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대정진기도 체험

▲ 한은남 교도/서울교구 봉공회장
나에게 닥친 큰 시련
기도와 봉사로 정성 모아
순리대로 텅빈 행복감



원기101년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5월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진행됐던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는 아직도 나의 가슴속에 남아있다. 그 감동과 환희가 여전히 눈에 선하다.

처음 10년 대정진기도를 준비할 때는 한동안 막막했다. 재가 4개 단체가 단합해서 추진했지만 '이 기도를 온전히 완수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기도식에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참석했지만 마음에 간절함은 여전히 부족했던 것 같다. 매월 서울교구에서 진행하는 기도식에 참석할 때마다 정성을 다하는 교도들을 지켜보면서 스스로의 반성과 자각이 일었다.

원불교 100년을 앞두고 그동안 기도에 정성을 다하지 못했음을 깨닫고 참회를 했다. 내가 속한 교당의 기도 시간과 교구에서 매월 진행되는 기도식에 참석했지만, 주로 담당을 할 때 참석했다. 이제 돌아보니, 나의 게으름과 나태함이 부끄러움으로 다가온다. 하지만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빠른 법이다. 그렇게 정성을 다하지 못하고 형식적으로 기도식에 참석하고 있다고 느껴질 쯤 어느새 10년 대정진기도가 중반을 넘어섰다. 마지막 해제식이 가까워질수록 기도할 때 더욱 정성을 다했다. 올해 4월27일 중앙총부 반백년기념관에서 열린 10년 대정진기도 해제식은 느낌부터가 달랐다. 밖에는 비가 주르륵 내렸지만 전국에서 모인 교도들의 기도적공의 힘을 느낄 수 있었다. 북소리에 맞춰 합창하는 독경소리는 묵직하면서도 가벼웠다. 서울교구 봉공회에서는 50여 명의 회원들과 함께 참석했고, 나의 기도를 유심히 살펴봤다. "새로운 각오로 기도에 정성을 다하자. 이제 기도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자력으로 공부하는 기도인이 되자"고 마음속으로 다짐했다.

우리 교법은 신앙과 수행을 병진하며 생활 속에서 공부하는 것을 표준한다. 일상생활이 아무리 바빠도 기도에 소홀한 것은 게으름과 나태, 챙기지 않는 마음 때문이다. 신앙에는 핑계가 없다지만 올해 나에게 닥친 큰 시련과 마장은 핑계 아닌 핑계가 됐다. 그래도 정신을 차려서 조금씩 기도에 임했다. 일생에 불어 닥친 경계는 내 삶의 결과물로 생각하고, 감당하면서 이겨내야만 했다. 큰 시련 앞에 나는 더욱 봉사에 전력했다. 업장 소멸의 기회로 알고, 참회하고 또 참회하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딴 생각이 들지 않도록 부지런히 봉사에 전념하면서 마음 가득 희열과 전율을 느낄 수 있었다. 텅 빈 마음에 행복감이 차곡차곡 쌓여갔다.

그렇게 새 아침이 밝아옴과 동시에 나의 큰 경계도 사라지기 시작했고, 교구 봉공회 일도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 공중사는 내가 아니면 안된다는 잘못된 생각이 도반들을 힘들게 했고, 나를 외롭게 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 나에게 시련이 왔을 때에는 이제 일할 때가 되었나 보다고 생각했고, 옆에서 도와주는 도반들이 있어 행복함을 느꼈다. 마음 한번 바꾸고 나니 날마다 즐겁게 일할 수 있었고, 소소한 행복이 다가왔다.

이 지면을 통해 서울교구 봉공회원들과 임원들, 그리고 봉공일을 내일보다 더 열심인 교도님들께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교단 2세기를 맞이하며 과연 다양한 시대에 교단이 어떤 모습으로 세상과 소통을 해야 할까. 또 더 많은 사람들을 어떻게 하면 원불교를 접할 수 있게 할 수 있을까. 개인적인 고민인 동시에 교단적인 의두일 것이다. 하지만 성주성지 사드배치로 인해 '사드 말고 평화'를 외치는 교단을 보고, 아하 우리 교단이 이렇게 세상과 소통을 하는 구나. 사드 배치를 반대하며 추운 날씨와 합력하는 재가출가 교도의 모습에서, '평화'라는 키워드로 시민사회·세상과 소통하는 모습에서 교단의 희망을 봤다.

창립기 교단이 법인성사로 위력으로 세워졌다면, 다가올 교단 2세기는 10년 대정진기도의 위력으로 성공을 보리라 기대해 본다. 우리 함께 희망찬 교단2세기를 열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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