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익선 교무/원광대학교
불법의 시대화·생활화·대중화는 참여불교(Engaged Buddhism)를 말한다. 참여불교는 베트남 전쟁에 반대하며 평화운동을 전개한 틱낫한 스님이 처음으로 쓴 용어다. 인도 암베드까르의 불가촉천민 해방운동과 상가락시타의 범세계불교교단우의회, 스리랑카 아리야라뜨네의 만인의 행복을 위한 봉사 캠프, 태국 붓다다사의 불교사회주의 및 술락 시바락사의 세계참여불교연대, 티베트 달라이 라마의 불교평화운동, 대만 자제공덕회의 세계구제사업, 일본 창가학회와 입정교성회의 재가불교운동 등 아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불교운동은 대개 여기에 속한다.

참여불교는 불·법·승 삼보를 사회적 연기의 입장에서 새롭게 해석하며, 현 사회의 고통과 모순을 직시하고 적극적으로 해결하고자 한다. 비합리적 전통, 왜곡된 관습, 정치경제적 차별, 문화적 편견, 여성과 어린이의 착취 등 모든 문제를 비폭력·자유·평등·해방·생명과 인권 존중·민주적 방식 등 인류 보편의 가치를 공유하며, 불법의 사회화를 통해 이 땅에 정토낙원을 건설하자는 것이 목표이다.

이미 대승불교 운동이야말로 초기불교를 사회적 구제를 앞세운 참여불교의 정신으로 새롭게 해석한 불교이다. 신화적이기는 하지만 중생구제를 위한 48원의 조건을 걸고 수행하여 아미타불이 된 법장비구의 대자대비행은 참여불교의 정수다. 그 특징은 승가의 사회화를 지향한다는 점이다. 승가의 처음은 불타의 지도하에 사회적 차별이 해소된 공동체로 구성된 비구, 비구니, 우바새(남성재가), 우바이(여성재가)가 모여 이룬 화합교단이다. 그러나 후에 출세간적인 출가중심 교단이 됐고, 이러한 교단불교를 비판하고 새롭게 도약한 것이 대승불교이다.

대승에서는 불타의 본성과 다름없는 우리의 불성으로부터 삼보가 생기며, 이 불성삼보를 귀의처로 삼아야 한다고 선언한다. 즉, 승가는 자성불, 자성법, 그리고 자성승에 기반한 활승(活僧)의 역할을 하는 집단을 말한다. 여래장을 설하는 〈보성론〉에서는 승가를 진여법성의 무량 공덕을 갖춘 마음의 무한 가능성을 열어가는 실다운 수행과 자비행의 보살로서 두루 중생과 하나 되는 수행을 실천하는 공동체로 본다. 그러나 재가출가가 함께 일으킨 대승불교에서도 결국 출가중심의 교단으로 회귀하고 말았다.

초기교단인 불법연구회는 이러한 참여불교의 전형적인 형태임을 알 수 있다. 이미 사대강령 중 이타적 대승행의 무아봉공은 대승불교의 참여불교정신을 계승한 것이다. 물질의 노예생활로 인해 파란고해에 처한 중생을 낙원으로 인도하겠다는 개교의 동기는 참여불교의 선언이다. 이를 위해 초기불교 때부터 강조했던 화합교단으로서 재가와 출가를 차별 없게 하며, 나아가 출가자도 재가자와 같이 직업과 결혼 선택의 자유를 갖게 됐다. 그 이념은 원불교가 사농공상을 여의지 않는 미래의 불법이자 수도와 생활이 둘이 아닌 산 종교로서 법신불의 진리 및 수양·연구·취사의 삼학과 의·식·주의 영육 세계가 쌍전하여 개인·가정·사회·국가·세계에 도움이 되자는 것으로 집약된다. 이러한 참여불교인 원불교는 이제 말세론적인 인류의 정신을 계도함을 물론, 사회적 연대 위에 종교의 공공성을 구축하여 한계상황에 다다른 문명을 치료하고 치유하는 대안 공동체로서의 사회적 승가를 확립할 무한책임을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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