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휘 / 천도교한울연대 대표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에서 가결됐다. 하지만 아직 축배를 들기엔 이르다. 헌재의 최종 결정을 기다려야 하는 문제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이번 사태가 단순히 박근혜 대통령 한사람을 끌어내리는 데 목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번에 촛불민심이 이토록 뜨거웠던 이유는 단순히 국정농단에 대한 분노 때문만은 아니다. 헬조선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서민의 삶이 파탄난 것이 더 직접적인 이유이다. 그런데도 대통령과 그 측근들은 오로지 부자와 재벌들만을 위한 정책으로 일관했다.

또한 국민들을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개·돼지로 만들기 위해 역사 국정교과서를 강행했다. 게다가 백해무익한 사드배치와 위안부 할머니의 가슴에 대못을 박는 역주행을 했다. 이는 그들 스스로가 친일파의 후손임을 자처한 것이며, 유신독재와 정경유착에 기생해 정권을 유지하고 있음을 스스로 드러낸 것이다.

그러므로 단지 대통령 한 사람 끌어내리는 것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 그동안 대한민국 현대사의 불의하고 부패한 썩어 문드러진 모든 적폐들을 청산해야 한다. 일제강점기부터 지금까지 떵떵거리고 사는 친일파와 그 후손들, 김기춘 같은 박정희 유신독재의 부역자들, 전두환과 이명박의 잔당들, 재벌과 관료마피아, 우병우 같은 검견들, 그리고 이러한 세력들의 방패막이이자 그 연합체인 새누리당, 이 모든 거짓 껍데기들과 더러운 쓰레기들을 쓸어버리고 새 시대, 새 체제를 열어야 한다. 진정 국민이 주인되고, 모든 국민들이 생존권을 보장받고, 돈보다 생명이, 성장보다 행복이 우선하는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헌법재판소가 최대한 빨리 헌법을 수호하고 국민의 여망에 부합하는 결정을 해야 할 것이다. 그리고 지금 황교안 체제로는 안 된다. 황교안 총리 역시 박근혜 정부의 공범이다. 황교안과 내각은 즉각총사퇴해야 한다. 새누리당도 즉각 해체해야 한다. 야당 역시 이 정국을 당리당략과 차기 대권의 이해득실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국민의 힘으로 만들어준 기회다. 오로지 국민의 눈높이에서 바라보고 시민대표들과 각계 대표들과 협력해서 모든 향후 일정과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

사회 각계각층이 함께 연대하고 서로를 지지하며 한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종교계 역시 어깨를 맞댔다.

지난 11월10일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가톨릭으로 구성된 '박근혜퇴진 5대종단운동본부'를 발족했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의 관심들이 모인 가운데 광화문 광장에서의 발족식과 기도식을 열었다. 이후, 시민들과 함께 촛불집회에 참여하고 있다.

이렇게 이웃종교인들이 연대해 광장에서 시민과 함께하는 전통은 세계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유일하게 가능한 일로, 외국에서는 보기 힘든 광경이다. 이웃종교인들이 국민들과 함께 불의에 항거하고 정의를 부르짖으며 행동하는 것. 이는 지난 3.1대혁명에서부터 내려온 우리의 자랑스런 전통이다. 대한민국의 역사는 바로 이 3.1대혁명으로부터 시작된 것이다.

1919년 4.11일 제정된 '대한민국 임시헌장'에는 바로 이러한 내용이 뚜렷이 명시돼 있다. "존경하고 경애하는 우리 이천만 동포 국민이여, 대한민국 원년 3월1일 우리 대한민족이 독립을 선언하면서부터 남녀노소, 모든 계급, 모든 종교를 가리지 않고 하나로 단결하여"라고 명확하게 선언했다.

이제 종교계는 이러한 3.1대혁명의 정신을 이어받아 제2의 해방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할 것이다. 이 해방은 모든 부패한 권력과 불의한 세력으로부터의 해방이요, 온갖 갑질과 차별에 대한 해방이요, 내 안의 탐욕으로부터의 해방이요, 천박한 물질주의의 노예적 삶으로부터 존엄성을 되찾는 인간 해방이다.

동학·천도교는 갑오년 동학농민혁명으로부터 갑진개화운동, 3.1대혁명, 그리고 해방공간에서의 남북통일운동을 전개하면서 우리 사회 현대사의 굴곡을 함께 해왔다. 원불교 역시 그동안 탈핵운동, 환경운동을 비롯해 다양한 문제에 있어 적극적인 사회참여를 해오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특히 올해는 '사드 배치 철회' 투쟁에서 선봉에 섬으로써 평화를 수호하고자 하는 시민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이러한 원불교의 사드투쟁에 뜨거운 지지와 응원을 보내면서, 이 투쟁으로 원불교가 점점 더 크게 일어날 것임을 믿는다. 이제 이 기회를 잘 살려서 정말 새로운 나라, 진정 정의롭고 행복한 나라를 함께 만들어 보자. 그것이 동학·천도교와 원불교가 꾸는 개벽의 꿈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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