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의 헌법 유린, 질서있는 퇴진 절실'

▲ 정의화 전 국회의장은 현 시국을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정신을 지키지 않은 사건으로 규정했다.
현직 국회의장으로 중앙총부를 2년 전에 방문했던 정의화 전 국회의장(68·새한국의 비전 이사장)은 현 시국(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을 '대통령이 헌법을 유린하고 헌법정신을 지키지 않은 사건'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그는 "뇌가 오장육부를 컨트롤해야 하는데 신체를 사용하지 않고 비선을 활용한 상황이다"며 "대통령이 국민으로부터 권한을 위임받았지만 실질적으로 국정을 운영하기가 힘든 상황이다"고 진단했다. 헌법적으로 탄핵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국회에서 탄핵을 하면 곧바로 대통령의 권한은 정지되지만 탄핵정국은 대략적으로 내년 6~7월은 가야 해결될 것으로 보인다"며 "박근혜 대통령은 국가 미래를 생각해 어렵더라도 '질서있는 퇴진'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가 주장한 '질서 있는 퇴진'은 대통령 퇴진 선언, 새로운 총리 임명 등 로드맵에 따른 국정 안정을 말한다. 하지만 현 시국이 급박함에도 불구하고 청와대는 이 상황을 계속 끌고 갈 것으로 예상했다.

'우주의 기운'이 뒤숭숭한 이때 현 정치상황을 타개할 해법을 찾기 위해 여의도에 있는 '새한국의 비전' 사무실을 찾았다. 정 전 의장은 한국 사회가 나갈 비전, 정치세력의 다양화, 디지털 정당의 필요,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 등을 이야기하며 거시적인 안목을 보여줬다. 대한민국의 미래를 더 걱정하는 모양새다. 그와 나눴던 이야기를 요약해 봤다.

- 원불교와 인연이 꽤 있어 보인다

사실은 김종대(법명 성대) 전 헌법재판관과 중·고등학교 동기동창이다. 그러다보니 원불교 소식은 그 친구를 통해 접하고 있다. 아내끼리도 여고동창이어서 매년 정기적인 만남을 이어가고 있다. 또 하나의 인연은 의사를 하다가 부산 중구에서 첫 국회의원 선거를 치를 때 당시 부산교구장으로 봉직하고 있던 이성택 교무를 만났다. 대각개교절에는 교당에서 축사도 했고, 부산원음방송 허가받을 때도 간여를 했다. 초선 의원으로 도움을 많이 받기도 했다. 그리고 법륜 스님과 함께하는 평화재단 활동을 통해 김대선 교무와 가깝게 지내고 있다.

2년 전에는 중앙총부를 방문해 경산종법사로부터 중산(中山)이라는 법호도 받아, 원불교와는 각별하다고 할 것 같다. 당시에 한국사회의 갈등을 중도로 잘 봉합해, 전체를 품어주는 역할을 하라고 말씀하셨다.

- 21세기 한국이 나갈 방향은

우리나라는 성인 코끼리 네 발 사이에 끼어있는 형세다. 지금보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반드시 남북한 통일 과업을 완수해야 한다. 물론 민주평화통일로 말이다. 그리고 전통적인 정신문화를 중심으로, 문화 강국으로 성장해야 한다고 본다. 이 바탕에 첨단 과학기술이 더해지면 우리가 바라는 나라가 될 것이다.

최근 〈중앙일보〉 홍석현 회장이 주최한 '평화 오디세이'를 다녀왔다. 5박6일 일정으로 시베리아, 고구려·발해유적지, 항일유적지, 블라디보스토크, 하산 등 북한 접경과 광활한 영토를 살펴봤다. 버스로 이렇게 긴 여정을 소화한 것은 처음이다. 홍 회장도 끝까지 같이 했다.

이 여행에서 단절된 역사의 복원과 새 국가 구상의 영감을 얻은 것은 큰 수확이다. 우리 항일 역사에서 좌파계열(사회주의)의 기술이 빠져 있다. 꼭 기억해야 할 인물은 '최재형'이라는 사람이다. 그는 머슴과 기생 사이에 태어나 가난 때문에 연해주로 이주했다. 다행이 러시아인 선주를 만나 성장했고, 물류사업으로 큰돈을 벌었다. 고종 때 헤이그밀사(이준·이상설·이위종)를 지원한 것도, 안중근 의사를 후원한 것도, 이밖에도 사회주의 계열의 항일독립운동을 뒷받침한 것도 최재형이 한 것이다. 한마디로 연해주 항일투쟁의 중심 인물이다.

- 제3지대론을 주장하는데 어떤 의미인가

제3지대론=정상지대로 해석된다. 친박, 친문의 양패권을 떠나 비패권지대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 나라의 미래를 말하기 전에 지금 당장 무엇을 해야 하나. 그것은 개헌이라고 확언할 수 있다. 내가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주장했던 내용이다. 현재의 5년 단임제를 유지한다는 것은 넌센스다. 대통령 4년 중임제로 가되 국민생활과 관련된 것은 내각에 맡기는 분권형 대통령제로 가야 한다. 그래서 2020년부터는 새로운 시대를 열어야 한다.


국회의장을 그만두고 새누리당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 이유는 내가 사랑하고 헌신했던 당이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의 사당이다. 이런 상황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개헌이 필요하다. 리셋팅이 요청된다. 이를 위해 하나는 개헌, 중대선거구제, 권역별 비례대표제, 양당체제보다 다양제를 해야 한다. 둘째는 국민들(특히 청년)의 마음에 희망과 용기를 주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정치뿐 아니라 언론, 경제, 종교의 정상화 등등. 난국의 해법을 제3지대론으로 끄집어 낸 것이다. 안철수 의원이나 김종인 의원, 정운찬 전 총리 등도 이 해법에 공감하고 지지하고 있다.

- 하이브리드 정치와 정당이란

한국은 대의 민주주의다. 하지만 국회의원만 되면 딴소리를 한다. 이런 관계로 국민의 뜻이 수용이 안된 정책이 나오는 것이다. 내가 구상하는 정치와 정당은 스마트폰을 활용한 디지털정치, 정당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스페인 포데모스(우리는 할 수 있다), 이탈리아 오성운동(다섯 개의 별), 바르셀로나 엔 코무(모두의 바르셀로나)는 디지털정당을 시행하고 있다. 스마트폰을 이용해 국민들이 직접 정책 수립에 참여하고, 사안별로 의견을 물어 반영하자는 것이다. 다만 포퓰리즘적인 요소는 극복할 필요가 있다. 디지털정당의 기능과 현재의 대의 민주주의가 합쳐진 전기차인데, 기름을 조금 쓰는 정치를 구현하려 한다. 올해 12월에는 시운전이 가능하다. 우리는 홈페이지를 통해 국민들의 의견을 청취할 예정이다.

- 통합과 소통의 리더십이 빛나 보인다

새누리당 국회의장 선거 때 101표를 얻었다. 역대 이런 표심은 없었다. 이유는 계파 계보정치를 하지 않고, 의장에 대한 욕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중용〉의 대가 최상용 교수가 나의 정치를 보고 중용의 정치라고 참 좋아하더라. 중용, 중도는 저울의 추와 같은 것이다. 저울의 추는 적중(的中)이다. 공간개념의 한복판이 아니라 하모니, 조화, 밸런스다. 나는 한쪽에 치우친 수구꼴통이나 종북 좌파를 싫어한다. 언제나 지나치면 탈이 나기 마련이다. 그런 의미에서 원(圓) 사상을 좋아한다. 모든 것을 수용하고 포용하면 녹아들어 하나가 되지 않나. 중도의 정치를 하다 보니 새누리당에서 탄핵 운운하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 '새한국의 비전'은 어떤 곳인가

내가 국회의장으로 있을 때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국가 미래를 연구하는 연구소를 만드는 것이었다. 그 꿈을 이루기 위해 양당 간사나 실무자들을 설득하는 작업을 수없이 했고, 기획예산처를 상대로 노력도 많이 했다. 그런데 견제와 정치적 파고로 인해 제대로 못 이뤘다. 이제는 작은 씨앗이라도 뿌리는 심경에서 싱크탱크를 만든 것이다. 하나는 연구원의 기능과 둘은 제3지대의 역할을 한다고 볼 수 있다. 현실이 어렵다고, 미래를 연구하지 않는 것은 더더욱 어리석은 정치다. 그래서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미래만 연구하는 사람들(그룹)이 있어야 하지 않나. 이 연구만 제대로 해도 밥 먹고, 살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 의사와 정치인 중 어디가 행복한가

의사는 참 육체적으로 힘든 반면, 정치는 정신적으로 힘들다고 할 수 있다. 그렇지만 둘 다 행복하다고 이야기하고 싶다. 왜냐면 행복은 마음먹기에 달렸지 않나. 나는 참 복이 많은 사람이다. 의장 재직 시에 공관에서 시위 한 번이 없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시작부터 시위로 시작하지 않았나.(웃음)

- 밖에서 보는 원불교, 조언한다면

'종교는 시대조류에 휩쓸려 오염돼서는 안된다'는 신념이다. 그런데 현재의 종교는 걱정 수준이다. 하지만 내가 아는 원불교는 비교적 오염되지 않았다고 확신한다.

우리 사회는 정치로, 경제로, 예술로, 학술로, 종교로 해결해야할 부분들이 있다. 특히 종교는 국민에게 치유와 위안, 안식을 주기 때문에 다른 영역보다 큰 비중을 차지한다. 원불교가 교세는 작지만 정화, 자정 능력은 뛰어난 것 같다.

앞으로 더 잘해 주기 바란다. 그리고 이웃종교와 화합을 주문하고 싶다. 물론 잘하고 있지만 더 많은 부분에서 나서주길 요청한다. 내 종교가 소중하면 남의 종교도 소중하지 않나. 교리, 신앙은 달라도 '인간의 행복'을 위해 사이비종교를 제외하고는 사이좋게 지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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