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도광 교무/공군사관학교, 성무교당
얼마 전 '선택'이란 생각을 다시 정리하는 계기가 된 일과 이야기가 있어 소개해본다.

어느 날 점점 추워지는 날씨에 길거리를 지나가다 '호떡'이라고 쓰여 있는 포장마차에 들어가 뜨끈뜨끈한 어묵 국물로 몸을 녹이고 호떡을 먹는데 갑자기 공군사관학교 정문을 지키는 위병들이 생각났다. 나오면서 위병들 것 6개, 내 것 2개를 포장해서 공군사관학교로 향했다. 정문에 들어서니 위병들이 나와서 신원을 확인하고 문을 열어준다. 순간 장난기가 발동한 나는 호떡을 바로 주지 않고 봉지를 보여주며 하나는 2개, 또 하나는 6개가 들어있으니 왼쪽, 오른쪽을 선택을 하라고 했다. 위병은 갑작스러운 상황에 긴장하며 왼쪽, 오른쪽을 번갈아 보다가 오른쪽을 선택했다. 오른쪽 봉지에는 호떡이 6개가 들어있었다. 왜 오른쪽을 선택했냐고 물으니 호떡 한 개도 감사해서 그냥 아무거나 선택을 했다고 한다.

위병의 그 말에 호떡이 많이 들어있는 봉지의 선택 게임은 무의미해져버렸다. 위병에게는 그 순간 호떡이 더 많은 봉지를 선택하는 것이 중요했던게 아니라 교무님이 주시는 호떡에 대한 감사한 마음의 선택이 더 중요했던 것이었다.

또 한가지 이야기가 있다. 20세기 초, 고민이 되는 상황마다 동전던지기를 하는 독특한 버릇이 있는 한 청년이 이탈리아에 있었다. 한 때, 그에겐 두 가지 선택의 길이 있었다. 파리의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느냐, 어느 디자이너 가게에서 일하느냐. 그는 앞면이 나오면 디자이너 샵으로, 뒷면이 나오면 적십자사로 전근을 가기로 마음먹었다. 결과는 앞면이 나와 디자이너 샵으로 가게 됐다. 이렇게 해서 패션개발에 공을 들이게 된 그는 곧 재능을 인정받아 당대 최고의 디자이너 디올 밑에서 일을 하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 디올이 죽고 후계자로 지명된 그는 또 다시 동전을 던진다. 회사에 남아 디올의 뒤를 이을 것인가 아니면 독립해 나의 이름으로 가게를 낼 것인가. 결국 독립을 택한 그는 자신의 이름을 내건 브랜드를 만들었다. 그 브랜드 이름은 '피에르 가르뎅'이다. 한 기자가 그에게 말했다. "운이 정말 좋으시네요, 동전을 던져서 좋은 선택을 할 수 있었으니까요." 그러자 그는 "동전 던지기가 좋은 선택을 하도록 한 게 아닙니다. 어떤 선택이든 일단 결정한 후엔 믿음을 갖고 밀고 나갔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나는 이번 일과 이 이야기에서 선택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 것이 있다. 진정 중요한 선택은 선택이라고 하는 그것에 의미보다 선택 후의 자신에 대한 믿음과 행동이라는 것이다.

소태산 대종사는 "사람의 일생에 그 방향의 선택이 제일 중요한 것이며, 이미 방향을 정하여 옳은 데에 입각한 이상에는 사심 없이 그 목적하는 바에 노력을 계속하는 것이 바로 성공의 기초가 된다"며 선택과 행동의 중요성을 말씀했다.

우리들은 살아가며 마주하는 많은 선택 앞에서 고민한다. 무엇이 더 이익이 되는 선택인가를 알기 위해서다. 그러나 진정 중요한 것은 선택 그 자체가 아닌 선택 후의 자신의 믿음과 행동이라는 것을 확실하게 깨닫는 것이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