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을 빛내는 정전

▲ 김준영 교무/벤쿠버교당
부산에서 택시를 탔을 때의 일입니다. "어서 오십시오"라고 반갑게 맞이하는 목소리부터 남다른 기사님께서 저에게 "어찌하여 교무님이 되셨냐?"고 물어왔죠.
원불교 가정에 태어나서 자연스럽게 성직의 길로 들어섰다고 말씀을 드렸더니, 자신도 어떤 분을 만난 후부터 삶이 완전히 달라졌다고 했습니다.

그 분을 만난 이후로는 늘 감사한 맘이 우러나고, 아프던 동생도 그 분을 만나더니 건강을 되찾았고, 부인도 그 분을 만난 후로 훨씬 편안하고 행복해졌다는 거죠. 이쯤 되니 그 분이 궁금해지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어디 사는 분이신지, 뭐하는 분인지 여쭤봤죠. 믿음으로 만날 수 있는 분, 바로 '주님'이셨습니다. 주님을 영접한 이후로 삶이 달라졌다는 거죠. 가능한 일입니다.

사람마다 인연이 있죠. 어떤 인연을 만나고 그 인연에 대한 믿음이 깊으면 기적같은 일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마음의 위력이 대단하기 때문이죠. 마음을 한 번 돌이키면 '밝은 불이 어둠을 파함과 같이' 일시에 갑작스런 변화가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불교의 〈정전〉은 그러한 우리 마음의 실체와 마음이 작용되는 이치, 마음을 사용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마음사용 설명서'와 같습니다. 〈정전〉은 알려주죠. 이 세상 모든 존재와 현상은 끊임없이 숨었다 나타났다하며 변화한다고, 그 변화하는 모든 존재가 사실은 하나의 근원이며, 결국 우리 자신 또한 그 근원과 둘이 아니라고 알려줍니다. 그래서 변화하는 것으로 보면 성주괴공, 춘하추동, 생로병사로 시시각각 변화하지만, 길고 넒은 안목에서 보면 '거기서 거기일 뿐'이죠. 큰 차이는 없다는 거죠.

그렇기 때문에 우리 삶에서 일어나는 크고 작은 일들에 일희일비하면서 슬퍼하거나 괴로워하지 말고, 천지 부모 동포 법률이라는 없어서는 살 수 없는 은혜로 끊임없이 살리고 보호하고 이끌어주는 사은님의 은혜를 발견하고 깨달아 감사하고 보은하는 삶을 살라고 알려줍니다.

늘 깨어있는 마음으로 수양과 연구 공부로 우리 마음을 맑히고 밝히며, 그 마음의 힘으로 정의는 실행하고 불의는 떨쳐버리며 우리 자신만의 행복만이 아니라 이 세상 모든 생명들이 함께 행복할 수 있는 길로 나아가도록 하는 이끌어주죠. 일과 공부를 따로 보지 않고 정신과 육신을 둘로 보지 않으며, 생활 속에서 마음공부를 하고 마음공부를 통해 더 행복한 삶을 살라고 알려줍니다. 가정에서, 직장에서, 사회에서 각자 책임과 의무를 다하며, 은혜를 발견하고, 은혜를 나투며 살아가는 삶 속에 진정한 행복이 있기 때문입니다.

〈정전〉은 안목을 열어주는 경전입니다. 나의 본성과 세상의 실상을 깨우쳐주고, 보다 나은 삶으로 이끌어주는 지혜의 지침서이죠. 우리가 처해있는 곳이 어디든, 무엇을 하든, 우리를 지혜롭게 이끌어주는 마음 사용 설명서이죠.

다가오는 새해에는 〈정전〉, 이 마음 사용 설명서를 가까이 하고, 우리 마음을 환히 밝혀 처하는 곳마다 빛나는 삶으로 행복하길 기원합니다.

※ 다음호부터는 원익선 교무의현대문명과 〈정전〉을 연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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