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생수

▲ 박순명 교도/원주교당
대통령 탄핵이 헌재 판결을 기다리고 있다. 나라가 어지러워 국민들도 걱정하고, 나도 우울하다.
정산종사는 "사람의 마음을 천진이라 천심이라 하는 것은 하늘과 사람의 마음이 하나요 둘이 아닌 까닭이다"고 했다. 민심이 천심이라, 우주의 기운이 따로 있는 것이 아니다.

개인적으로는 몇 가지 생각이 더 들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그릇된 일을 견문하여 자기의 그름은 깨치라는 말씀처럼, 아직 30대로서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까에 대한 생각이다.

첫째는 나는 내 분수를 알고 안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통령 개인으로서는 개인적 슬픔을 딛고 그 자리에까지 오른 것이 큰 성취일런지 모르나, 결과적으로 대통령 그릇은 아니었음이 드러나고 있다. 그는 세월호 같은 국가적 사태에서의 대처능력, 정책결정을 위한 의사소통과 판단능력이 없었다. 개인의 무능이 국가적 비극이 됐다.

나의 약점은 순간적인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이러한 비교가 적절한지는 모르지만 대통령 개인과 나 자신의 객관적 능력을 비교해 볼 때 내가 더 똑똑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모든 국민이 대통령을 원망하는 것은 그가 그 자리에 있었기 때문이다. 셰익스피어가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고 한 것처럼. 나야 물론 보통사람으로 살아가겠지만, 사실 보통사람으로 사람답게 사는 것도 쉽지는 않다. 누구든지 크고 작은 직위와 책임을 가지고 살아가게 되니까 말이다.

나에게는 여기에 대한 두 가지 가이드라인이 있다. 하나는 내가 내 나이와 역할에 적합한 능력을 갖추도록 최선을 다해 노력하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내가 못 해낼 것 같으면 사양하는 것이다. 대종사 안빈낙도의 뜻을 설명하기를 "무릇, 가난이라 하는 것은 무엇이나 부족한 것을 이름이니, 얼굴이 부족하면 얼굴 가난이요,(중략) 안분을 하라 함은 곧 어떠한 방면으로든지 나의 분수에 편안하라는 말이니, (중략) 이미 면할 수 없는 가난이면 다 태연히 감수하는 한편 미래의 혜복을 준비하는 것으로 낙을 삼으라는 것이니라." 그렇지, 이미 가난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이번 생에 내 능력발전에는 과감한 도전을 하되, 지위에는 과감한 도전이 없어야 한다. 그래야 비극이 생기지 않는다.

둘째는 앞으로는 밝은 세상이라, 누구든지 인정할 만한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것이 결국 이긴다는 생각이다. 최태민이라는 사람이 만들었다는 영세교 교리는 불교, 기독교, 천도교를 합한 종교라고 한다. 원불교 교리와 유사하나, 분명히 다르다. 그래서 사이비라고 하나 보다. 원불교와 영세교 혹은 기타 사이비종교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무엇일까? 나는 소태산 대종사가 강조한 지극히 평범하고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교리가 가장 큰 차이라고 생각한다. 소태산 대종사, 정산종사는 언제나 쉽고 당연한 교법을 강조했다.

진리는 고정할 수도 없고, 누가 독점할 수도 없다. 사이비 교주라 해도 어쨌든 공을 들이면 진리를 얼핏이라도 볼 수는 있을 것이다. 다만 본 사람의 그릇이라든가 사심의 유무에 따라 인류에게 긍정적으로 나타날 수도 있고, 해악만 미치는 사이비로 나타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보통 사람의 상식과 합리성은 원불교의 큰 강점이다. 나는 내가 원불교 교도로서 살아갈 인생도 상식적이고 합리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촛불집회에서 대중들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상식과 합리성으로 강하게 뭉쳤다.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다소 비상식적이고 비합리적이었던 내 젊은 날을 돌아보며,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생각하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보통 사람은 이해하지 못한다'며 일반적 상식보다 종교적인 특이한 판단기준을 앞세우는 말과 행동들은 앞으로 원불교가 세계적인 보편성을 얻는 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상식적으로 설명이 되지 않는 신성 개념이나 교단을 절대적으로 보게 하는 오류가 발생할 수 있는 사대불이 신심 개념은 일부 교도 또는 조직적으로 필요할 수는 있겠지만 그보다는 상식과 합리성이 강조돼야 한다.

원불교의 교리, 교단, 스승, 제도 일체에 대해 이것이 맞는가라고 근본적으로 비판하는 것이 허용되고 오히려 장려될 때 교도도 성장하고 교단도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진리는 내게 공기와도 같다. 진리는 나를 현재에 감사하고 만족하게도 하지만, 앞으로 나아가라고 뼈아프게 질책하기도 한다. 나는 이번 생에서 내가 배워야 할 것은 무엇인지, 어떻게 내가 성장하고 있는지 항상 생각하며 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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