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시대는 원시반본의 문명전환기
'속 깊은 정전 마음공부'로 교단 2세기 열자

2017년 희망찬 정유년 새해가 밝았다. 지난해는 교단 10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한 해였다.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와 일원대도 정법회상의 드높은 위상을 확인하고 우리의 사명과 책임을 다짐하는 뜻 깊은 성업(聖業)이었다.

새해 아침에 정산종사의 '불법연구회 창건사 서문'에서 밝힌 여섯 가지 질문을 되새겨 보면서 나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본다.

지금 세상의 시운(時運)은 과연 어떠한가? 대종사는 과연 어떤 성인인가? 대종사가 꿈꾼 세상은 과연 어떤 세상이고 그런 세상은 과연 가능한 꿈인가? 그 실행 경로는 과연 무엇으로, 어떻게 되어 있는가? 나는 과연 그 책임과 사명을 위하여 무엇을 어떻게 준비하며 실천하고 있는가? 대종사가 지금 다시 온다면 무엇으로 교단의 비전을 삼으며 무엇으로 비전 실행의 동력을 삼을까?

지금 시대는 원시반본(元始反本) 하는 운수다. 묵은 질서가 해체되고 새로운 문명질서가 일어나는 문명의 대전환기다. 상극에서 상생으로, 차별에서 평등으로, 봉건에서 민주공화로 세상은 바야흐로 혁명기다. 정치도 종교도 경제도 문화도 예술도 인간에 대한 관점도 전에 없이 새롭게 변화하고 있다.

대종사는 인류역사 이래 가장 근본적인 변혁의 패러다임을 이끌어 주시는 주세성자로 오셨다. 새로운 문명비전을 선포하고 설계하며 그 실행의 플랫폼으로 일원대도 정법회상을 창립했다. 동서고금 성현들의 근본정신을 회통시키고 종교와 세간의 경계를 허물며 일찍이 우리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원융무애의 새로운 문명세상을 주창했다.

우리는 교단 2세기를 열면서 원각성존 소태산 대종사 여래의 경륜과 포부에 대한 새로운 학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정전(正典)>은 대종사의 포부와 경륜을 가장 간명하게 집약한 경전이다. <정전>은 새 회상의 모든 비전과 가치를 담고 있다. <정전>에는 이와 같은 비전과 가치의 실행 경로가 잘 담겨 있다. 정전은 세상의 모든 문명과 가치에 대한 척도(尺度)이기도 하다. <정전>이 새 회상 원불교의 소의경전이 되는 까닭이다. 교단 2세기를 여는 벽두에 우리가 새로운 정신과 각오로 대종사의 불의에 돌아가고 정전을 학습해야 하는 이유다.

그러나 대종사의 대원정각(大圓正覺)의 밀밀한 법통을 잇고 정전의 실다운 실행능력을 갖추는 것은 온전히 후진된 우리의 몫이다. 우리의 공부정도에 따라 대종사의 새로운 문명 세상에 대한 비전은 좌우될 것이다.

나는 교단 2세기를 여는 벽두에 재가출가 교도들에게 감히 '속 깊은 정전 마음공부'를 제안하고 싶다. 이 공부는 실은 새로운 제안이 아니라 이미 대종사가 실천하고 우리에게 전해준 공부요 우리가 익히 아는 공부이다. 이 공부는 철저하게 대종사님 가르침에 근거하고 정전에 기대며 성리를 바탕으로 한 마음공부다. 일원상(一圓相) 진리를 우주만유의 근본 삼고 제불제성의 깨달음으로 여기며 우리 모든 뭇 생명들의 본성으로 여긴다. 인생의 요도로써 사은사요(四恩四要)를 정로 삼고, 공부의 요도로써 삼학팔조(三學八條)를 정도로 삼는다.

이 공부에 재가 출가의 차별이 없고 남녀노소의 장벽이 없다. 그러기로 하면 어느 곳 어느 처지에 있는가에 상관없이 먼저 자각이 있는 이가 앞서서 실행하고, 합당한 길이면 기꺼이 합력하며, 서로 밀어주고 이끌어주는 대정진과 대화합의 공부풍토가 함께 해야 한다.

모든 교당과 재가출가 교도들은 상시응용주의사항과 교당내왕시주의사항으로 실제 생활 속에서 실다운 마음을 공부하고 마음이 진리의 실경에 부합해야 한다. 이 공부가 없으면 우리의 모든 제도, 예를 들면 수위단회도, 교정원도, 교구와 교당도, 법위사정제도도 다 사상누각이 된다. 회상의 존재 이유다.

2세기 우리 교단의 최대 화두는 삼학병진의 실다운 공부로 진실한 심령(心靈)이 열리고 사은 사요의 실다운 공부로 대자자비를 원만히 갖춘 불보살들의 배출이 관건이다. 근본이 서면 바른 길이 열리는 법이다. 처음으로 돌아가고 근본으로 돌아가야 한다. 대종사께 돌아가고 창립정신으로 돌아가고 정전에 돌아가고 본성에 돌아가야 한다. 그래야 회상의 바른 면모가 서고 정체성이 확립된다. 일찍이 없었던 개벽세상, 새로운 문명세상을 누가 열 수 있는가? 주세교단의 책임이 무겁다.

/경남교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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