난해부터 관현악단 '원음앙상블'을 조직해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다. 클라리넷, 바이올린, 비올라, 첼로, 피아노를 기본으로 하고 상황에 따라 트럼펫, 오보에 등을 추가하기도 한다. 가장 최근에는 북울산교당 신축 봉불식 공연을 비롯해 원음합창단 정기공연, 환경콘서트, 교구 합창대회 등 원불교 문화교화의 일환으로 음악을 통해 세상에 은혜를 심고 있다.

"서양음악은 곧 종교음악이어서 자연스럽게 개신교나 천주교와 연결됩니다. 원불교에서는 서양악기를 전공한 연주자를 찾기 어려워 원음앙상블을 유지하기 쉽지 않습니다. 한 번의 공연을 위해서는 악기 편성에따라 완전히 새로 편곡해야 하고 자주 모여 연습하는 등 품이 많이 드는 일이지만 이 일이 즐겁고 보람 있습니다."

원음앙상블을 활성화시키기 위해 개설한 네이버 카페 '원음소리'에서 이소성대의 마음으로 다양한 작업들도 펼쳐가고 있다. 원불교 성가를 쉽게 배우고 따라 부를 수 있도록 제작한 동영상 반주 파일, 기존 악보에 화음 코드를 기재한 성가 코드 악보 등을 작업해 올리고 있다.

신년하례 때 교도인 아내를 따라 익산 총부에 갔다온 후, 원기88년에 입교한 그는 당시 종법사였던 좌산상사와 가족 사진을 찍는 행운을 누린 것이 입교 계기가 됐다.

좌동교당 서명원 교무가 "교당에 필요한 모든 일은 앞장서서 다하는 맥가이버예요. 컴퓨터, 회보, 현수막, PPT 제작 등 한 번도 펑크낸 적이 없어요. 법회도 무결석 모범 교도입니다"라고 한 말에서 한 치도 틀림없는 그의 신심과 공심을 엿볼 수 있다.

"청소년 교화는 매우 심각한 문제입니다. 기독교 교세가 점차 확장되는 이유 중에 젊은 문화 수용에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태도가 있습니다. 자칫 원불교가 '낡았다'는 인식으로 비춰질 수도 있어 '문화를 통한 청소년교화'에 중점을 두고 청소년들의 눈높이에 맞춘 젊은 문화를 반영, 수용하는 적극적인 교단의 태도가 필요합니다"라고 역설하는 그는 교단에 꼭 필요한 문화인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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