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인의 배신, 백혈병으로 원망심 가득
입교 후 법문에서 복 짓는 법 터득해

▲ 송우현 교도/백산교당
인연 복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정산종사는 "복 중에는 인연 복이 제일이요, 인연 중에는 불연이 제일이라"고 말씀했다. 내가 12년 전에 최순실을 알았다면 독일에서 말 타고 놀다가 교도소에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 '백혈병'이라는 친구를 만나 불연을 맺고 새 사람으로 태어날 수 있었다.

나는 백혈병을 알기 전에 지인과 함께 사업을 했다. 그러다 어느 날 갑자기 백혈병을 판명 받고 입원했는데 지인과 하는 사업이 결산보고 되지 않고 있음을 뒤늦게 알았다.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속임을 당한 것이다. 결국 난 치료비 한 푼도 없이 입원하게 된 신세가 됐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잃고, 세상을 원망하고, 사기를 친 그 사람을 원망했다. 마음 같아서는 신문이나 방송에 나올 정도로 그 사람과 크게 한 번 해볼 생각이었다. 그 정도로 그 사람이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입원해 있는 원대병원에서 당시 백산교당 김보철 교무님을 만났다. 교무님은 아내의 인연으로 보호자 특별면회를 받아 나를 찾아왔다. 교무님은 내 이야기를 듣고 나의 사정을 백분 이해한다며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했다. 대신 원불교와 인연이 없는 나에게 먼저 입교부터 하라고 했다. 많은 이유 중에서도 나는 병원비 감면 혜택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 입교를 했다. 그 후로 교무님은 백방으로 뛰어다니며 치료 방법을 찾아주었고, 백산교당 교도님들은 십시일반으로 모금을 해줘 덕분에 항암치료를 마치고 퇴원하게 됐다. 입교를 하고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나는 이상할 만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없었다.

내가 치료를 하는 동안 백산교당은 기존 교당건물을 철거하고 새 교당을 신축하기 위한 계획을 하고 있었다. 당시 나는 집에서 요양하던 중이었다. 하루는 교도님이 와서 "오늘이 현 교당에서 볼 수 있는 마지막 법회이다"며 "교무님에게 감사 인사도 할 겸 교당에 가서 법회를 보자"고 했다. 나는 마지못해 교당에 따라갔다.

하지만 그동안 교무님에게 받은 은혜도 잊어버린 채 내 머릿속에는 온통 그 사람에 대해 복수 생각, 그 일을 착수하기 위해 계획했던 일들을 어떻게 실행할 것인가에 대한 욕심으로만 가득 차 있었다. 하지만 나를 배신한 그 사람에 대한 원망심을 내다가도 우리 아이들보다 더 어린 그의 아이들을 생각하면 정말 못할 짓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러던 중, 내 인생의 스승을 만나게 됐다. 그 분은 백산교당에 설법하러 온 유법은 교무님이었다. 설교를 하는데 주제가 '원수를 사랑하라.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담고 있었다. 그날 설교를 듣고 교무님과 나는 설전을 벌였다. "교무님이 내 처지가 돼 보세요. 어떻게 원수를 사랑할 수 있겠어요?" 하고 따져 물었다. 하지만 그동안의 모든 원망심과 복수심이 힘을 얻지 못하고 나는 교무님에게 그날 패배했다. 나의 복수심은 그렇게 끝이 났다. 후일, 나의 마음과 결단을 지켜보던 그 사람의 처남 가족이 감화를 받아 입교를 했다.

골수이식이 잡혀 병원에 입원하는 날, 은혜심기운동본부에 찾아가 시신과 장기 기증을 서약하고 이식에 들어갔다. 그러나 고열과 원인 모를 균으로 나는 사경을 헤매게 됐다. 담당 의사는 나의 가족에게 "최선을 다 했으나 오늘을 넘기지 못 할 것 같다"고 마지막을 준비하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이미 대종사로부터 법명을 받았고, 전날의 이름은 세속의 이름이며, 개인의 사사 이름이 아니니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세계 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라고 한 뜻을 실감했다. 모두가 포기했던 그날, 난 기적처럼 그 고비를 무사히 넘기고 살아났다. 그 경험이 있은 후로 나는 열심히 교당에 다녀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됐다.

하지만 생계를 핑계로 법회에 자주 나가지 못했다. 그래도 마음속에는 항상 대종사의 법문 말씀대로 원망생활을 감사생활로 돌리고,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대종사님 봉래정사 노부부 이야기처럼 실지불공하며 살려고 노력한다.

다시 교당에 다니기 시작하면서 나는 교무님으로부터 새벽에 100일 기도를 해보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다. 나는 두 마음 없이 "네" 하고 대답했다. 새벽기도가 끝나고 집에 돌아와 나는 교전공부를 한다. 대종사님은 법문 속에서 돈 잘 버는 법, 자녀교육법, 돈을 복 되게 쓰는 법을 가르쳐 준다.

그 말씀을 따라 나는 지난해부터 작두콩을 재배하여 작두콩차를 생산하고 있다. 이 농사는 이익을 위한 것이 아니라 이 일을 통해 공중에 보은하고 돈을 복 되게 쓰기 위함이다. 그래서 교당 봉공회에 작두콩차를 주며 이익금은 교당 교화기금으로 쓰도록 권했다. 또한 원대병원에도 작두콩차를 넣고 있는데 그곳에서 나온 이익금은 사회사업팀에 쓰일 수 있게 부탁했다. 원불교를 알고 나는 다시 새롭게 태어났다.

새해를 맞아 나는 다시 한 번 다짐을 했다. 원기102년부터는 법회출석 100% 달성하여 아직까지 한 번도 받아보지 못한 법회출석 대상을 받고 싶다. 그리고 돈을 잘 벌어 더 많은 곳에 복을 짓고 싶다. 그동안 갈팡질팡한 내 인생과 원망심 가득했던 내 마음에 감사의 꽃을 피워주고 좋은 법연을 맺어준 많은 교무님과 동지들에게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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