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법진 기자
현직 대통령이 범죄 혐의 피의자로 검찰에 입건되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죄목은 비선 실세인 최순실 게이트 관련 '공모 죄'이다. 이에 따라 이번 주 박 대통령의 조사 여부에 국민들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민심이 보여준 촛불의 힘은 강했다. 12일 서울 도심에서 100만 명, 19일 전국에서 100만 명, 26일 민중의 촛불은 그 수를 넘어설 전망이다. 지역을 넘어, 세대를 초월하여, 이념의 장벽을 부수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거리에 나와 국정농단의 '진실'이 밝혀지기를 외치고 있다. 국내 언론은 물론 외신들까지 이러한 촛불집회 시위를 '성숙한 시민의식', '평화적 시위'이라고 평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촛불이 향하는 그 끝은 아직 진실을 밝힐 생각이 없다. 그 지리멸렬한 싸움을 자초하는 한 사람으로 인해 국민들은 지금 분노하고 몹시 아파하고 있다.

눈이 있으되 보지 못하고, 귀가 있으되 듣지 못하는 그 어리석음은 어디서 온 것일까. 정산종사는 "가리어서 끌리고 끌려서 글러진다"고 했다. 사람들은 거짓 뒤에 가려진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세우기 위해 SNS를 통해 해시태그(#) 달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그 중 하나가 '#부끄러움은왜우리의몫인가'라는 자성의 목소리다.

우리가 뽑은 대통령이기에 우리는 함께 반성했다. 그리고 촛불을 들었다. 그렇게라도 어지러운 이 시국을, 병들어가는 우리의 마음을 달래고자 했다. 스스로 '자괴감'을 운운한 그에게 무기가 아닌 촛불로 진정어린 사과와 스스로 물러섬의 미덕을 가르쳐 주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그는 부끄러움을 알지 못했다.

지도자의 욕심 그리고 어리석음은 권력이 되고 나라를 병들게 한다. 소태산 대종사는 병든 사회와 그 치료법에서 "한 사회도 병이 들었으나 그 지도자가 병든 줄을 알지 못한다든지 설사 안다 할지라도 치료의 성의가 없다든지 하여 그 시일이 오래되고 보면 그 사회는 불완전한 사회가 될 것이며, 혹은 부패한 사회가 될 수도 있으며, 혹은 파멸의 사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또한 이 병을 치료하기로 하면 "자기의 잘못을 항상 조사할 것이며, 부정당한 의뢰 생활을 하지 말 것"이라고 했다.

우리는 많은 것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스스로를 돌아볼 줄 아는 성찰의 지도자를 원한다. 촛불시위는 성숙한 시민의식의 발로이다. 성숙한 시민만큼 성숙한 지도자가 나오길 기대한다. 진도 팽목항 앞바다에 차디찬 울음소리가 세상을 깨운다.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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