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 / 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남원 지리산에는 실상사라는 절이 있다. 실상사는 구산선문을 일으킨 최초의 절이다. 신라 흥덕왕 3년(828년)에 증각대사가 실상사를 창건한 것이다. 그 후에 절을 다시 짓고자 불상(佛像)을 내렸을 때 그 속에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가 적힌 한 권의 책이 나왔다.

지리산 산골짜기에 '이무기'라는 괴상한 짐승이 백년 이상 살고 있었다. 나무꾼들이 오고 가면서 돌덩어리를 던지니 항상 피를 흘렸다. 그러다가 마을 사람들은 의심이 생겨서 실상사 큰스님에게 물었다. 큰스님은 '그 짐승은 전생에 절 앞에 살았던 기생이었다. 그 기생은 색(色)으로 뭇사람을 괴롭혔으며, 특히 그 절에 스님들을 모조리 파계시켰고, 절 재산까지 탕진시켰다. 그 기생은 말년에는 문둥병으로 처참하게 죽었을 뿐만 아니라, 금생에는 저 짐승 몸을 받은 것이다. 앞으로 수백생의 과보를 더 받아야 할 것이다. 지금 나무꾼들은 그때 파계 당한 스님들이다'고 말했다.

이 이야기는 소태산 대종사가 말씀해준 예화라고 한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듯 인과의 이치를 알지 못하면 참으로 무섭고, 안다 할지다로 악행을 짓지않는 행동이 없어 혹독한 강급의 길을 걸어간다는 것은 상상하기조차 힘든 일이다. 소태산 대종사도 진급·강급을 말씀했다. 물론 금생을 포함하여 생사 거래 간에 진급·강급을 언급하신 것이다. 진급·강급 법문은 일원상서원문에서도 언급하지만 총부에서 기르던 개가 죽었을 때에도 해주신 법문이 있다. 총부 부근의 사나운 개가 제 동료에게 물리어 죽게 되었을 때 소태산 대종사는 진급·강급기에 대해서 이렇게 말씀했다. "어떤 사람이 진급하고 어떤 사람이 강급하는가" 대중들이 묵연하니 다시 말씀하시기를 "어떠한 사람이 진급에 있는 줄 아느냐. 진급할 사람은 심성이 온유 선량하여 여러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아니하고 대하는 사람마다 잘 화하며, 늘 하심(下心)을 주장하여 남을 높일 줄 안다.

이러한 사람은 금생에도 진급하지만 영생거래 간에 두고두고 진급할 것이다"며 "어떤 사람이 강급기에 있는 사람인줄 아느냐. 수행에 노력이 없는 사람은 강급할 사람이고, 인과보응의 진리를 부정하거나 믿지 않는 사람은 강급할 사람이다"고 말씀했다.

사람들은 모든 면에서 진급의 길을 원하며 살아간다. 늘 윤택한 생활을 하고 싶고, 늘 젊음을 유지하고 싶고 무엇이든 지금 보다 더 나은 삶을 원한다. 그러나 모든 사람들이 이렇게 살지 못하는 이유를 소태산 대종사는 여실하게 법문했다. 우리는 실질적으로 더 나은 삶을 만들어가야 한다. 더 나은 삶, 즉 진급의 삶은 어떻게 만들어 가는 것인가? 바로 수행이다.

일원상 서원문에 심신을 수호하고 사리를 잘 알아가고 심신을 잘 사용하는 것이라고 밝혀져 있다. 또한 인과를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내가 지어서 내가 받고 네가 지은 것은 네가 받는다는 진리를 믿고 실천하는 것이다. 글로 말로 보면 산수 문제처럼 참 쉬운 내용이다. 하지만 실질적인 삶에서 실천하며 살아가기는 왜 이렇게 어려운 것일까. 그래서 소태산 대종사는 늘 공부인, 늘 수행인으로 살아가라고 말씀해주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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