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대의 우주공간에서 지구는 보이지도 않는 크기다. 그 지구에서도 콩알만한 조선땅을 놓고 따로이 진급기라고 선을 긋는 것이 가능한가? 가능하다! 성주괴공에서 성과 주를 진급기로 본다면 괴공은 강급기라 할 것이고, 봄 여름을 진급기라 한다면 가을 겨울은 강급기로 볼 수 있다. 그러니 지구 안에서도 진강급이 매 순간 매 장소마다 달리 나타난다. 찰라마다 모든 장소에서 성주괴공이 이뤄지므로 조선 땅을 놓고 진강급을 말할 수 있다. 다만, 우주의 진강급과 시간의 크기가 다를 뿐이다.

조선을 진급기라 이름하는 이유는 깨달은 이들이 연이어 나왔거나 나올 땅이기 때문이리라. 주세성자 대종사가 난 곳이다. 금강현세계(金剛現世界) 조선갱조선(朝鮮更朝鮮), 금강이 세계에 드러나니 조선이 새로운 조선이다! 금강이란 일만이천봉의 수려한 금강산이기도 하지만 성품의 다른 표현이다.

성품을 발견한 것을 금강이 세상에 드러난다고 표현한 것이다. 금강이 드러나면 조선이 개벽된 조선이 된다고 한 표현은, 성품을 발견한 사람은 겉은 같아도 전혀 다른 사람이 됨을 말한다. 금강의 주인은 성품을 깨달아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사람이다. 세상 모든 이들이 자신 금강을 찾을 수밖에 없고 그것을 가장 빠르고 정확히 알려주는 길을 물어올 것 당연하다.

금강으로 가는 정규 코스는 일원대도 정법이며, 그 안내자는 금강을 먼저 발견한 주인공들이다. 교리도와 정전이 그 길이며, 그것을 실천하는 견성한 수도인들은 세상 모든 이들의 등불이 될 것이다. 조선이 몸이라면 그 주인은 금강, 본성이다. 조선, 땅, 몸의 주재자는 본성을 깨달은 상태로서의 나다. 내가 조선의 국모(주인)다! 우주의 진강급도 역시 우주의 주인공인 내가 한다.

우주의 진강급은 시간의 개념이 무한 확장된다. 일대겁이다. 고대 인도의 시간 단위 중 최단의 개념이 찰라이며, 그 반대가 겁이다. 겁은, 가장 길고 영원하며, 무한한 시간으로 일상에서 우리가 느끼는 시간과는 차원 자체가 다르다.

비유를 통해 드러나는 겁의 길이는 이렇다. 상하 사방이 1유순(由旬:약 15km)이나 되는 성 안에 겨자씨를 가득 채우고 100년에 한번 겨자씨 한알씩을 꺼낸다. 이런 식으로 겨자씨를 다 꺼내는 시간이 겁이다. 또 하나의 비유가 있다. 사방이 1유순(약 15km)인 큰 바위(盤石)에 100년에 한번 선녀가 내려와 비단같은 옷자락으로 스치고 지나간다. 그렇게 해서 그 바위가 다 닳아 없어지는 시간이 겁이다. 앞의 것을 겨자 겁, 뒤의 것을 반석 겁이라 한다. 우주는 이런 불가사량의 겁, 성주괴공이라는 4개의 겁(일대겁)을 영구히 반복한다. 우주의 진강급이 일대겁만에 이뤄진다는 이야기다.

자연의 크고 작은 진강급은 우리 삶과 직결된다. 요즘 아이들 보면 참 영특하다. 자연의 진급기에 태어나는 까닭이다. 깨달음에 대한 마음을 자연의 진급기에 내면 그 원이 훨씬 빨리 이뤄진다고 한다. 그러니 지금 당장 그 마음을 내보자.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일이다. 진급기인 이 나라에 태어나 금강의 주인되는 길 일원대도를 만난 우리는 일대겁에 얻기 어려운 행운을 거머쥔 사람들 아닌가.

/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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