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화의 힘

▲ 김산 교도 / 대전교당
해를 거듭할수록 떠나는 이들의 뒷모습이 유난히 많다. 산호여인숙, 원도심레츠 등 그렇게 한 공간을 이어주던 이들이 문화라는 이름으로, 지역문화, 공간문화라는 이름으로 살다 슬며시 공간을 비워두고 나간 뒤에 도심은 아는 이 없는 회색의 네온사인 가득한 저잣거리가 된다.

그리고 다시 도시는 다시 자를 재고 선을 긋는다.

대전시. 그렇게 비어버린 공간 속에서, 떠나버린 사람들 속에서도 근대건축유산을 보존하고 지역경제를 활성화시키기 위한 근대문화예술특구 조성사업을 시작한다.

체계적인 특구 조성을 위해 산업화(근대건축유산 재생프로젝트, 근대문화예술 클러스터 및 플랫폼 구축), 관광화(근대로의 시간여행, D-Heritage모두의 축제, 특구종합 홍보), 생활화(젊음과 예술의 거리조성, 특구거리 환경조성)를 3대 전략사업으로 시작한다고 한다.

늦었다고 말했다. 느즈막한 시간. 아지터인 흙과마루 술청에 작가로 활동하고 있는 후배들을 불러내어 아쉬움과 한탄을 동무삼아 그렇게 넋두리는 밤새 술과 어울어져 시간을 비워가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데…"

그런데 모인다고 한다. 비어있는 옛 교회에서 다시 떠난 이들 아니 밀려난 이들이 다시 모이고 다시 시작한다. 한 공간을 비우고 다시 한 공간을 채우고 얼마나 갈까! 늘 그렇게 헌신하며 문화라는 키워드를 위해 어울리며 한 지역을 만들어 왔는데 진작 본인들이야 좋다고는 하지만 그렇게 길게만 느껴지는 시간 동안 봐 왔는지라 앞서는 건 걱정이다.

사실 속살이 많다. 말 못하는 어지러움도 많다. 누군가 만들어 놓으면 어김없이 상업화하는 사람들. 그리고 지원금, 보조금. 그런저런 눈먼 돈이라고 붙여지는 것들로 무장하며 나타난다. 사람들 사이를 이어주는 살맛나는 문화가 아닌 돈 냄새 풍기는 행사가 되어 간다. 그리고 굳건한 카르텔이 되어 간다. 참 많이도 본 것 같다. 실적이 필요한 관료사회와의 결합은 상업으로써도 훌륭한 성과가 되고 그것이 마치 지역문화의 상징인 듯 나타난다.

참 많이도 떠났다. 아니 사실 다 떠났다. 이제 마지막 남은 청년팀. 떠난다고 한다.

많은 회의와 논쟁도 있었다. 다행스러운 건 다른 이들처럼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더 좋은 환경, 더 많은 이들과의 만남을 위해서라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동장이 찾아왔다. 가면 안 된다고 한다. 행사 때면 늘 만나는 민원도 해결하겠다고 한다. 청년문화에다 지역문제를 붙여서 하나씩 성장시켜나가자고 한다.

"늦었습니다" 그것도 많이 늦었다고 말했다. 근 7년 동안 보따리 장사마냥 이리저리 떠돌면서도 웃고 떠들던 그때. 김밥은 사치라며 컵라면으로 요기를 해결하던 그때. 그 열정의 시대에는 아무도 없었다. 민원이며 교통, 장비, 비용 등 힘든 것은 모조리 모아 온몸에 지고 떠돌던 그때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현재. 대전의 대표적 상징이 되어버린 결과물에는 참 많이도 따뜻하다. 청년들은 이제 자신들만 남은 쓸쓸함을 버리려고 한다. 살 부비고 살맛나는 공간으로 또아리를 틀려고 한다.

지역문화. 지역문화의 힘을 나타내는 지역 문화인들의 모습이 사라져가는 현실.

그러나 생명은 존재에 있다. 삶에 있다. 불 지피듯 살려나가는 그 끈질긴 부지런함에 있다. 아직도 분주한 청년들 사이에서 그 살려나가는 불꽃을 본다. 다시 모인다고 한다. 동구에서 다시 낡아 빠진 거리 하나를 두고 산호여인숙과 원도심레츠가 만나고 시청 넓은 광장에서 청년들이 편견없는 사람들을 만난다. 떠난 자리에 원룸촌이 들어서고 술집이 들어서고 유흥이 들어선다고 한다. 그리고 비어버린 그 공간에 남은 그간의 추억들은, 행적들은 누구도 지우지 못하듯 도시의 삶을 가마솥 밥불을 살펴나가듯 해왔던 지역문화의 힘은 또 다시 어디선가 열정이 헌신을 지배하며 살려나왔던 그들은 또 다시 꿈틀거리며 이 도시에서 성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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