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세월의 흐름은 어김없다. 아침이 지나면 밤이 오듯, 병신년 한 해도 그렇게 저물어 가고 있다. 올 한 해 우리에게는 어떠한 일이 있었을까.

요즘 SNS상에는 '사진 12장으로 보는 병신년'이 공유되며 눈길을 끈다. 월별 사건을 한 장의 사진으로 정리한 것인데, 여느 때와는 다르게 올해는 더욱 을씨년스러운 것 같다.

1월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뽑혔다. 지난해 11월6일 방영을 시작한 이 드라마는 종편 드라마임에도 불구하고 19.6%의 높은 시청률을 자랑했다. 매주 방영 전부터 실시간 검색어에 주인공들의 이름이 올랐고, '응팔 신드롬'을 만들어 나갔다. 1988년 고등학생이었던 현재의 40대들과 그들의 자녀들까지 엄마, 아빠, 딸, 아들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드라마로 그 시절 쌍문동에서 살아왔던 이웃 간의 따뜻한 정을 담아내 시청자들의 마음을 치유했다.

2월의 키워드는 '필리버스터'다. 테러방지법에 관련해 야당에서 릴레이로 진행한 필리버스터는 다수당의 무한독주를 막기 위한 무제한 토론제도였다. 3월은 '이세돌vs알파고', 인공지능과 인간의 대결로 주목을 받으면서 이세돌이 4국에서 알파고의 버그 약점을 치면서 승리했다. 4월은 '4.13 총선'이다. 야권 분열로 일찌감치 승리를 점쳤던 여당이 참패를 당했고, 더불어민주당이 123석을 차지하며 제1당에 올라섰다.

5월은 여성운동의 촉매제가 된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이다. 5월17일 새벽, 23세 여성이 강남역 인근 공용화장실에서 살해당한 일인데, 번화가에서 일어난 사건인데다 범죄정도가 잔혹해 국민들의 큰 공분을 샀다. 당시 여성혐오 범죄인지에 대한 의견 또한 분분했다. 6월은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확정의 '브렉시트'이며, 7월은 스마트폰 증강현실 게임 '포켓몬 GO', 8월은 '리우올림픽', 9월은 '갤럭시노트7 폭발'이 뽑혔다.

10월, 11월, 11월의 키워드는 현재 진행형이다. 'JTBC 태블릿 PC입수', '촛불집회', '대통령 탄핵 가결'이 그 것인데, 이 마지막 3가지 키워드는 '최순실 사태'로 전 국민에게 우울증과 화병을 안겼다. 이른바 '순실증'이라고 불리는 집단 우울증, 트라우마는 정유라의 부정입학, 최순실 사태, 박근혜 대통령의 무책임한 대국민 담화 등으로 더욱 깊어만 갔다.

매서운 바람이 불어오는 오늘도 여전히 국방부와 성주평화교당에서는 재가출가 교도들의 평화기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겨울이 가기 전에 국민들의 집단 우울증이 치료되고, 희망찬 '키워드'로 새해 정유년을 맞이할 수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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