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창작성가 '노래'

▲ 〈성가〉 114장 하늘이 주신 보배는 고산 이운권 종사의 출가하던 심경을 지은 시다. 마음거울 심경을 성품에 비유해 지었다. 중앙총부 영모동산의 일원경.

〈성가〉 114장 하늘이 주신 보배

마음 거울
                                    이운권 작사 / 김대현 작곡

하늘이 주신보배 일편영대 거울이라 번듯이 한번 들면/ 온천하가 빛이로다 둥글고 밝은 빛 무엇이 막으랴/ 일월이 밝다하나 농중에 노는 새라 무형한 그곳까지/어찌 능히 비쳐주랴 아마도 큰 광명 이 거울뿐인가/어화 벗님네야 그대 가진 보배거울 사풍우심한 곳에/ 삼가두지 말지어다 모처럼 밝힌 빛 흐릴까 하노라.

먹구름을 다 거두어

〈성가〉 114장 마음거울은 고산(高山) 이운권 종사가 '심경(心鏡)'이란 제목으로 20세 때인 원기20년(1935) 〈회보〉 20호에 발표한 시조풍의 시이다. 고산은 전무출신을 허락받으러 간 부친을 집으로 모시려 영산성지에서 갔다가 대종사를 친견하고 운권(雲捲)이란 법명을 받게 되며 출가할 것을 약속하게 된다. 이때가 19세로 일 년 뒤 20세 때에 출가해 익산총부 동선에 참여한다.

이 과정을 대산종사는 고산 이운권 종사의 열반을 맞아 "영산회상에서 법연으로 약조하였던 고산 종사님. 새 주세불 대종사님께서 기다리고 찾으셨다가 내가 올 줄 알았다. '운권'이다"하시고 "앞으로 일체중생의 삼독오욕인 먹구름을 다 거두어 제도하라하시며 맞이하심에 종사께서는 옛 약조대로 서원 올리고 신성을 바치며 출가했습니다"라고 술회한다.

고산은 특히 서울출장소 소장이던 1965년에 한국종교협의회 발족에 참여하면서 월간 〈종교계〉를 창간해 종교계와 사상계 및 학계에 원불교 교리 및 사상을 소개하는데 큰 공헌을 한다. 탄허 스님, 고암 스님과 깊은 교류를 했으며 후일 조계종 종정을 역임하는 고암 스님은 원불교 법명도 받고 인연들을 원불교로 인도하는 역사적인 풍경을 연출한다. 이는 다 고산 종사의 깊은 인간적인 교류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또한 백학명 스님 - 주산 송도성 종사로 이어 달마도의 선화(禪畵)의 맥을 이어간 점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마음거울, 사풍우 심한 곳에 두지 말아야〈성가〉 114장 마음거울은 이운권 교무가 20세에 출가해 그 해에 지은 작품으로 그의 '출가송'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며, 수행자로서 성품에 대한 탐구와 수행에 대한 열정이 묻어있다.

농중에 노는 새라는 표현은 정산 종사의 '조롱에 든 학으로 십년 세월을 갇혀 지냈네.(농학십년칩울신 籠鶴十年蟄鬱身)'이란 시에서도 등장하듯이, 고산은 영산성지에서 정산종사를 모시고 전무출신 생활을 시작했기에 아무래도 정산 종사의 영향이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첫 문장 '하늘이 주신 보배 일편영대 거울이라'는 〈중용〉의 '천명지위성(天命之謂性)'의 새로운 버전인 듯하다. '하늘이 주신'은 천명(天命)과 의미상통하고 '하늘이 주신 보배'는 '천명지위성'과 흐름을 같이 한다. 그리고 성(性)은 일편영대 거울로 구체화된다.

이처럼 고산은 어린 시절 한학을 사숙했으며 15세시에 개량 서당을 열어 학생들을 가르쳤을 정도이니 성리학적인 사고가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고산 종사는 원기43년(1958), 〈원광〉 22호에 심보음(心寶吟)을 발표한다. 이 심보음 첫 단락에 마음거울이 다시 등장하는데, "오유심경하니(吾有心鏡) 명유일월이라(明逾日月) 광피천하하야(光被天下) 시성조감호아(時省照鑑). 나에게 마음거울이 있으니 밝기가 일월보다 더한지라 천하에 두루 비추어 때로 살피고 비춰보는가." 20세시의 심경과 43세시의 심보음은 23년의 간격이 있으나 그 마음거울에 대한 확신과 수행이 하나로 흐르고 있다.

고산 종사에게 있어 마음거울은 수행의 표준이요 현실화해야 될 과제였던 것이다. 둥글고 밝은 빛은 결국 일원상 진리의 공적영지의 광명인 것으로 심보음에서는 일월은 유형한 곳 밖에 못 비추지만 마음거울은 무형한 곳까지 비출 수 있다는 것으로, 즉 해와 달의 밝음은 조롱 속의 새와 같다면 마음의 밝음은 산천을 나는 새와 같다는 것이다. 그러니 유형 무형을 다 밝히는 것은 둥글고 밝은 빛인 공적영지의 마음밖에 없다는 깨달음의 찬탄이다.

〈성가〉 11장 마음거울의 '큰 광명'은 〈회보〉의 심경(心鏡)에서는 '광피일원(光被一圓)'으로 되어 있으며, 이 '광피일원'을 '큰 광명'으로 윤문한다. 심경에서 일원(一圓)이 나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원기20년(1935)에 법신불 일원상을 공식적으로 대각전에 봉안하는데, 이 해에 막 출가한 이운권 교무에게도 주지되었다는 것이다. 스승이신 정산 종사의 영향이 크다 할 것이다. 사풍우는 모래(砂)와 바람(風)이 비(雨)와 함께 날리는 또는 모래가 날리는 비바람으로 풀 수 있다. 사풍우는 육진(六塵)의 경계이니 사풍우 경계에 모처럼 밝힌 빛 흐려질까 조심해라는 것이다. 힘들여 회복한 본래마음을 다시 어둡게 하지 말자는 스스로의 다짐이요 법동지들에 대한 당부라 할 것이다.

▲ 방길튼 교무 / 나주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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