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수정 교무 / 국제마음훈련원

오랜만에 조카가 놀러왔다. 까만 미키마우스 샌들을 신고 환한 미소를 띠며 들어온다. 계절에 맞지 않는 까만 샌들이 눈에 들어왔다.

봄에 산 운동화가 1년이 되기도 전에 발이 커서 거기에 맞는 샌들을 신고 온 모양이다. 조카가 돌아갈 때는 분홍색 운동화를 안겨 보냈다. 어른이 생각하는 변화 기준이 아이의 성장속도를 못 따라가 생긴 일이었다.

인간의 몸은 놀라울 정도로 빠르게 성장하고, 또 노화가 진행된다. 때문에 상대적으로 주어진 인생의 시간이 그리 여유롭지만은 않은 듯 하다. 눈 깜짝할 사이에 내가 가고 싶든 가기 싫든 생로병사의 이치를 따라 가야한다.

우리는 어찌 다행히 그 가는 길을 알고 설령 잘못 가더라도 되돌아올 수 있는 방법을 알고 있다. 그 방법이란 생활 속에 한 마음을 찾고, 한 마음을 길들이고, 한 마음을 잘 쓰는 공부에 정성을 들이는 일이다. 이 한 마음을 놓치면 인생의 방향을 잃어버리고 시간은 흔적도 없이 흘러가 버린다. 다행히 그냥 흘러가면 좋으련만 그 끝은 어두운 길, 강급의 길, 해독의 길로 가버린다. 그러나 이 한 마음을 챙기면 끝없는 밝음의 길, 진급의 길, 은혜의 길로 갈 수 있다. 한 마음을 어떻게 먹느냐에 따라 인생의 방향이 완전히 달라져 버리기 마련이다.

이러한 한 마음은 한 호흡에도 들어 있다. 우리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공기를 쉼 없이 호흡하면서도 어떤 호흡을 하고 사는지 잘 모른다. 대부분 바쁜 생활 속에서 숨 가쁘게 살고 있을 뿐이다. 그러다보면 머리끝까지 올라가 있는 숨이 내려올 여유가 없다.

한 호흡을 천천히 들어 마시고 편안하게 내쉰다.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면 천지와 만나게 된다. 천지 안에 살아 있음을 느끼고 깊숙이 느껴지는 단전의 에너지가 꺼져가는 생기를 채워준다. 우리는 이미 사은의 은혜 속에서 살고 있는데 잃어버린 감사를 찾게 된다. 대산종사도 "차를 타고 간다든지 여유 있는 시간이 있을 때는 숨 쉬는 공부를 하면 피로도 풀리고 머리도 맑아져서 보통사람이 10시간 생각할 것을 일분 만에 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고 했다.

한 달이 넘도록 매 주말마다 대통령 사임을 요구하는 광화문 대규모 촛불집회와 더불어 날마다 새롭게 밝혀지고 있는 최순실 국정농단의 진실, 야권의 탄핵안 마련, 김장철을 맞아 체감하는 소비자물가 상승, 서문시장 화재 등 한숨 짓게하는 날들의 연속이다.

이렇게 크게 벌어진 일들을 어떻게 바르게 잡아가야하나? 큰 일은 작게 만들어 가야 쉽게 치유할 수 있다. 소태산 대종사는 "저 큰 바다의 물도 작은 방울 물이 합하여 이룬 것이요, 산야의 대지도 작은 먼지의 합한 것이며, 제불 제성의 대과를 이룬 것도 형상 없고 보이지도 않는 마음 적공(積功)을 합하여 이룬 것이니, 큰 공부에 뜻하고 큰 일을 착수한 사람은 먼저 마땅히 작은 일부터 공을 쌓기 시작하여야 되나니라"고 했다.

무너져 버린 우리의 작은 것들부터 바로 세워보자. 한 마음을 바르게 세우고 호흡을 바르게 가질 때 작은 변화가 큰 변화를 가져 올 희망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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