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덕권 교도 / 여의도교당
어느 분이 '덕산님은 어떻게 매일 글을 쓸 수 있느냐'고 물었다. 그리고 좋은 글을 쓸 수 있는 방법에 대해서도 물었다. 글쓰기에는 왕도가 없다. 나도 잘 쓰지 못하는 글이지만 처음부터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었다.

고등학교시절 일기쓰기 실력으로 친구들의 연애편지 대필하는 정도였다. 그런 내가 원불교에 귀의하고 나서 우리 〈여의도교당 회보〉 편집장을 맡게 됐다. 1주일 마다 돌아오는 회보를 쓰기 위해서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쓰고 또 썼다.

심지어 밤에 자면 꿈속에서까지 글쓰기를 멈추지 않았다. 그로부터 8년 6개월을 〈여의도교당 회보〉를 단 한 주도 거르지 않고 써왔다. 그 결과 제 2회 원불교출판문화대상도 받았고, 〈진흙 속에 피는 꽃〉을 펴낸 작가도 됐다. 심지어 어느 동지는 마치 '거미 똥구멍'에서 거미줄을 뽑아내는 듯하다는 찬사도 했다.

돈도 들이지 않고 글 잘 쓰는 방법은 없을까? 있다. 글을 잘 쓰려면 책을 많이 읽어야 한다. 책을 많이 읽은 사람이 반드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지만, 많이 읽지 않고는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쓰기에는 철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 많이 읽어야 잘 쓸 수 있다. 글쓰기에 예외는 없다. 책 읽기는 밥 먹는 것과 같아서 먹지 않고 힘을 쓸 수 없다. 사람들은 책을 읽고 덮는 순간 내용까지 잊어버린다고 하소연 한다.

잊어버리는 것은 기억력이 나빠서도, 머리가 나빠서도 아니다. 굳이 단어나 문장을 암기하려고 애쓸 필요는 없다. 읽고 잊어버리고, 다시 읽고 또 잊어버리고, 그렇게 다섯 번, 열 번을 반복하면 단어와 단어의 어울림, 문장과 문장의 연결이 저절로 뇌에 '입력'된다. 그러면 글을 쓸 때 그 단어와 문장을 자기도 모르게 '출력'하게 되는 것이다.

둘째, 많이 쓸수록 더 잘 쓰게 된다. 어떤 글이 좋은 글일까? 말로 읽어서 좋아야 잘 쓴 글이다. 글을 쓸 때는 이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니까 글을 읽을 때 쉽게 읽을 수 있는 글이 잘 쓴 글이다. 쓰고 또 쓰고 글이 말과 같이 자연스럽게 될 때까지 쓰는 글이 좋은 글이 된다.

셋째, 훌륭하게 잘 쓰려는 욕심을 버리는 것이다. 좋은 글을 쓰려고 욕심을 부리면 부릴수록 나쁜 글이 될 뿐이다. 지금은 컴퓨터 시대다. 더 이상 손으로 글을 쓰는 사람은 드물다.

그러나 주머니 속에 수첩 하나를 챙겨놓고 좋은 글이나 아이디어가 생각날 때마다 메모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메모한 것들을 시간이 날 때마다 문장을 만들고, 문단을 만들며 다듬어 보는 것이다.

넷째, 단문부터 써본다. 왜냐하면 뜻을 분명하게 전하는 데 편리하기 때문이다. 단문은 복문보다 쓰기가 쉽다.

주어나 술어 관계가 하나뿐이어서 문장이 꼬일 위험이 없다. 보이는 것에서 시작해서 귀로 듣는 것을 거쳐 마음으로 느끼고 머리로 생각하는 것을 적으면 된다. 중요한 것은 뭐든 많이 쓰는 것이다.

다섯째, 쓰는 이유를 생각한다. 글을 잘 쓰려면 왜 쓰는지를 생각해야 한다.

다시 말하지만 글쓰기는 자신의 내면을 표현하는 행위다. 표현할 내면이 거칠고 황폐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없다. 글을 써서 인정받고 존중받고 싶다면 그에 어울리는 내면을 가져야 한다. 그런 내면을 가지려면 그에 맞게 살아야 하지 않을까?

여섯째, 글은 몸으로 쓰는 것이다. 글은 머리로 쓰는 것도 아니다. 글은 온몸으로, 삶 전체로 쓰는 것이다. 삶이 없다면 글을 쓸 수 없다. 기술만으로는 훌륭한 글을 쓰지 못한다. 글 쓰는 방법을 아무리 열심히 공부해도 내면에 표현할 가치가 있는 생각과 감정이 없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일곱째, 글쓰기의 과정을 살펴보자. 일반적으로 글쓰기는 다음과 같은 절차에 따른다.

1) 무엇을 쓸 것인가를 결정한다. 2) 주제를 효과적으로 드러낼 수 있는 재료를 수집한다. 3) 그 재료들을 선택하고 정리해서 개요를 작성한다. 4) 그 개요를 바탕으로 글을 쓴다. 5) 글이 마음에 들 때 까지 검토하고 수정한다.

좋은 글이란 쉽고, 짧고, 간단하고, 재미있는 글이다. 멋 내려고 묘한 형용사 찾아 넣지 않아도 된다. 글맛은 저절로 우러나는 것이다. 그런 글은 훌륭한 생각을 하고 사람다운 감정을 느끼면서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가는 사람이야 쓸 수 있다. 글쓰기를 잘하려면 합리적으로 생각하고 떳떳하고 당당하게 살아야 한다.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스스로 옳다고 생각하는 원칙에 따라 행동할 수 있어야 좋은 글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우리가 좋은 말을 하면 할수록 더 좋은 말이 떠오른다. 좋은 글을 쓰면 쓸수록 그만큼 더 좋은 글이 나온다. 그러나 눈앞의 일이 바쁘다는 핑계로 그냥 쌓아 두었다가는 잊어버리거나 쓸 시기를 놓쳐 무용지물이 되고 만다. 좋은 말이 있어도 쓰지 않으면 그 말은 망각 속으로 사라지고 더 이상 좋은 말은 떠오르지 않는다.

나중에 할 말이 없어질까 두려워 말을 아끼고 참으면 점점 벙어리가 된다. 우리의 마음은 샘물과 같아서 퍼내면 퍼낸 만큼 고이게 마련이다.

나쁜 글을 써서 세상에 내놓으면 더 나쁜 것이 쌓인다. 그러나 좋은 글을 써서 세상에 내어 놓으면 세상은 조금 더 맑고 밝고 훈훈한 덕화만발의 낙원이 되는 것이다.

글쓰기에 왕도는 없다. 이 글쓰기의 일곱 가지 철칙을 지켜 나가면 우리는 누구나 글쓰기의 달인이 되지 않을까.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