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명은 교도/성주성지비상대책위 상황실장
사드 몰랐던 시절, 천막교당 설치해 평화기도 시작

지역주민 연대해 평화운동 주도하는 종교로 선방



"원불교는 평화입니다. WON-PEACE!"

원기101년은 원불교가 평화 실천 종교로서 한국사회에 이미지를 정착한 한 해였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종단의 규모나 교세가 크지 않은 원불교가 한국사회에서 영향력을 무시할 수 없는 종교로 굳건히 자리매김한 계기를 마련한 것이다.

원불교가 평화담론의 실천종교로서 시민들과 보다 긴밀하게 소통하게 된 계기는 원불교 성주성지가 있는 경북 성주군 초전면 소성리 롯데골프장에 전쟁무기 사드(THADD: 미국의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를 배치한다는 정부의 일방 결정이 본격 이뤄지면서부터이다.

지난해 7월만 해도 우리 교단은 사드가 무엇인지 잘 알지도 못했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았다. 성주 주민들의 가열찬 투쟁에도 우려와 걱정을 하며 성주에 천막교당을 세우고 평화기도를 이어가는 수준이었다.

하지만 성주 군민들의 사드 배치 철회 투쟁은 정통보수여당 지역인 상황을 십분 활용해 국가안보를 전면에 내세워 설치하려던 정부 당국의 의도를 과감히 뛰어넘었다. 성주를 넘어 전 국민에게 전쟁의 위협과 평화를 호소하면서 평화적 생존권을 지키려는 평화운동으로 변화 발전시켰다. 이어 9월30일 정부가 성주 롯데골프장으로 부지를 확정 발표하면서 원불교는 성주, 김천 시민들과 함께 평화운동의 전면에 나서게 된다. 이 과정에서 성주 군민들은 굳건한 공동체성을 바탕으로 평화운동으로 진화하는 밑불 역할을 주도해 나갔으며, 김천 시민들은 평화적 생존권을 지켜내려는 주체로 빠르게 성장했다.

'사드 배치 강행'이라는 잘못된 정부의 정책으로 평화의 마음과 영성의 고향인 성주성지를 잃고 종교의 자유와 종교 행위를 심각하게 침해당하게 된 원불교의 행보는 더욱 주목받았다. 평화로운 삶을 추구하는 종교인으로서 대사회적 각성과 실천 행동에 과감히 나섰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과 긴밀히 결합하면서 평화운동을 주도하고 평화 아젠다를 실현하는 주체로 신뢰와 연대를 광범하게 획득하면서 원불교는 '평화의 종교'라는 이미지를 심게 되었다.

무엇보다도 '한 울안 한 이치에 한 집안 한 권속이 한 일터 한 일꾼으로 일원세계 건설하자'는 삼동윤리를 주창한 정산종사의 평화사상과 법과 원불교를 널리 알려 교화의 새로운 싹을 틔우면서 평화의 종교로 자리매김해 가는 것은 무엇과도 비견할 수 없는 은혜로움이다. 보수성과 이데올로기의 장벽이 굳건했던 주민들의 인식이 급속히 바뀌는 가운데, 원불교가 평화개벽의 시대를 열어가는 주체로 주민과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은 새로운 생장점과 동력이 절실한 교단에서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은혜로움이다.

지난 한 해 평화종교로 대사회적 이미지를 획득했다고 하더라도 아직 끝나지 않은 '사드 배치 철회'와 평화실현의 운동을 교단에서 제대로 이어가려면 앞으로 남은 과제들이 적지 않다. 원불교 교법에 입각한 평화담론의 체계화, 특히 정산종사 평화론의 체계화와 대중화를 위한 교단의 구체적인 노력과 실행, 평화종교로서 평화담론을 주도할 인재 육성과 역량 강화, 현장 중심의 평화 교육과 프로그램의 개발과 정착,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평화를 이끌어 나갈 평화센터의 건립과 국내외 평화운동 주체들과 연대와 협력 등 열거하기 힘들 만큼 많다.

하지만 그에 앞서 전 교도들이 사무여한의 일심정성으로 성주성지수호와 평화실현활동에 적극 동참해야 하며, 현실 인식과 더불어 개혁주체로 과감히 나서야 한다. 그리고 평화종교로 한국사회에 자리매김하게 된 원불교의 시대 소명을 몸소 깨닫고, 시련과 고통의 자리를 어떻게 은혜와 평화상생의 꽃자리로 만들 것인가, 그리고 무엇보다 아파하고 함께 손잡아 주길 원하는 중생들과 어떻게 함께할 것인가를 깊이 성찰하고 실천하는 개벽종교인으로서 거듭 나서야 한다.

그 책무가 지금 우리에게 있음을 결코 잊지 말아야 한다.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