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물결은 우리가 무엇을 꿈꾸었는지 말해주고

미처 꺼내지 못한 희망의 작은 깨달음으로 움직였다

지난해를 돌아보면 교단이 진정 어디로 가야 할지 그 방향로를 설정하는 뜻 깊은 한 해였다. 서울광장은 근·현대사 고비 고비마다 시민들이 모여 보다 나은 세상을 꿈꾸며 함께 행동을 이어왔던 역사적인 장소다. 2002년 한·일 월드컵 당시 길거리 응원의 메카로 서울광장은 붉게 물들었다. 모든 시민이 하나가 돼 대한민국을 외쳤던 기억은 아직도 생생하다. 이제 서울광장은 원불교인들에게도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지난해 원불교100주년기념대회의 행사였던 '대한민국 근·현대 100년 해원·상생·치유·화합의 특별천도재'가 이곳에서 열렸다. '둥근 빛으로 다시 오소서!'라는 메시지를 통해 우리는 갈등과 반목, 불신, 물신주의를 넘어 상생과 화합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 억울하게 희생된 영령들을 위한 49일 특별천도재는 그동안 희생영령들의 아픔과 고통을 외면한 채 무심히 살아온 회한과 참회의 눈물을 흘리게 했다. 그래서 더욱 간절하고 마음이 오롯해졌다. 그 날의 감응은 원불교인이라는 자부심으로 위로받고 위로하는 자리였다.

하지만 '엔간해서는 나서지 않는 원불교'가 거리로 나서게 됐다. 국방부의 사드 배치 예정지가 성주성지 인근의 롯데CC로 결정된다는 소식에 원불교인은 길 위의 평화명상기도를 시작했다. 원불교인은 한반도 평화를 위협하고 동북아 긴장을 유도하는 무기체계인 사드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는 결연함으로 100일이 넘게 국방부에서 성주와 김천에서 길 위의 평화기도를 이어가고 있다. 평화를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소명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그 첫 시작은 광화문광장을 침묵으로 물들인 종교인 평화명상기도회였다. 비 내리는 광장에서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세상과 하나 되어 한반도의 평화를 구원하겠다는 결연한 의지를 보였던 그 날. 한반도는 원불교 성지임을 확인시켜 준 성스럽고 아름다운 광경을 자아냈다. 비록 소리 없는 외침이었지만 평화를 향한 울림은 무모하고 어리석은 인간들을 꾸짖으며 광화문광장을 촛불 시민 혁명으로 이끈 시초였다.

이제 광화문광장은 촛불로 활활 타오르고 있다. 광장의 촛불은 살아있다는 각성이요 민주주의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가는 인권, 평화의 산실이다. 일상을 지켜내고자 하는 시민들의 단합된 요구가 헌법 제1장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지당한 권리를 일깨워주고 있다. 평화축제의 현장에서 주권자의 삶으로 거듭나려는 시민명예혁명이다. 새 시대를 열어가고자 하는 용기가 주말마다 촛불로 승화되고 있다. 이제는 혼자가 아닌 함께라는 참여를 통해 연대의 물결을 이루고 있다. 지축을 흔드는 함성과 암흑의 세상을 촛불로 살려내는 공생의 회복은 저항과 축제의 합일로 이뤄가고 있다.

변화의 물결은 그렇게 오고 있었다. 그동안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는지, 무엇을 꿈꾸었는지 미처 꺼내보지 못한 희망의 작은 깨달음으로 움직이고 있다.

대명천지가 밝아온다고 했다. 개벽세상이 되어진다고 했다. 서로서로 생불(生佛)이 되어 서로 제도하는 용화회상이 도래한다고 했다. 하지만 아직도 한 겨울에 여름옷을 입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거짓으로 온몸을 똘똘 감싸고, 백주 대낮에 잠자는 무리들. 그들은 권력으로 세상을 멈출 수 있다는 오만에 가득 차 있다.

그러니 '엔간해서는 나서지 않는 원불교'가 세상을 그저 바라보기만 해서는 안 된다. 마음을 열고 그들과 함께 손잡고 걸어 나가야 한다. 지금, 우리는 대명천지의 세상에 진실을 물들이는 작업에 용기 내어 나아가야 한다.

광장은 참여를 통해 비로소 개인에서 시민으로 재탄생된다. 광장에서 우리는 다함께 공동선으로 나아가자는 뜻을 담아내고 있다. 진실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 그 용기가 불의에 분노하고 정의를 세워나가는 일에 참여하고 모순을 바로 잡아나가는 일에 동참할 때 세상은 분명 변화할 것이다.

매주 목요일 세월호 광장에서 진실 규명과 희생자 천도, 유가족의 상처를 위로하는 진심어린 기도 정성이 100회를 넘었다. 세월호를 기억하는 원불교모임은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켜내기 위해 기도로써 이어가고 있다. 참여는 실천이다. 세상을 향한 관심과 배움, 동행만이 내 삶을 인류의 역사에 기록되게 할 것이다. 지금 내가 서 있는 이곳이 바로 법석이며 광장이다.

/사직교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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