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달음을 얻은 세존 주위에 군중들이 모여있다. 그들 중 누군가가 '도가 무엇인가'를 질문했고 청중들은 일제히 부처님의 답을 기다리고 있다. 부처님은 말없이 앞에 꽂혀있던 꽃 한 송이를 들어 올렸다. 그중 오직 한 사람, 가섭이 다 알겠다는 표정의 웃음을 짓는다.

그렇지~ 무엇을 지칭해도 다 그것이지! 어떤 학설가는 그 꽃이 연꽃이었을 것이라는 둥, 진흙 속에서도 더럽혀지지 않으니 진리의 상징이라는 둥…. 무엇을 들어 보였느냐에 의미가 있지 않다. 옆에 막대기가 있었으면 막대기를 들었을 것이다.

'A=B=C'이다. 막대기(A)나 꽃(B)이나 다 일원(C)이다. 일원은 일체만물이고 일체만물이 일원이다. 부분단위든 개별단위든 전체단위든 무관하다. 일원은 크기도 없고 형상도 없고 안팎도 없다. 먼지(세입무내)도 일원이요 우주(대포무외)도 일원이다.

일월성신이 일원이라고 하는 것이나 천지만물이 일원이라고 하는 것이나 꽃 한 송이가 일원이라고 하는 것이나 같은 말이다. 일월성신이나 천지만물은 일원에서 보면 동의어다. A=B=C이니, 일월성신이 천지만물의 정령(일원, 영(靈), 본원)이라고 하는 것이나 천지만물이 일월성신의 정령이라고 하는 것이나 동어반복이다.

내가 너인 것이나 네가 나인 것이나, 너의 일원이나 나의 일원이나, 어떤 것을 대입해도 일원(정령, 영)이 나오며 그 역도 완벽하게 맞아 떨어지는 논리(A=B=C)다.

정령이란 일체만물에 깃든 영(일원, 법신)이다. 깃들었다고 표현하거나 우주에 다북찼다고 말하거나 간에 영은 하나다. 하나인 밝음, 천지에 가득한 식(識)이 정령이며 본원이며 일원이다. 일체만물의 영은 편만하므로 공유물, 모두의 것이다. 일월성신의 것이기도 하고 천지만물의 것이기도 하다. 낱낱으로 나누면 천지만물이며 일월성신이지만 하나인 자리에서는 일원이며 정령이다. 정령은 본원과 분리된 것이 아닌데 중생의 견지에서 단절된 것으로 보이는 인식상의 한계, 이것을 무명이라 이름한다.

그런 의미에서 별은 밤하늘에만 떠있지 않다. 일월성신만 별이 아니다. 일체만물이 일월성신이다. 내가 별이며 우리가 다 별이다. 일체 존재는 낱낱이 불가사량의 별, 알 수 없는 존재들이다. 하나의 종에 속해도 개체들마다 다르며 그 자체는 알 수 없는 그 무엇이다.

고양이라고 다 같지 않으며, 같은 인간의 몸을 가졌어도 어느 누구도 동일하지 않은 완벽히 다른 별이다. 내 옆으로 불가사의한 별들이 떠다니는 것으로 보면 된다. 태양 달 화성 목성이라 이름붙인 것일 뿐, 이름 자체로 그 별을 다 말할 수 없고 알 수도 없다. 각각의 존재는 이름이 김00지 김00별이다. 제 아무리 비슷한 패턴을 가진 친한 이도 역시 완벽히 다르고 알수도 없는 별이다.

우리는 다 알 수도, 이름할 수도, 없는 별나라의 별들이다. 너는 도대체 왜 그러냐, 이해가 안된다고 아우성치는 것은 달과 태양이 같기를 바라는 것처럼 가당치도 않거니와 부질없이 입만 아프고 관계만 망치는 일이다. 정령(一圓)으로서 일월성신은 일체만물이며 일체만물이 일월성신이고, 내가 태양이며 달이며 별이고, 너 또한 그러하다.

/송도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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