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권력의 부조리함을 꼬집는 데 독보적인 능력을 보여줬던 류승완 감독은 영화 '베테랑'에서 우리가 잠시 잊었던 정의의 가치를 일깨운다. 영화 속 가진자들의 횡포와 재벌 비리는 지금 이 시대 '사회를 구성하고 유지하는 공정한 도리'가 사라진 현실을 투영한다. 헌법은 공정한 도리를 비롯해 인간은 누구나 인간답게 살 권리 등을 명시한 근본 최고법이다. 영화 '베테랑'처럼 기회 평등과 민주주의적 가치 등 헌법 정신이 훼손되고 억압받는 사회일수록 사람들은 불행해졌다.

현재 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밝혀진 정부의 대기업 특혜, 뇌물, 직권남용, 여론조장 등 대한민국이 왜 '헬조선'이 될 수밖에 없었는지 그 원인이 고스란히 밝혀지고 있다. 국민 모두가 최소한 행복할 수 있는 조건들을 명시한 헌법이 지켜지지 않을수록 사회전반의 행복과 안녕은 멀어지는 것이다.

소태산은 "덕(德)이라 하는 것은 어느 곳 어느 일을 막론하고 오직 은혜가 나타나는 것이다"며 "부모·자녀, 상·하, 부부, 붕우, 동포 등 인도를 행할 때 은혜로운 덕이 생긴다(〈대종경〉인도품2)"고 행복의 진리적 원리를 밝혔다. 이어 이러한 원리가 "개인에 당하면 개인이 화하고, 가정에 당하면 가정이 화하고, 사회에 당하면 사회가 화하고, 국가에 당하면 국가가 화하고, 세계에 당하면 세계가 화한다"며 인도가 곧 개인, 가정, 사회, 국가, 세계의 안녕질서를 유지하는 법률은(法律恩)임을 시사(〈정전〉법률은)했다.

관련이 없을 것 같은 '인도와 정의'.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 실현되는 사회, 헌법 정신이 살아 숨 쉬는 사회가 곧 정의가 실현되는 사회임을 생각해본다면, 소태산은 왜 '인도 정의'를 묶어 사용했는지 그 의중이 짐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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