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서 저술로 읽는 교사〉

▲ 〈정산종사법설집〉 내지, 정산종사 진영
구전심수(口傳心授)라고 한다. 말로 전하고 마음으로 주는 가르침이다. 정산종사는 〈대종사성비명〉에서 스승의 큰 가르침을 '일월지명 우로지택(日月之明雨露之澤)' 곧 '일월성신의 광명이요 풍운우로의 혜택'이라고 표현했다. 그 가르침으로 세상을 바로 보고 삶의 혜택을 가히 누릴 수 있다는 말이다. 그렇다면 원기47년(1962) 1월 정산종사의 열반을 당해 재가출가 제자들의 심경은 어떠했을까?

스승을 그리며 그 가르침을 받들고자 한 뜻이 그해 6월에 편찬된 〈정산종사법설집〉에 담겨 있다. 원불교원광사 편집위원회 편, 〈선진유고선(先進遺稿選)〉 제 1권으로, 원불교원광사 발행이다. 국판 양장 376쪽, 국·한문 혼용의 세로쓰기이다. 전권은 4부로 구성되었는데, 머리에 정산종사 진영, 유묵, 송가(頌歌), 조가(弔歌)를 실었다. 제1부에는 '평상심에 대하여' 등 47개의 법문, 제2부에는 '신심과 공심의 주인이 되라' 등 16개의 법문, 제3부에는 '대종사성비명', '예전 서', '창건사 서', 제4부에는 '금강경 해의'를 실었다. 말미에 '정산종사 법설연보'와 '발문'을 실었다.

이를 통해 정산종사의 20년 종법사 재위기간(1943-1962)의 활자화된 법문의 대강을 살필 수 있다. 물론 각종 발표문은 교단 초창기의 〈회보〉에서부터 나타나며, 이들의 흐름도 잘 드러난다. 그러니까 기관지를 통한 발표문 가운데 〈월보〉와 〈회보〉는 재위 전이고, 〈원광〉은 재위기간의 법문이다.

'발문'에서는 "선사(先師, 정산종사)께서는 일찍이 후천계성(後天繼聖)의 아성(亞聖, 새 역사의 지도자)으로서, 광겁의 거성(巨聖)이신 대종사의 대주세(大主世)경륜을 체득하시고 일원대도(一圓大道)의 혜명(慧命)을 계수(繼受)하신 이래, 20유여 성상을 한결같이 안으로는 대회상(大會上)의 기대(基臺)를 공고히 닦으시고, 밖으로는 일일신 우일신(日日新又日新)으로 교세를 확장하시면서 미로에 헤매는 세기말적인 창생의 나아갈 길을 지시하여 주시고, 새 역사의 얼을 불러일으켜 광야의 어둠을 띠어주심으로 인간의 온 생애를 이에 다 하신 것이다. 여기에 수록된 법문들은 실로 우리 선사의 심혈이 어린 세계와 인류에게 보내는 제생의세의 일대지침이라 할 것이다"라 밝히고 있다.

정산종사의 언행록은 이후 원기57년(1972)에 〈정산종사법어〉 (〈세전〉·〈법어〉)로 편수 간행된다. 이 〈법설집〉이 중심이 되었음은 물론이다. 이는 문자화된 법설의 전문(全文)이므로, 〈법어〉와 대조해서 받들면 상황성을 보충할 수 있어 유용하다.

원광대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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