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 용어

전국 촛불시위의 큰 축을 담당했던 '전봉준투쟁단'이 지난해 말 폐정개혁안 12개조를 발표했다. 전국농민회총연맹,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가톨릭농민회, 전국친환경농업인연합회로 구성된 이들이 120년 척양척왜 보국안민의 기치로 죽창을 들고 일어섰던 전봉준 장군의 정신을 이어 '전봉준투쟁단'이라 명명하고, 1894년 동학농민혁명 당시 농민들이 썩은 나라를 바로 잡기 위해 내세웠던 '폐정개혁안'을 오늘날 다시 발표한 점은 현대판 '개벽사상'을 연상케 한다.

개벽은 개천벽지(開天闢地)를 줄인말로 삼국시대 서정이 저술한 <삼오역기(三五歷記)>, 당나라 구양순이 지은 <예문유취(藝文類聚)>에 등장하는 '반고신화'에서 세상의 시작을 의미했다. '세상의 시작'이 생김으로써 그 기준따라 자연히 이전을 '선천', 이후를 '후천'이라는 두 가지 시기로 나눠보았다. 〈주역(周易)〉에서는 복희씨역(伏犧氏易)은 선천이, 문왕역(文王易)은 후천이 된다고 보는 것이 정평이다.

수운 최제우는 '용담유사'에서 "만고 없는 무극대도(無極大道)/ 여몽여각 득도로다…한울님 하신 말씀/ 개벽 후 오만년에/ 네가 또한 첨이로다/ 나도 또한 개벽 후 노이무공(勞而無功)하다가서/ 너를 만나 성공하니…"라고 노래한 대목에서, 세상이 개창된 지난번 개천벽지가 이미 5만년이 지나 새로운 개벽시대가 도래했음을 밝히고 있다.

정산종사는 "현하 시국의 대운을 촌탁하건데 인지가 새로 개벽되고 국한이 점차 확장되어 바야흐로 대세계 주의가 천하의 인심을 지배할 초기에 당하였나니, 이는 곧 대도 대덕의 대 문명 세계가 건설될 큰 조짐이니라(<정산종사법어>도운편33)"고 천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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