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전 교도 / 정읍교당
환경을 살펴보고 사정 이해하기
상대 장점을 보고 원망을 감사로
차량 안 법회보기로 재미와 안전운전

나는 원래 종교와 수행에 관심이 많았다. 소승불교의 위빠사나 수행법 등 각 종교의 수행법에 대해 실제로 실행도 해보고 효과를 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수행법이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해 주기에는 뭔가 조금 아쉬웠다. 그러던 차에 지인의 소개로 원불교에 다닌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교당에 다니면서 교무님의 설법도 듣고, 교전공부도 하고 원음방송을 들으며 공부한 지 1년이 지난 지금 과거의 나와 현재의 나는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 중에서 나를 가장 많이 성장시킨 공부법이 유무념 대조였다.

나는 원래 깔끔하게 정돈된 것을 좋아하고, 뭔가를 한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성격이다. 그리고 고집도 센 편이다. 정리정돈을 잘하고 일을 책임감있게 잘 처리하는 게 문제가 되진 않겠지만, 단점이라면 그 기준이 내게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도 나와 같은 깔끔함이 잘 지켜지길 바란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잘 안되면 스트레스를 심하게 받는 편이다. 나의 성격을 고쳐갈 공부법이 필요했다. 원불교에 유무념 대조법이 있다는 사실을 알고, 나의 사주팔자와 나쁜 습관을 고칠 겸 공부를 시작하기로 했다.

나의 첫 번째 유무념 조목은 '상대방의 환경을 자세히 살펴보고, 그 사정을 깊이 이해하기'였다. 원래 경계거리는 가까운 사이에서 오는 것 같다. 나와 아내는 성격이 많이 다르다. 나는 꼼꼼한 성격인데, 아내는 그렇지 않았다. 또한 나는 정리정돈이 잘 돼야 심신 간 안정을 얻는 스타일인데, 아내는 크게 개의치 않는다. 그래서 집안이 어지럽혀 있는 모습을 보면 나는 전후 사정을 살필 새도 없이 성질을 부리게 된다. 아내의 무덤덤함에 처음에는 그냥 무작정 참았는데, 자꾸 참다 보니까 나중에는 한꺼번에 터지면서 화를 내게 됐다. 그러면서 우리는 서로의 마음을 상하는 말과 행동을 하게 됐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그 원인을 찾아봤다. 그랬더니 나와 아내는 자라온 환경부터가 달랐다. 우리는 서로 각자의 부모 성향을 그대로 물려받았다. 나의 불같은 성격은 아버지를 닮았고, 아내의 성격은 장모님의 성향을 그대로 닮아 있었다.

상대방의 자라온 환경을 찾아가보니 그 사람이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렇게 알게 되니 그 사람이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를 알게 되고 같은 상황을 보더라도 화가 덜 나게 됐다.

두 번째 유무념 조목은 '만나는 사람의 장점을 보고 원망할 일을 감사하기'이다. 나는 식자재를 유통하는 일을 한다. 청결도 중요하고, 제품의 신선도를 위해 먼저 들여온 식자재를 먼저 판매하는 선입선출도 무척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직원 중 하나가 성격 탓인지 자기 딴에는 열심히 한다고 하지만 나의 성에는 차지 않았다. 몇 번을 지적해도 고쳐지지 않고, 어떤 때는 나 혼자 정리하다가 폭발하기 일쑤였다.

그러다가 문득 이 직원의 장점을 생각했다. 이 직원은 일을 빨리빨리 처리하는 성격이라 내가 서너 시간에 걸려 할 일을 한 시간 만에 후딱 해치운다. 일이 밀리지 않고 회사가 잘 돌아가 이익을 본 것을 생각지 못했다. 단점에 가려 장점을 보지 못했던 것이다. 그 이후부터 유무념 조항을 그 사람의 장점을 보아서 원망하지 않고 감사하기로 정했다. 그랬더니 그 직원을 볼 때마다 감사한 마음이 들었고 따뜻한 마음이 건넸다. 이렇게 시작한 유무념을 다른 사람에게도 적용하니, 모든 사람들이 나에게 은혜를 베풀어주는 감사한 사람이 되어 내 마음에 행복이 가득했다.

세 번째 유무념 조목은 '차량으로 이동할 때, 혼자 법회 보기'다. 내가 이 조목을 정한 이유는 독경을 잘 외우지 못해서이다. 신입교도라 법회시간에 나는 독경을 다 외우지 못해 멋쩍어 하는데, 친구는 독경을 멋들어지게 하고 있었다. 그때 나도 빨리 독경을 외워야겠다고 생각했다. 따로 공부 시간을 낼 수가 없는 나는 '아,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이 많으니 그 시간을 활용해서 독경을 외우면 되겠구나'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나는 차로 이동할 때마다 그 시간을 허투루 보내지 않고, 혼자 법회 식순에 맞춰 사회를 보고 독경을 하고 다녔다. 꾸준히 하다 보니 처음에는 잘 외워지지 않던 영주, 청정주, 일원상서원문, 반야심경이 어느새 다 외워졌다. 그렇게 혼자서 법회를 보다 보니 운전 중에 정신도 맑아지고 차분하게 안전운전을 하게 됐다. 혹 다른 운전자가 운전을 험하게 하더라도 화가 나지 않고 차분한 마음을 유지하는 심력도 길러졌다.
지금은 시작 단계지만 짧은 기간의 유무념 공부로 나의 많은 부분이 고쳐지고 있고, 나 스스로도 달라진 모습에 놀라곤 한다. 앞으로도 교당에 열심히 다니면서 설법도 많이 듣고, 유무념 공부도 꾸준히해 나의 사주팔자를 고쳐나가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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