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기 지난 교화구조개선…움직이는 현장 서울교구
2~3개 교당 묶어 교화 집중·대안공간 판단해야

원기101년 교단은 새로운 100년을 열어갈 시점에 있다. 교단의 방향을 잡아갈 이슈를 찾아 현안과 대안을 모색해보는 기획을 마련했다. 이에 인력수급문제의 해법으로 제시한 정년 연장이 최선인지를 알아보고, 논란이 되고 있는 출가교역자 용금 문제도 짚어본다. 또한 교도수 감소로 교당 통·폐합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교화구조개선과 재가교역자 역할 확대 등 출가교역자 양성의 양면성을 짚어본다.

1주 출가교역자 정년연장
2주 출가교역자 용금제도
3주 교화구조개선
4주 재가교역자 역할 확대

▲ 구산-불광은 원기99년 12월 협약 이후 1년의 합동법회를 거쳐 내년 3월 신축 교당에 입주할 예정이다.

교화는 인재만큼 구조환경이 중요하다. 교단 2세기를 앞두고 꼽은 이슈 넷 중 셋이 교역자, 즉 인재에 관한 것이라면, 교화구조개선은 이를 담을 틀이자 시스템에 대한 문제다.

교화구조개선은 교당통폐합 같은 하드웨어와 교당운영, 법회식순 같은 소프트웨어로 나뉜다. 광의로는 교화에 대한 인식 및 패러다임 모두를 포함하는데, 가시적인 성과들이 교당 통폐합 및 구조조정인 탓에 주로 협의로 인식된다.

교단 2세기 초입, 우리는 오랜 숙원인 교화구조개선의 현주소와 성적을 어떻게 매길 것인가. 더불어 이웃종교가 보여주는 구조조정 해법은 무엇인지 알아본다.

"교화구조개선의 적정한 시기는 이미 지났다. 이제는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심각한 상황이다"고 양제우 교화훈련부장은 단호하게 선을 그었다. 특히 교당구조조정과 같은 협의의 맥락에서 그는 "미래가 뻔히 보이는 데도 안 보이는 척 했던 정서가 발목을 잡아왔다. 이제는 인력난이나 교도 감소에 따른 어쩔 수 없는 통폐합이 이뤄지고 있다"고 뼈아픈 현주소를 짚었다.

하지만 교당 통·폐합의 좋은 사례도 있다. 지난 3월 안락교당이 신축을 준비하는 과정 중 법회 장소를 임시 부여받은 부산진교당과 4축2재, 합동법회 등을 함께 보며 통합을 이뤄낸 사례다. 이후 부산진·안락교당은 현재 부산진교당으로 통합돼 교화에 활력을 띠고 있다. 이 외 교구차원에서 전략적 교화구조개선의 성과를 내는 곳은 서울교구 뿐이다.

원기98년 조사로부터 시작한 서울의 교화구조개선은 원기99년 구산-불광 통합 협약으로 성과를 낸 이후, 강남-거마 조건부통합 및 서초교당 이전, 공릉-중화 통합, 남서울-반포 통합 추진의 결실을 이뤄냈다. .

구산-불광교당은 1년의 합동법회를 거쳐 통합했으며, 내년 3월 신축 교당 입주를 앞두고 있다.

조흥업 교도회장은 "반대하는 교도들을 하나하나 설득하며, 교단의 미래를 봐야한다는 점에 합력했다"며 "통합 이후로도 전혀 이질감이 없으며, 교화에도 자신감이 붙어 탄력을 기대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점은 네 교당 내 교당이 아닌 '원불교는 하나다', '우리는 한 집이다'라는 마음이다. 교화구조개선을 준비하는 교당이라면 교무가 이런 의식을 갖추도록 이끌어줘야 한다"고 뼈있는 조언을 전했다.

교화훈련부는 "구산-불광과 같은 역량있는 교당들의 통합이 더 어려운 만큼 의의가 크고, 교단적으로도 상징적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고, "서울은 통폐합 만큼이나 신설교당도 중요하다. 그런데 다른 교구에 비해 교무 당 교도 수가 가장 많고 노동의 강도도 세, 이 가운데 교화구조개선을 해나가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며 인사 문제도 짚었다.

교화구조개선의 한 축인 대도심을 서울교구가 끌어간다면, 다른 축인 5·6급지, 영세교당에는 '지역공동교화'가 시도되고 있다. 영세교당 2~3개를 묶어 교화해, 가장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집중하는 한편 어려운 곳은 선방이나 청소년 공간 등으로 변모시키는 대안이다. 다만 교화자 정원수가 남는다고 해서 빼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 남아 다양한 교화 및 운영에 합력하게 하는 것이다.

영세교당은 무조건 통합해야할 대상이 아닌, 우리 교단의 허파 역할을 하며, 출가자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해 주고 있다.

이에 영세교당을 폐쇄하거나 통합해버리는 것보다 먼저 지역공동교화를 시도해 현장의 노력과 판단을 들어보자는 방향이다.

이처럼 교화구조개선은 개교당의 세정과 분위기를 알고 직접 뛰어들 수 있는 교구가 앞장서야 한다. 도심의 경우 적정규모의 교당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하는지, 지방의 경우 영세교당을 어떻게 통폐합할지는 현장, 즉 교구가 판단하고, 중앙은 이를 권장하고 지원하는 역할을 한다는 것은 또한 교구자치제의 기본 속성이기도 하다.

교화훈련부는 새해 이 토대를 다지는 것에 집중할 계획이다. 교구자치제의 역할과 방향에 대한 합의를 도출하며, 기존의 교화 패턴을 넘어선 창의성, 아이디어를 담아낼 수 있는 공모 및 지원, 분야별 전문인력을양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로부터 번져갈 교화구조개선 가속을 미리 준비하겠다는 의지다.

우리 교단은 원기103년 수위단원 선거에 이어 종법사 선거를 앞두고 있다. 크게 움직이기보다는 기존 정책이나 계획을 유지하고 결실을 거두는 것이 요구되는 때다. 100년성업에 달음질쳐온 우리가 숨을 고르고 지난 세기를 돌아보며 창의력과 추진력을 얻는 적기다.

'교화구조개선', 이 여섯 글자에 2세기 교단의 운명이 걸려 있다. 원기102년에는 교화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원기101년 기준 급지별 교당 수

급지

교당 수

31

1

44

2

83

3

74

4

96

5

98

6

107

 

533
(해외교구, 총부직할교구 제외)

5,6급지는 전체교당의 44.4%로, 해외교구와 총부직할교구를 제외하고도 전체의 38.7%를 차지한다.
(자료:교화훈련부)

이웃종교 어떻게 하고 있나

농촌사찰 마을공동체 변모
반대 불구 가톨릭 결단

교화구조개선에의 절실함은 이웃종교도 마찬가지다. 19일 발표된 2015 인구센서스 결과 우리나라 종교인구는 43.9%에 불과, 10년전 56.1%보다 무려 300만 가까이 감소했다. 종교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을 추월한 것은 통계청이 종교 유무를 조사하기 시작한 1985년 이후 최초다.

가장 바쁜 행보를 보이는 곳은 대한불교조계종이다. 작년, '불교'는 처음으로 개신교 인구(968만)에 추월당해 2위(762만)를 기록했다. 이를 예상한 조계종은 작년 신도법에 이어 올해 포교법 전면 재검토를 추진하고 있다.

농촌의 퇴락은 곧 농촌사찰의 퇴락과 직결된다는 위기의식 속에서, 조계종은 빈 사찰들의 대안으로 마을공동체를 내세워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남원 실상사 인드라마생명공동체는 귀농교육체, 귀농자 자녀들을 위한 대안학교, 유기농산물 협동조합 등을 갖춰 종교로서 뿐 아니라 불평등한 도농구조를 타개할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인제 백담사의 마을기업인 영농조합법인과 버스회사도 사찰이 지역사회의 소득 및 일자리를 창출한 예다.

교파 및 종파가 개별적인 개신교도 공감대는 이미 형성됐다. 난립한 교회들의 통폐합을 통해 강소형 교회를 육성하고, 교회의 적정규모를 책정하여 교단적으로 대형교회를 규제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개신교 특성상 불가능에 가깝다는 것이 대다수 안이다.

가톨릭의 칼바람은 유럽 및 미국에서 먼저 불고 있다. 유럽의 성당들이 문을 닫아 극장이나 박물관으로 변신하기도 하지만, 줄어드는 성직자나 신도수에 밀려 방치되기도 한다. 이 때문에 빈 성당이 범죄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뉴욕은 작년 368개 본당을 294개 본당으로 통폐합했다. 100년이 넘는 성당들이 통폐합 대상으로 거론되자, 일부는 항의 시위나 기부금 모금까지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가톨릭은 당장의 상실감 보다는 멀리 보는 혜안과 뼈를 깎는 결단의 입장을 고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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