텅 빈 논들을 바라보며 서울로 간다 / 죽창 대신 가슴속에 촛불 하나씩 품고 광화문으로 간다 / 일백만 농민군이 되어 / 방방곡곡 분노의 어깨를 엮어 서울로 간다 / 천안을 지나면서 줄줄이 이어지는 관광버스들 / 온 나라 버스들이 다 모여서 서울로 간다 / 세월호 일곱 시간 따지러 끝없이 간다 /

백남기 전사의 꿈 이루기 위해 농민군들 쳐들어간다 / 박근혜 포위하러 올라간다 올라간다 / 국정 역사교과서 불태우러 서울로 간다 / 하야가를 부르며 신나게 굴러굴러 또 달린다 / 삼일만세 탑골공원 골목길에서 우리는 / 썩어서야 꽃피우는 홍어탕에 소주 몇 잔 기울이고 / 다시 시청 앞 광장으로 진격이다 / 농민군의 후예들이 흥겹게 흥겹게 쏟아져나온다 / 아~ 여기 오늘 서울이여, 해방구여 / 사람이 물결이다, 사람이 강물이다, 사람이 촛불이다

'촛불혁명'-김광원(1956- 시인)

원광대학교에서 시를 강의하는 김광원의 '촛불혁명'은 촛불집회의 감격을 노래한 작품이다. 동학농민혁명군의 '폐정개혁안 12조'처럼 잘못된 국정을 비판하고 바로잡는 시인의 뜨거운 민중의식이 예리한 죽창처럼 서슬푸르다.

어두워서 우리는 모두 촛불이 된다 / 촛불이 일어서고, 파도로 함성으로 뜨겁게 휘몰아친다 / 우리는 모두 일백만 농민군 별이 되었다 / 미리내 별무리가 되어 효자동으로 간다 / 비리의 근거지를 포위하러 간다, 체포하러 간다 / 남과 북 철조망도 걷으러 간다 / 금강산도 개성공단도 다시 살리자고 촛불이 탄다 / 여기 평화의 땅, 여기 서울 해방구여 / 북이 울리고 꽹과리가 울리고 징소리 울리도다 / 모두 일어서 덩실덩실 춤을 추노라 / 혁명의 11월 가을 하늘에 푸른 깃발 넘실넘실 흔들리노라

-2016. 11. 14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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